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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징검다리

by 카루 (Rolling Ress) 2021.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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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envenido! Soy Karu de Rolling Ress.

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왜 스페인어로 시작했냐고요? 그럴 일이 있어서요.

참.. 우연인지 필연인지 정말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일어났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가 연락이 끊긴 사제지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근데 그게 글로벌 스케일...이에요. 스페인 학생과, 스페인 선생님을 이어준 한국 학생이라니.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천천히 설명드리도록 할게요.


야자시간에 갑자기 인스타 DM을 받았습니다. 제 부계로요.

사실 이전부터 계속 뭐가 날라오긴 했었는데, 스페인어로 와서 그냥 무시했습니다.

스페인어를 못해서 그러냐고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 그냥 귀찮아서 그랬어요. 솔직히.

그런데 제가 읽지 않으니 이젠 영어로 보내더군요. 하여튼, 뭔가 답장을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는 제 부계니, 본계로 연락을 해달라"라고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본계로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Adrián ~"을 아느냐? 라고 하더군요. 스페인어에서는 이름이 "이름+아버지 성+어머니 성"으로 짓습니다. 사실.. 동명이인이 나오기 힘들기도 하죠. 근데 저 분은 우리 학교 스페인 원어민 선생님이십니다. 혹시 아는 사이인가? 해서 연락을 계속 해봤죠.

아래는 상대와의 첫 번째 연락 내용입니다.

상대: Hey! Thanks for answering. As I said I was wondering if you know Adrián

(답장해줘서 고마워! 아까 말했다시피 아드리안을 아나 싶은데...)

카루: Yes, he is my Spanish teacher

(우리 스페인어 선생님이야)

상대: I saw one of your posts where you mention his name... I see.

So cool, are you still having classes with him?

(너가 게시물에다 아드리안 쌤 이름 올린 걸 봤는데...아 오케이. 선생님 수업 듣고 있니?)

카루: Not this year, but last year I did and next year I will.

By the way I still usually talk with him

(올해는 아니고, 작년이랑 내년. 근데 뭐 평소에도 자주 대화하기는 해)

상대: Oohh, thats great. I was looking for him but I lost contact. I was worried.

Is he living in Korea? Do you know where can I contact him?

(오오 그렇군. 쌤 연락처를 잃어버려서 말야. 연락하고 싶은데 좀 걱정이 되더라.

한국에 계시니? 혹시 어떻게 연락하는지 알 수 있을까?)

카루: Oh, got it. Yes, he is in Korea.

If you don't mind, I will ask him to contact you, will it be okay?

(그랬구나, 맞아. 한국에 계셔. 괜찮으면 쌤께 너에게 연락하라고 해볼게. 괜찮을까?)

상대: Suree, no problem. Although I don't know what you use in Korea to communicate,

is it Line? You can tell him he used to be my private teacher in Madrid.

I'm (상대이름) btw, nice to meet you!

(당연하지. 근데 한국에선 뭐 쓰니? 라인? 뭐.. 쌤께는 마드리드 때 과외 학생이었다고 얘기해줘.

쨌든 나는 **야, 만나서 반갑다.)

카루: We use Kakaotalk in Korea. Alright. I will tell him then.

¡Mucho gusto! Call me Aarón

(우린 카카오톡 써. 오케이, 일단 선생님께 말씀드릴게. 만나서 반가워! Aarón이라고 불러줘)

상대: Genial! Muchas gracias por todo Aarón

(좋아! Aarón, 정말 고마워.)


Aarón은 제 스페인어 이름입니다. 스페인 사람이니, Karu라는 닉네임보단 Aarón이라는 스페인 이름이 나을 것 같아서요.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하는 제 뇌피셜입니다.

자, 못참죠. 스페인어 선생님께도 똑같이 카톡을 드려봤습니다.


카루: Buenas noches, profesor. He recibiendo un DM...

Su ID es _________ (No sé que es su nombre)...¿conoces él?

Dice que quiere contactar contigo..

(안녕하세요 선생님. 방금 DM을 하나 받았는데...

아이디가 **라고 하더군요 (이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시나요?

선생님이랑 연락하고 싶다고 하네요.)

선생님: Buenas, Aarón! He terminado ahora mis clases.

eeeehh?? ________??...

Me suena familiar...pero no recuerdo...

Puedes darle mi número de teléfono +82010XXXXXXXX

Y él puede contactarme ahí, pero es un poco raro...jajaja

(Aarón 안녕! 수업이 지금 끝났네.

에ㅔ에에ㅔㅔ? ______라고?? .... 뭔가 익숙한데... 기억이 안 나...

내 전화번호 전달해줄래? 여기로 연락하라고 전해줘. 뭔가 약간 이상하긴 하다만...ㅋㅋㅋㅋㅋ)

카루: (사진을 보여주며) Es un estudiante tuyo?

(선생님 학생인가요?)

선생님: Aaaaaaaahhhh síiiiiiiii

Fue un estudiante mío cuando yo estaba en la universidad

Dile que puede contactarme por Whatsapp

(아ㅏㅏㅏㅏㅏㅏ 맞아ㅏㅏㅏㅏㅏ

대학생이었을 때 내 (과외) 학생이었어. 왓츠앱으로 연락하라고 전해줘)

카루: Qué interesante..vale!

(흥미롭네요...알겠습니다!)

선생님: Jajaja gracias, Aarón!!

(ㅋㅋㅋㅋ 고마워, Aarón!!)


참고로, No sé que ese es su nombre 여기서 es가 아니라 sea를 써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접속법까지 배우진 않아서... *** 스페인어 선생님께 여쭤보니 현재형도 상관 없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He recibiendo un mensaje de Adrián(선생님께 문자를 하나 받았어)"라고 하고 연락처를 전달해줬습니다. 그 학생은 고맙다고 하면서 "You got a friend in Madrid if you ever come to Spain!"라고 하더군요. 번역은 안 할게요. 잘못 번역하면 의미 틀어질 것 같아서. 뭐... 재밌습니다. 둘 다 스페인어와 영어를 구사하니 말하다가 막 영어했다가 스페인어했다가 그래요. (한국어는...쓰읍...)

어쨌든, 상당히 신기한 상황입니다. 갑자기 인스타에서 DM이 오고, 그게 저희 스페인 선생님이랑 관련이 되어 있고. 제가 Adrián 선생님과 친하지 않았다면, 제가 스페인어를 구사하지 못했다면, 제가 고양국제고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두 분의 재회는 이루어지지 못했겠죠.

사람과의 관계는 참 신기합니다. 누군가가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하고,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겪었던 어떠한 '우연'중 하나라도 없다면 '너'와의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었겠죠. 예를 들어, 제가 고양국제고에 입학하지 않았다고 칩시다. 그럼 저 둘은 다시 연락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인간관계는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저는 필연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제 글을 쭉 보다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좀 운명을 믿는 편이거든요. 운명론적 관점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한정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

당신 옆에 있는 사람도 당신과 그 사람이 지금까지 겪어온 일들 중 하나라도 존재하지 않았다면, 당신 곁에 없었을 사람이에요. 제가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오직 그뿐입니다. 이런 사람을 인생에서 놓칠 뻔했다니. 특히.. 정말 존경스러우신 우리 학교 선생님들. 저는 스페인어 선생님을 여기서 뵙지 않았다면 인생에서 크나큰 기회를 날려버렸을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저를 알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닐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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