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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두근거리는 어색함

by 카루 (Rolling Ress) 2021.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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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p.s. Karu's story는 제가 세상에 던지고 싶은 말들의 집합이었는데,

어느새 공개 일기로 전락해버렸네요. 뭐, 그것대로 좋아요.

사실 이번 글의 제목을 뭐로 할까, 심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는 제목으로 주제를 툭 던져두고 거기에 대한 제 일화를 쓰거든요. "두근거리는 어색함"으로 할지, "설렘으로 포장된 어색함"으로 할지. 뭐 어쨌든, 분명히 제게 어색한 상황이 존재했고 그건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었다는 걸 드러내죠.

미리 스포를 하자면, Karu's story 23은 'Stay'입니다. 미리 추측하진 마세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거랑 영 딴판일 수도 있으니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기도 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기도 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살짝 언급했는데, 벡터가 다른 사람을 무리하게 끌고나가다보면 자기가 사라져요. 이전에 썼던 프레임 글과도 맥락이 맞는 부분이 있죠. 누군가와 내가 프레임이 일대일 대응... 있을 수 없습니다.

뭐, 그래요. 지금이 10월이죠. 그런데 아직도 반에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고, 어색한 사이가 있을 수도 있어요. 싫은 게 아니라, 그냥 진짜 이야기해 본 경험이 없는 겁니다. 친해지고 싶었지만 내가 말을 걸지 못했을 지도 모르고요, 혹은 누군가 나와 친해지고 싶었지만 나에게 말을 걸지 못했던 경우도 있을 겁니다.

참 그런 거 보면 아직 우리는 순수함이 남아있기라도 한 걸까요. 초등학교 때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이제 사회로 나가면 타인이 모두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될텐데, 조금 아쉽기도 한 부분이에요. 이제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6번 친구... 제가 넘버링을 해서 부르는 사람들은 저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친 사람들입니다. 뭐 친밀도를 논하는 건 딱히 의미 없는 것 같고, 그냥 부르기 편하게끔. 그리고 뭔가 호기심이 생기잖아. 쨌든, 저 분도 저에게 분명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사람입니다. 정말, 그 조언을 듣지 않는 제가 한심해보일 정도로. 당신은 나를 생각해주는데, 나는 그러지 않는군요.

지난번에 한 번 언급했는데, 성비가 작은 (1보다 0에 가깝다는 얘기입니다. 성비의 뜻은 여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남자의 수를 의미해요. (남자의 수)/(여자 100명)) 고국고에서는 청일점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당장 저도 뭐.. 창의진로프로젝트 셰어텍 (여4+카루), 비교문화 딥러닝(여3+카루) 밖에 생각이 안 나 으어어

각설하고, 그 덕분에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자유롭게 섞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니, 섞일 수밖에 없어요. 남자만...있을 때는 기숙사가 거의 유일할 정도로. 중학교 시절에 비하면 참 재미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 전 남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조금 문화충격(?)이 오가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때가 있고요.


10월, 이제 알 사람은 충분히 알게 되고, 반 내의 모든 친구들과 적어도 한 번씩은 말을 해봤을 시점이 옵니다. 이제껏 말을 한 번도 안 했다...? 그건 진짜 접점이 없는 거죠. 그런데 고양국제고는 워낙 팀플이 많은지라.. 어지간해서는 다 섞입니다.

집단 내에서도 소위 '그룹화' 현상이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서, 끼리끼리 노는 거죠. 근데 전 딱히 이렇다할 무리가 없어요. 남자애들은 운동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쌍극자-쌍극자 힘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고, 여자애들은 항상 늘 같이 다니는 그룹이 있거든요. 저는 그냥 혼자. 아니면 어디든 다 붙고는 하죠. 음... 그래요 친구가 없어요 저런! 친구는요 인터넷 친구가 있어요

뭐, 약간 외로운 건 맞습니다. 그래도 저는 온전하게 고독을 즐길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24시간 내내 학교에 갇혀 있는 기숙사생의 삶이란... 고단한 것. 특히나 전 개인적인 시간과 장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뭐 굳이 이런 데에 MBTI까지 끌고 오긴 싫은데, INTP들이 그런 경향이 좀 강하다고는 합니다. 혹시 모르지 이거 설마 바넘효과 만약 집에서 부모님에 의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면, 인팁들은 밤을 새거나 새벽에 일어나서 개인 시간을 갖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거든요.

 

음, 근데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죠.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면접 문제에 뭐라고 답했는지 생각하면...그죠. 제가 공동체 역량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제 이전 글들만 봐도 티가 날 겁니다. 사실 전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티를 잘 안 내요. 유독 한 명만 찍어서 집요하게 티를 내긴 하지만 그리고 대부분 vice versa라고 하더군요. 1학년 때 제가 표방하던 건 따뜻한 AI였어요.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AI...

전혀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근데 뭔가 색다른 기분이고. 혹시나 실수하진 않을까 조금 두렵다가도 또 밥은 원망스럽게도 맛있고. 네... 쓸데 없는 걱정을 좀 많이 하죠. 전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거든요. 아 그리고, 나 찍히기 싫어! 이제 겨우 말 텄는데 제가 이 학교에 들어와서 6월 셋째 주 화요일 저녁에 누구랑 밥을 먹었는지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게 바로 2번 친구예요.

뭐..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게 고국고에서는 어느 정도 의미를 갖습니다. 글쎄? 그냥 불쌍해서 나 껴준 게 아닐까 특히 짝선배/짝후배끼리는 밥을 같이 먹는 게 국룰이죠. 아니면 교내커플이라든지 친한 친구들끼리도, 혹은 동아리끼리도 밥을 같이 먹습니다. 어림도 없지 코로나니까 다 훠이훠이! 보다보면 재밌어요. 이 학교의 '문화'.


새로운 친구들과 밥을 먹든, 동아리 부원들과 처음으로 밥을 먹든, 짝후배/짝선배와 밥을 먹든, "두근거리는 어색함"이 생깁니다. 이 글의 제목이죠. 처음은 원래 긴장됩니다. 조금 들뜨기도 하고요. 근데 설렘이라는 이름으로 어색함을 포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참, 제 의도는 굳이 부정적인 표현을 끄집어내자는 게 아니라 그 본질을 직면하자는 겁니다. 어색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는 게 좋을지.

새로운 사람.. 어색하죠. 분명히 어색합니다. 내가 왜 그 친구랑 처음으로 밥을 먹을 때 체했을까? 글쎄요 난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누구보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인데 근데 뭔가 묘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포커페이스가 워낙 안 되기에 그냥 티가 팍 나고요. 물론, 밥만 같이 먹는다고 해서 어색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죠. 저라면 체할 것 같아요. 진심으로.

"두근거리는 어색함"에서 "어색함"만 남길 건지, "두근거림"만 남길 건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밥만 먹는다고 풀어지지 않는댔죠.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든가... 하는 아주 정석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근데 진입장벽이 높은 사람들에겐 못 써먹어요.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아니야! 예를 들어볼까요.

저는 Rolling Ress를 참 좋아해요. 꼭 멤버들 모두가 벡터를 쭉쭉 늘여갔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모이는 날에는 너무나 행복합니다. 에이 그리고, 솔직히 메뉴가 뭐가 중요합니까. 뭘 먹어도 다 맛있죠. 우리에겐 딱히 어색함이라 할 만한 것들이 없으니까요. 취소선 그으려다 말았습니다.

자... 그런데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학년부장님, 수학선생님, 사회선생님, 국어선생님, 과학선생님과 함께 밥을 먹는다고 생각해봅시다. ....넘어가겠어요 그게. 뭐... 그런 겁니다. 이런 건 다른 의미로 두근거릴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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