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최근에 스페인어 문학 콘테스트가 있었습니다. 최근이 아니네요. 6월달에 있었던 일이니. 주한 스페인 대사관과 Instituto Cervantes(세르반테스 문화원)에서 주최하는 대회였습니다. 주제가 스페인어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에세이 및 시를 짓는 거였는데, 저는 고양국제고에 들어온 뒤 있었던 저만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에세이로 풀어 썼습니다. NOCHES도 함께. 그런데, 그게 수상을 했더라고요. 3등입니다. 물론 성인과 학생을 나누어서 선발하긴 하지만, 전국대회예요. 스케일이 상당히 큽니다.
보니까 학교단위로도 참가하는 경우도 있었나봐요. 한국국제크리스천스쿨, 미추홀외고, 한영외고는 이제 학교 단위로 참가해서 단체상을 받은 모양입니다. 얘기가 샜는데, 아무튼 개인은 총 6명을 선발합니다. 성인 셋, 학생 셋. 저는 이제 학생 셋...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죠.
Un regalo precioso que me dio alas(나에게 날개를 달아준 소중한 선물), 이게 제가 쓴 에세이의 제목입니다. Categoría는 아실 것 같고, escrito por는 written by 정도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이게 기숙사에 있을 때가 발표가 나서 룸메들이 다같이 축하해줬던 기억이 나네요.
아무튼,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었던 시상식이 11월 22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때... 등교주간이네요. 초대장은 위와 같습니다. 메일로 왔어요. 저와 보호자 한 명만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미리 선생님들께 말씀드려 체험학습을 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봐도 어디로 오라는 말이 없는 거예요. 저 메일을 자세히 보시면... "En la residencia del embajador de españa en seúl"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저땐 몰랐는데, 이제 보니까 저게 스페인 대사관저를 뜻하는 표현이더라고요. 대사관은 알고 있었는데, 대사관저란 개념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Instituto Cervantes에 메일을 보냈죠. 참고로 원래 받았던 첨부파일에서 참석 여부를 회신해달라는 것 같더라고요. (마지막 줄) 그것도 모르고 10일동안 아무것도 안 했네요. 저런. 그래서 빨리 인삿말부터 작성했습니다. "당신의 초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쁜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가하겠습니다." 라고요. 왠지 저쪽에서 너무 격식을 차리다보니까 저도 뭔가 그런 쪽으로(?) 말을 하게 되었네요. 그래서, 정확히 어디인지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고, 혹시 다른 준비물이 필요한지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답장이 왔어요.
Nos alegramos mucho de que pueda participar en la ceremonia de entrega de premios del certamen literario. (당신이 문학 콘테스트 시상식에 참여할 수 있다니 우리는 매우 기쁩니다.)
Respecto a sus preguntas: (질문에 답해드리겠습니다:)
1. La Residencia del excelentísimo Embajador de España en Corea está justo enfrente de la Embajada de España, (무척 훌륭하신 주한 스페인 대사의 관저는 스페인 대사관 앞에 같이 있습니다,) así que si se dirige a la Embajada (parada de metro Hangangjin), la Residencia está enfrente. (대사관으로 도착하면 (한강진 지하철역 쪽), 관저는 바로 앞에 있습니다.)
2. Necesita simplemente llevar su identificación personal donde se puedan comprobar sus datos personales. (당신은 그저 당신의 신상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하시면 됩니다.)
Recibe un cordial saludo,
'무척 훌륭하신'... 그래요. 스페인 대사님께 극존칭을 사용하는 걸 볼 수가 있죠. 무슨 맥락일까요. 아무래도 스페인에서 생각하는 대사의 위치는 상당히 높은 것 같아요. 스페인은 입헌군주제라 국왕이 있습니다. 아마 그런 영향이 아닐까... 근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 뇌피셜입니다.
아무튼, 이제 또 뭘 해야 하느냐? 저런 공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스페인어 표현을 어느 정도 익히고 가야겠지요. 기존에 선생님들과 나누던 대화와는 다릅니다. 스페인어에서는 2인칭과 3인칭 표현이 있는데, 2인칭 상대에게 3인칭으로 말하면 그건 존칭 표현입니다. 그러니까 2인칭이 '너'라면, 3인칭은 약간 '당신'같은 느낌입니다. 대사님께 '너'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Me alegro de conocerle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기서도 conocer'le', le가 3인칭이죠. 존칭 표현입니다. 왠지 이런 문장은 가서도 쓸모가 있을 것 같네요.
11월 22일, 걱정 반 설렘 반을 안고 스페인 대사관저로 향했습니다. 물론, 학교는 조퇴하고 나왔어요. 사실 미리 체험학습을 내두었답니다. 그래서 원래는 학교를 안 와도 되는데, 수행평가 때문에 하고 가느라 조금 늦게 나왔어요. 아무튼, 점심을 먹고 스페인 대사관으로 출발했습니다.
스페인 대사관은 조금 외딴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한강진역 근처인데, 대사관 입지 위치 자체가 그닥 접근성이 좋진 않아요. 미로 뚫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급경사 언덕을 오르면 스페인 대사관이 위치해있습니다. 그 맞은편에 바로 스페인 대사관저가 있고요. 대문이 열려있길래, 그대로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관저에 도착하자, 앞에 계신 분께서 제 겉옷을 맡겨주셨습니다. 그리고 안쪽으로 안내해주셨어요. 이 당시에는 몇몇 분들이 앉아계셨는데, 정황상 타 학교의 스페인 원어민 선생님도 같이 오신 것 같았습니다. 학교 단위로 시상식을 하기도 했었거든요. 학교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외국어고등학교였어요.
아무튼, 다들 긴장된 상태에서 앉아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잠시후 Óscar Rodríguez García님께서 오셔서 간단하게 인사를 하셨어요. 나중에 저희 원어민 선생님을 통해서 알게 된 건데, 이분께서 Instituto Cervantes 대표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다같이 기립하시길래 뭣도 모르고 저도 함께 일어났죠. 네 맞아요. 대사님께서 오셨습니다.
당시 관저에 있던 방문객은 저 포함 약 10명 정도. 대사님께서는 직접 악수를 하시면서 인사해주셨습니다. 저는 좀 긴장을 많이 해서 '¡Hola!'밖에 하지 못했네요. 최소한 'Encantado / Mucho gusto' 정도는 해 줬어야 고양국제고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출석을 부르고, 대사님께서 이번 대회의 의의에 대하 말씀해주셨습니다.
스페인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널리 쓰이는 언어입니다. 영어 다음으로요. 그만큼 스페인어의 중요성이 매우 높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분들께는 발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분들께도 밝은 미래가 있을 겁니다. 계속해서 스페인어를 사랑해주시고, 많이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한국과 스페인은 사이가 매우 좋습니다. 조만간 세르반테스 문화원을 한국에 설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많은 기관들과 연계하여 세르반테스 문화원이 한국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은 첫 번째 콘테스트였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문학 실력이 매우 뛰어나서 저희 심사위원들도 평가하는데 많은 수고를 했습니다. ... (후략) (스페인 대사님, 2021)
물론 이 말을 제가 다 알아들은 건 아닙니다. 다행스럽게도, 통역을 해주시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럼요 저는 스페인어 네이티브가 아닌데.. 더 많은 말을 담고 싶었지만, 제 마음속에 깃들어있는 건 여기까지군요. 대사님의 생각을 더 주워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시상식을 그자리에서 바로 진행했습니다. 대사님께서 직접 상장을 수여하셨습니다. 호명하고, 부상이랑 상장을 건네주시면서 악수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냥 "¡Muchas gracias! (대단히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왔습니다.
저는 이렇게 끝일 줄 알았습니다...만, 숨겨진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대사님께서 스페인의 음식을 준비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있었는지도 모르는 문이 열리면서 홀이 하나 나왔습니다. 그 홀에는 스페인의 전통 음식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가스파초(Gazpacho), 또르띠야(Tortilla), 고로켓..?
그리고 하몬이랑 빵도 제공되었습니다. 다른 음식은 그냥 진열되어 있었는데, 하몽은 따로 두시지 않고 서빙하시는 분께서 계속 돌아다니시면서 제공해주셨습니다. 한 번 지나가면 끝... 하몽 더 먹고 싶었는데, 조금 아쉽네요. 사실 제가 적극적으로 먹지 못한(?) 것도 있긴 합니다. 저런.
참고로 가스파초는 제 입맛에 안 맞았습니다. 제가 스페인 음식에 입이 안 맞는 건가 했는데, 저희 스페인 원어민 선생님도 가스파초는 별로라고 하시더군요. 차가운 토마토 수프라고 보시면 되는데, 좀 씁쓸하면서 짠 맛이 많았어요. 새콤한 맛은 없고. 원래 호불호가 좀 갈리는 음식인가 봅니다. 후식으로는 Arroces con leche가 나왔습니다. Arroz는 쌀이고, leche는 우유입니다. 맞아요. 우유에 밥을 말아둔 음식입니다. 이탈리아의 리조또가 우유를 넣은 '밥'이라면, 이건 밥을 넣은 '우유'예요. 위에 시나몬 가루도 뿌려뒀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법 했는데, 다들 맛있게 드시더군요.
대사님과 사진도 찍었습니다. 아.. 키가 정말 크세요. 제가 키가 작은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사님 옆에 서니 저렇게 짧아보이는(...)군요. 추측하건데 190cm는 넘기실 것 같습니다. 한편, Instituto Cervantes 대표님께서는 성격이 굉장히 쾌활하신 분 같았어요. 다만 말이 너무 빨라서 절반 정도밖에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굉장히 말도 재미있게 하시더라고요.
KBS에서 수상자들 대상으로 인터뷰 요청이 왔습니다. 그런데 정황상... 전부 거절한 것 같았어요. 제가 스페인어를 좀 더 능숙하게 구사했다면 기꺼이 응했을텐데, 저는 아직 쌩초보입니다. 스페인어를 배운지 이제 1년. 외고와는 다르게 저희는 제2외국어 수업이 그렇게 많지가 않죠. ...네 뭐, 그래요. 어쩌면 제 핑계였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단체사진을 찍고 해산했습니다. 저는 그새 부모님 차를 타고 다시 고양국제고로 돌아왔죠. 손에 상장을 들고 기쁘게 스페인어 원어민 선생님께 달려갔습니다. 있었던 일들을 모두 설명드리고, 스페인어 수업을 계속 들었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약간 몸이 녹초가 되는 것 같네요. 야자 때 사진 특강도 있었거든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스페인 대사님, Instituto Cervantes 대표님, 제게 이 대회를 알려주시고 추천해주신 스페인어 선생님, 저의 스페인어 작문 및 회화 실력을 길러주신 원어민 선생님, 그리고 저를 응원해줬던 친구들과 저에게 고양국제고를 추천해주신 부모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받은 이 소중하고 값진 경험은 선물로써 저의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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