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다소 감정적인 글일 수 있습니다. 굳이 이런 모습까지 보여드리고 싶진 않다만, 그래도 이것도 내 일부니까. 언젠가 미래의 카루가 보고 꼭 바로잡아야할 내 모습이니까. 혹은 바로잡지 않더라도 나를 직시하긴 해야 하니까. 그냥 "아, 카루는 이렇구나" 생각하고 넘기시면 됩니다.
번아웃.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열정과 성취감을 잃는 것. 쉽게 말해, 지친 나머지 의욕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넉다운. WHO에서 번아웃을 직업관련 문제현상으로 규정했죠. 무시할 만한 사항은 아니라는 겁니다.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지 마라. 알고 있어요. 제가 여러분께도 자주 하는 말이니까. 그런데 왜 저는 유독 제가 한 말들을 지키지 못할까요. 아는데 행동으론 옮기지 못해요. 이게 무슨 미련한 짓입니까.
저는 제가 맡은 일에 대해 굉장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사진부 부장이라든지, 창진프 셰어텍의 앱 개발자라든지. 제가 어떠한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한, 그 안에서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제 신념입니다.
가장 막중한 책임은 어디에서 느낄까요? 제가 애착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다를 겁니다. 그중에서 단연 최고는 고양국제고 사진부 FLIP입니다. 제가 동아리 부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변화하는 대입에 맞춰 동아리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자 저 밑바닥에서부터 진짜 고생했으니까요. 말이 좋아서 고생이지 그냥 개뻘짓입니다.
공동체란 여러 개인들의 집합. 제가 늘 얘기하지만, 벡터가 같은 사람이란 존재할 수 없죠. 그 벡터들이 잘 정렬된다면 정말 예쁜 공동체가 만들어지겠지만, 자유전자마냥 이래저래 개인행동하면 그 공동체는 찢어집니다. 개인으로서 합리적인 선택이 반드시 집단 전체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니까요.
공동체가 사라지면, 그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개인도 사라집니다. 예시를 들어봅시다. 2025년부터 특목자사고가 일괄 폐지된다고 그러죠. 고양국제고도 일단 그 흐름을 피해갈 순 없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식사고등학교라는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ㅋㅋㅋㅋㅋ 특목고 폐지는 기존 특목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입니다. 고양국제고가 사라진다면, 재학생들과 졸업생들 모두 자신의 정체성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 겁니다. 모교가 사라졌으니까!
더구나 그 공동체에 가졌던 애착이 클수록, 그 상실감은 더 크게 다가올 겁니다. 공동체의 소멸은 우리가 지금까지 일궈왔던 노력과 우리가 땀흘리며 이뤄낸 결과물, 그리고 다른 구성원과의 연대 의식까지 한번에 부숴버리는 일입니다. 가볍게 볼 일이 아니란 얘기죠.
그런데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공동체가 붕괴되는 현상도 많습니다. 뭐, 단적으로는 정부의 특목고 죽이기가 있겠네요. 뭐가 어찌 되었든 간에, 내가 애착을 가진 공동체가 소멸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그닥 달가운 소식은 아닐 겁니다. 막을 수만 있다면 막고 싶겠죠. 특히나 내가 대표로 별별 발악을 하면서까지 유지해왔던 공동체가 내부 분열로 인해 파괴된다면, 그 상실감은 어마어마합니다.
그 정도가 심각하면 번아웃이 같이 찾아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결과가 이거야?"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장난하나. 내가 이런 꼴 보려고 그렇게 애를 썼나.
리더가 뒷바라지 하는 사람은 맞습니다. 그런데 낙오자들 끌고가자고 리더가 있는 건 아니죠. 낙오자들은 그냥 칼같이 잘라야 합니다. 왜냐? 리더에게는 공동체의 미래를 책임질 의무가 있습니다. 사소한 것들에 신경쓰다보면 본질을 잃습니다.
그런데 그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내지는 공동체 자체가 와해된다? 와... 미치고 환장하는 거죠. 저라도. 진심으로 도망치고 싶습니다. 그만 하고 싶다고요. 내가 왜 별 고생 다 하면서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건데.
Loonshot에서도 그러죠. 역동적인 분자 하나가 전체 물질의 모습을 바꿀 수 없다고. 결국 저도 그 한계를 직감하는 겁니다. 그리고 좌절하죠.
"이건 내 능력 밖이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건 중요합니다. 열정이란 이름으로 불가능에 대한 도전을 포장해봤자 결국 좌절과 상실감만 돌아올 뿐이에요. 여러분의 기력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바닥날 테니까요.
대입 제도의 개편. 제가 징글징글하게 얘기하죠. 전 한국의 대입제도가 싫다고. 혐오스럽다고.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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