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현역 고3에게 논술전형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
오랜만에 입시글이다.
요즘에는 고양국제고 입시 관련 질문이 나에게 안 들어온다. 그래, 솔직히 인재상도 바뀐 마당에 (이제 창의인, 봉사인, 세계인 아니고 4개 항목으로 개편됨) 늙은 내가 더 이상 도움 줄 수 있는 건 없다. 혹시나 14기 이후 후배들은 13기~12기에게 도움을 받을 것. 난 더 이상 도움을 주기 어려울 듯하다.
최근에는 12기 후배들이 진로 및 대입 관련 질문을 자주 해주는데,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다른 학생들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DM으로 물어봐주길. (생각처럼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
논술전형에는 크게 인문-사회계 논술, 자연계 논술이 있다. 일부 대학은 인문-사회계 논술을 상경계와 비상경계로 다시 나누기도 한다.
- 인문계 논술: 주로 문학/독서/사회탐구 계열 과목에서 출제문이 나온다. 문제에 대한 답안을 줄글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고국고 수행평가 할 때 질리도록 했을 거다. - 자연계 논술: 수1/수2/미적/확통/기하 등 수학 과목에서, 다양한 개념을 응용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된다. 풀이과정을 논리적으로 전개하여 답을 찾는 방식이다. 학교에 따라 과학탐구 과목에서 추가로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답만 띡 적어서 내면 안 된다. - (상경계 논술): 일반적으로 인문계 논술과 같은 형식이나, 일부 대학의 경우 인문계 논술에 수1/수2/확통 등 일부 인문계 수학과목으로 문제를 같이 출제한다.
자, 여기서 내가 두 문장만 말하고 가겠다.
- 최저 없는 논술은 지원하지 마라.
- 현역은 논술을 지원하지 마라.
자, 왜일까? 일단 첫 번째부터 보자. 최저가 없으면 오히려 좋은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전혀. 연세대 논술이 그걸로 유명하지. 흔히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천하제일 장원급제"로 불리곤 한다.

이 살인적인 경쟁률을 보아라...ㅋㅋㅋㅋㅋㅋ 치대와 약대는 경쟁률이 99.8:1이다. 그런데 연세대라 이정도지, 서성한 라인 대학을 보자. (참고로 서울대와 고려대는 논술전형을 실시하지 않는다. 근데, 여러분이 입시를 준비하는 2025년부터는 고려대의 논술이 7년만에 부활한다! 경쟁률이 어떨지 궁금한 부분이다.)


위쪽은 최저가 없는 한양대학교, 아래쪽은 3합 6 최저가 있는 서강대학교의 논술 경쟁률이다. 한눈에 봐도 서강대가 훨씬 낮은 걸 알 수 있다. (그 낮은 게 80대라 좀 그렇긴 하지만...) 한양대 봐라. 미컴. 281:1이다. 이거... 뚫을 수 있겠어? 순수 논술 실력만으로 280명이 넘는 사람들을 제쳐야 한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서강대 경쟁률은 좀 뻥튀기 된 거다. 3합 6이라는 빡센 수능최저 탓에, 최저를 맞춘 학생 수가 적은 편이다. 대충 수능 최저를 못 맞춘 학생을 제외하면 저 경쟁률의 1/3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실질 경쟁률은 약 30:1 미만. 자, 한양대 281:1과 서강대 26:1을 보면 어느 쪽이 그나마 더 가능성이 있어보이는가?
논술은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학종 지원할 때 최소한 면접 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 학교의 기출문제를 보고 예시 답안을 작성해보는 등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일부 대학은 모의채점까지 해준다. 그게 아마 한양대일걸? (친절해라...)
여튼, 논술을 쓰는 순간 면접과 수능에 투입할 노력을 논술에 쪼개서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물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아까운 생기부를 휴지조각으로 만든다는 것. 어지간해선 고국고에서 6논술 용자가 나오지 않겠다만, 절대 비추. 한 가지 예외가 있다. 너가 수시를 아예 버리고 정시만 판다면, 6논술을 써라. 그건 괜찮다. 물론 완전히 믿진 말고 복권 긁은 셈 치고.
한 가지 더, 이과로 교차지원할 때도 논술이 빛을 본다. 물론 고국고에서 수학 공부를.. 그것도 미적 기하 확통을 다 할 시간이 남는지는 논외로 하고. 이공계 학과는 인문계 생기부로 지원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그렇다. 수학에서 내내 1등급, 과학에서도 매우 높은 석차를 기록한 게 아닌 이상 포기하는 게 편하다. 여러 대학의 입학처에서는 "교차지원은 허용하나 계열 불일치로 인한 불이익은 지원자 책임"이라고 한 만큼, 비슷한 스펙이면 이과 생기부를 뽑을 확률이 더 크단 뜻이다. 당연하지, 이수 과목부터 세특까지 모든 게 차이가 날 텐데.
쌩 정시가 버거울 때, 논술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거듭 말하지만, 현역이면 생각하지 마라.
논술을 써도 괜찮은 경우는
- 고국고 3년동안 내신이 줄곧 바닥을 기어 평균 등급이 극심하게 낮을 때
- 수시를 아예 안 쓰고 정시만 노릴 때 (이때는 최저가 있는 논술만 지원하는 게 낫다)
- 반수생, 재수생, N수생일 때
마지막이 좀 ... 솔직히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긴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항상 생각해두는 게 좋다. 입시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논술은 정시러와 재수생의 카드가 아닐까 싶다. 고국고 현역에겐 절대 추천하지 않아. 생기부가 너무 아까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