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우리는 어디까지 친해질 수 있을까?
흠... 어려운 질문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만큼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요. 제가 수학과제탐구 시간에 발표했던 주제이기도 한데, 상대방의 마음을 잘 미분해서 수량화하지 않는 이상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죠. 사람은 사람 때문에 기쁘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합니다. 특히, 나는 상대를 1순위로 대하는데 상대에겐 내가 1순위가 아니라면 굉장한 실망이 따를 겁니다. 상대의 마음까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저만 그럴 수도 있어요. 여러분들은 그냥 쿨하게 '아 뭐 그런가보지!' 하고 넘길 수도 있고. 뭐... 그런데 이 글은 "카루의 이야기"잖아요? 제 이야기입니다. 그냥 제가 이렇다는 것만 알고 넘기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저와 비슷한 분들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분명 여기에 공감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아무튼, 사람들은 관계를 형성할 때 '아, 이 사람과는 어디까지만 친해져야지'라는 선을 무의식적으로 긋는 것 같습니다. 그 이상으로 다가오면, 쳐내요. 어.. 부담스럽다고 느낄 때도 있고요. 생각해보세요. 처음 본 사람이 내 볼따구를 당기는 거랑, 썸타는 사람이 내 볼따구를 당기는 거랑 기분이 어떻게 다를지. 좀 예시가 극단적이긴 한데..
우리는 이렇게 인간관계 서열에 따라 기대하는 정도가 조금씩 다릅니다. 낮은 단계의 서열은 행동에 제약을 걸고, 높은 단계의 서열은 행동에 기대치를 걸죠. 예컨데, 친하지 않은 사람이 내 몸을 덥석덥석 잡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건 너무 과하니까요. 반대로, 애인이 나에게 하루종일 연락이 없다, 삐지겠죠. 왜냐? 그에게는 그만큼 내가 기대했던 게 있으니까. 애인으로서 행동해줘야 할 최소한의 것들을 이미 내가 머릿속으로 정해놓은 거죠.
친밀도가 올라갈수록, 둘 사이의 거리는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가까워지기 시작합니다. 내가 K번 친구랑 친해지고 있어요. 그럼 점점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갑니다. 그 사람 곁에 가까이 다가가서 얘기할 때도 많고요. 뭐.. 그러다 그게 호감으로 발전하면 매일같이 빙빙 맴돌겠지만 함께 얘기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겁니다.
친밀도를 G라고 해볼게요. 만유인력 공식에 따라 친밀도는 둘의 질량에 비례하고 (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거리가 반으로 줄어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편의를 위해 k, m1, m2를 묶어 Kg라고 하겠습니다. 이 함수식을 g(r)이라 했을때, 만유인력 공식은 위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거리가 1이라 하면 친밀도는 Kg죠. 거리가 1/2라면, 4Kg입니다. 친밀도가 네 배 상승합니다.
뭐 그래요. 이건 그냥 문과식 표현에 피로해진 제 뇌를 위해 이과식 표현을 빌려본 거였습니다. 아무튼, 눈에서 가까워지면 마음에서도 가까워진다는 건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저도 그걸 겪고 있어요. 4번친구, 6번친구와 새로 친해지며 참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2학년이 다 끝나갈 때 여러분을 알게 된 게 조금 슬프지만. 뭐.. 지금이라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친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생기는 부작용이 있어요. 종종 상대에 대한 배려, 예의에 소홀해집니다. 내가 이 상대에게 선을 얼마나 지켜야 하는지도 희미해지기 시작하죠. 그러다 종종 '선을 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대처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참 다양한 것 같아요. 저는 주로 **꾹 참으면서 혼자 속을 썩히는 편이고 .. 아예 그냥 직접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님 그냥 그자리에서 쳐내는 사람도 있고, 다양해요.
** 진짜 안 좋은 행위입니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죠. 카루가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뭐 어쨌든, 친밀도가 낮은 경우 행동에 제약을 건다고 했죠. 저는.. 기본적으로 대인관계를 잘 쌓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친구를 안 만든다는 게 아니라, 막 지나치게 많이 사람을 만나고 다니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가 속한 공동체에 있는 사람들이면 충분해요. 뭐 내향인으로선 그것도 과분하지 싶다만...
특히 저는 공간, 제 장소에 의한 편안함 내지는 안도감을 굉장히 크게 갖는 편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제 공간에 누가 침입하는 게 싫어요. 솔직히, 쌩판 모르는 남이 기숙사에서 내 방 문을 두드린다, 그걸 넘어 내 방에 들어오려고 한다? 문 열고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댄다? 오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여기서 하면 안 될 것 같군요.
자, r이 0에 한없이 가까워지면 친밀도는 어떻게 될까요? 친밀도는 양의 무한대로 발산하니까. 근데 이정도까지 가까워질 수 있나요? 결혼한 상대라도 여기까진 아닐텐데.. 뭐어... (결혼을 하면 상수 k의 값이 바뀐다고 합니다! 부부싸움은 이게 원인이 아닐지... 단순히 양의 무한대로 발산하는 게 아니라 진동하는 게 아닐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예의는 독립변수라는 겁니다. 친밀도와는 별개로 갖고 가야 한다는 것이죠. 상대와 친해졌다고 해서 예의를 조금씩 갉아먹는 사람들이 있어요. 가만 보면 저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참.. 인간관계란 게 어렵습니다. 이렇게 수량화해서 측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그러나 사람의 심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 고통받고, 상처받고, 끝내 자기 자신조차 무너뜨리고 말을 꺼내지 않고,
다음 글엔 진짜 '카루의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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