Karu's .../Karu's Notes

심리상담 2차: 관계 속의 그림자 (ft. MBTI & 대상관계)

카루 (Rolling Ress) 2022. 2. 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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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목차

MBTI: J에 대하여

관계에 대해

상대와 고민을 나누는 것

나는 어디까지 곪아있는가

Underground인데 제가 쓰고 있네요. 라에님, 미안. 오늘까지만 뺏을게요.

지난번, 1월 12일에 심리상담 1차 후기(?)글을 올렸죠. 먼저 내 아픔을 치료하면, 그 다음은 주변입니다. 내가 멀쩡해야 주변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오늘은 두 번째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주변 사람들. 나의 가족, 친구, 그리고 그 너머의 관계들에 대해.

오늘의 상담일지입니다. 사실 뭐... 지난번에 드렸던 문서를 그대로 사용했어요. 전 그냥 받아적기만 하고. 빨간 글씨로 써봤습니다. 지난번이랑 겹치지 않게끔.

MBTI로 시작해볼게요.

아, 참고로 저는 INTP입니다. (내향 - 직관 - 논리 - 즉흥)

MBTI: J 에 대하여

정확히 어디 해당인지 모르겠어요. __FJ유형인지, _S_J유형인지. 어쨌든 J는 들어갑니다. 한평생 P적 인간으로 살아온 저로서는 J들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니, 이해는 할 수 있는데 굳이 제 가치관을 바꾸면서까지 받아들이고 싶진 않았죠.

'계획'에 대한 MBTI별 생각

J: 지키려고 있는 거지!

P: 깨려고 있는 거지!

이런 식이거든요. 인생이 내가 정한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잖아요? 너무 타이트하게 살면 본인만 힘들어져요. 물론 저처럼 너무 노답으로 살아도 안 됩니다.

J 들은 P 들이 보기에 계획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물론 그들만의 뒷이야기가 있겠지만요. J 들이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불안 때문이죠. 통제하고 싶어서.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안한 상황에 대해 미리 통제하고 싶어서 계획을 세우는 겁니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걸까요.

제가 가장 오랫동안 접한 유형은 ESFJ입니다. 저랑 정반대죠. 아무튼, 고양국제고에도 저와 친한 J 친구들이 있어요. 참고로 아까 말했던 "예측 불가능한 불안한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성향"은 주로 _S_J 의 사람들에게서 발현되는 특징입니다. 누가 있냐고요? 3번친구. 뭐 어차피 여기서 말해도 당사자 말고는 모르거든요. 3번친구, 미안. 그래도 내가 Karu's Novel 나오면 너에게 꼬박꼬박 보내주잖아요? 아 귀찮으려나 몰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것. 이건 J 성향을 가진 본인들에게도 스트레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딱히 없죠. 왜냐?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의 삶을 살아왔을 거잖아요. 그들에겐 그게 합리적인 방식입니다. 설령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도. 바뀌지 않아요. 바꾸기 힘들죠.

P의 장점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유격이 있어요. 삐끄덕거립니다. 아니 장점이라며 여유가 있잖아요. 적어도 그런 부분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더 건강하긴 한 셈이죠. J는 자신의 계획 속에서 안정을 찾는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긴 합니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고요.

관계에 대해

INTP는 차가운 사람... 이 아니라 따뜻한 AI로 많이 알려져있죠(...) 네. 감정 소모 하기 싫어요. 근데 제가 궁금한 게 있어요. 모든 INTP들이 비슷한 삶을 살아왔는가. 어쩌면 다른 INTP를 가진 당신들도 INTP라는 성격을 '강제'당한 건 아닌가. 당신들도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가 성격을 고정시켜놓지 않았는가, 하는 궁금증이요.

감정적인 표현이 힘들어요. 뭐 제가 INTP들을 대변하진 않습니다만, 이런 느낌입니다.

안부인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INTP: 굳이 내 발음 기관을 움직이면서 내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까?

__FJ: 이런 표현 자체가 관심이고, 그게 관계를 더 튼튼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안부인사는 막 거창한 게 아니라 일상에서 '밥 먹었어?' '오늘은 어땠어?' 같은 아주 간단하고 사소한 표현입니다. 솔직히 저는... 굳이 이런 걸 얘기를 해야 하나? 싶긴 해요. 오히려 그러면서 에너지가 빠져나갑니다.

물론, 제가 상당히 꼬여 있다는 걸 알아요. 상담사 선생님께선 다른 패러다임을 주셨습니다. 사실 뭐... 관계의 시작은 나와 네가 다르다는 거에서 출발하겠지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굳이 상대를 닮아갈 필요는 없지요. 나와 네가 다르면, 그걸로 끝입니다.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요. 그 차이가 우리의 다양함을 만들어내는 거니까.

번외긴 한데, Karu's Story 52를 기억하나요? "상대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상대가 날 싫어할까?" 이게 주제였죠. 저는 해당 질문을 던진 질문자분께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상대가 정말 당신을 싫어할까요?" 라고 답변했어요. 그런데 사실 저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거든요. 상담사님께서도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카루가 생각하기엔 어떨 것 같아? 누가 카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불편할까?"

"음... 그닥 싫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 너와 만날 때마다 고민을 털어놓는 것도 아니겠고.

그러면서 관계가 오픈되는 거야. 내면을 공유하면서 친밀감도 올라가는 거고."

그래요. 상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은 접어두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상대와 고민을 나누는 것

자, 그럼 재밌는 상황이 하나 생기죠. 고민을 들어주는 건 분명 힘든 일입니다. 상대가 내게 고민만 털어놓는다면 분명 나도 언젠가는 지치겠죠. 그런데, 고민을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사람들의 어두운 면만을 보게 되는 심리상담사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선생님의 직업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거잖아요. 그럼 분명히 상담 받는 사람들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될텐데, 선생님께선 괜찮으신가요?"

"사람이, 생각보다 강하다? 사람을 믿어. 사람을 너무 나약하게 보지 않는 것. 각 사람은 모두 자기 자신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고 있잖아? 안 되는 것 조차 잘하려고 하다 좌절하고 실망하는 거니까. 큰 맥락에서 사람을 봐야지, 사소한 문제가 그 사람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단다."

선생님의 맥락은 상대가 자신의 일부분을 나와 공유하는 것이니, 단편적인 면을 전체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상대도 최선을 다 하고 있으니까, 상대의 어두운 면이 전부라고 단정지어선 안 된다는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대상관계'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이미지라고 해야 할지.. 개념이 좀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라에를 인지하고 있어요. 여러분이 보는 라에와 제가 보는 라에는 다르겠죠. 라에는 평소에 우울한 글만 쓰고 까탈스럽다! 그럼 전 라에를 그 정도의 사람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실제로는 훨씬 멋진 사람인데. 그게 대상관계예요. 건강하지 않은 대상관계겠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건강한 대상관계입니다. 상대의 전체에서 부분을 떼어내야 합니다. 단순히 상대의 어두운 면만 보고 그게 상대의 전체 모습일 거라고 단정지어선 안 됩니다. 일부는 전체가 아니에요.

 

나는 어디까지 곪아있는가

위에서 트라우마 관련 얘기를 했습니다. 그 영향 때문인지 뭔지 저는 감정 표현에 굉장히 서툴어요. 사람 대하는 것도 힘이 듭니다. 익명 질문지를 연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텍스트를 통해 소통하는 건 최적입니다. 비동시적이고, 충분히 제 논리를 굳힌 다음에 전달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대면 상황에서, 특히 무거운 분위기에서는 상대와 얘기하지 못해요. 상대가 나를 1:1로 불러내어 얘기하는 상황, 그것도 무거운 얘기라면. 도망치고 싶어요. 진짜. 그 자리에 조금이라도 오래 있는다면 전 아마 미쳐버릴 겁니다.

그렇게 상대랑 마주앉아 얘기하는 상황 치고 좋았던 기억이 없거든요.

정신적인 상처가 한낱 한시에 치유되리라 생각하진 않아요. 구내염이 있으면 알보칠을 부어야지요(...) 고통스럽더라도 상처를 들어내서 치료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무섭더라도, 마주하긴 해야 하니까. 수동적 공격성. 스마일마스크. 대체 무엇이 절 이렇게 망가뜨린 걸까요.

그래서, 전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소설 속에 나의 어두운 면을 녹여내고, 내 이야기를 풀어보자. 소설 같은 인생을 아예 소설로 써보자, 해서 시작했지요. 결과는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나중에 제가 쓴 글들을 보면 어떨까 싶어요. "내가 이렇게 많이 아팠구나. 그래도 많이 성장했네." 라는 말을 남길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합니다.

재밌는 게, INTP끼리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건지.. 상담사님께서 만났던 다른 INTP 분도 불안하거나 속상한 일을 소설로 풀어낸다고 하십니다. 심지어 그 분은 회사원이라고 합니다. ....뭐지? 진짜 뭐지?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줄이야. 살짝 소름이 돋긴 했습니다. MBTI를 딱히 믿진 않는데, 이건.... 인정합니다.

자신의 어두운 면을 소설로 풀어내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기객관화"가 가능해집니다. 내가 갖고 있는 심리적인 트러블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제3자의 캐릭터로 투영하는 것. 그럼 내 안에 있던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들이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감정을 이해하고 파악해나가면서 감정의 정리가 가능해집니다. 무의식 중에 이런 욕구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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