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제발, 불편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말을 해!"
"괜찮아."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바로 '괜찮아'입니다. 누군가가 '괜찮아'라고 했을 때,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아요. 왜냐? 거짓말인 걸 아니까. 당장 저조차도, 괜찮다고 말하면서 정말 괜찮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게도. 아니, 가까울수록 오히려 괜찮다면서 더 감췄던 것 같아요.
저는 사람에게 상처받기 싫어요. 특히 2학기 들어서면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일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그 강도도 깊어졌고요. Karu's Story 45에서 다루기도 했습니다.
사소한 장난이 나를 이렇게 망가뜨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남의 잘못을 뒤집어쓰고자 하는 게 이렇게 후폭풍이 심한 일이었을 줄이야. 그냥 묻으려고, 귀찮으니까, 사건 축소시키려고, 빨리 끝내려고. 이유는 다양하겠죠. 그런데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이에요.
비슷한 상황이 있었어요. 애들끼리 장난치다가 불똥이 전혀 상관 없는 나에게 튀었을 때. 근데 저는 그때 굉장히 피곤하고 힘든 상태였고, 굳이 말 섞고 싶지 않았어요. 좀 사소한 시비가 붙은 것 같았는데, 한 명이 저를 가해자로 몰아가던 거였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립니다.
"누군가 나에게 잘못이나 누명을 씌운다면 그냥 받아들이자. 부정하려고 해봤자. 피곤해진다. 언젠가는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거니까."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버렸던 거죠. 그렇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매장당할 동안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 결국 내 잘못처럼 보였으니까.
근데 그때는 그걸 몰랐어요. 내가 그냥 꾹 참고 입다문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다는 걸. 오히려 그건 내 마음을 썩히는 꼴이었는데, 그걸 알게 된 후에는 너무 늦어버린 겁니다. 마음? 그게 뭐죠.
수동적 공격성. 분노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 관계 파탄내는 데 아주 제격인 악질입니다. 빨리 고치는 게 좋은데, 수동적 공격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나름대로의 배경이 있기 때문에 쉽게 저버리기도 힘든 게 사실이에요.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기 표현을 못하던 일이 반복되니 그냥 밤송이를 삼켜버리는 일이 자자했습니다. 내가 좀 식도가 긁히고 피가 터지더라도 그냥 감수하고 말지.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수록 이런 극단적인 선택이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그러면 안 될 사람들에게까지 수동적 공격성을 드러낼 정도니까요.
저도 그래요. 누군가랑 심하게 싸웠습니다. 상대가 저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요. 근데... 그래도 저에게는 그냥 '사과 하는 척'으로 보일걸요? 글쎄요. 굳이 상대방의 마음까지 헤아리고 싶진 않아요. 그쯤되면 저도 이미 마음을 닫았을 때라. 그만 사과했으면 합니다. 사과조차도 귀찮아져버리기 전에. 그럴 때 쓰는 만능 열쇠가 있죠.
"괜찮아."
대부분은 그냥 저 말 한마디에 바로 속습니다. 얼마나 편해요. '진짜 괜찮은 거 맞아?'라는 되물음이 와도, "응. 괜찮아"라고 던져주면 다들 그렇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전 제가 진짜 괜찮다고 표현할 때는 '괜찮아'라는 말을 안 씁니다. 괜찮다는 건 거짓말이니까. 적어도 전 그렇게 쓰고 있으니까.
뭐 그래요. 가짜 '괜찮아'를 통해 사건이 마무리되면, 그 다음은 어떨까요? 상대는 예전처럼 나에게 또 친근한듯 행동하겠죠. 글쎄요. 이미 난 당신에게 상처받고 마음을 접었는데. 그럼 하는 것들은 뻔합니다. 상대를 최대한 피해요.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가지 하나하나 잘라내는 겁니다. 뭐 만약 물리적인 접촉이 가능한 상대라면 주변에 얼씬도 하지 않는 방법이 있겠고,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건물을 돌아가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근데 이건 너무 내 에너지 낭비고.
메신저는 어떨까요? 크게 몇 가지 패턴이 있어요.
1) 평소와 다르게 딱딱한 말투 쓰기
2) 대답 피하기, 읽씹하기, 아예 읽지 않기
3) 이상할 정도로 '괜찮아' '응' '좋아' 등의 긍정적인 대답 사용하기
4) 카톡 프사 지우기, 상메에 은근 슬쩍 저격하기
근데 수동적 공격성을 가진 사람들이 간과하는 게 있어요.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 거죠. 참 이기적인 심보. 당신이 말하기 전까지는 상대가 당연히 모릅니다! 그러니까 제발 말 좀 하세요! ...라고 말해도, 저부터가 그러질 않는데. 뭐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모르겠어요.
수동적 공격성... 상대에게 행동하는 패턴을 아주 약간 바꿔서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이걸 일반화시킵니다. 상대가 나에게 행동하는 패턴이 조금만 달라져도, 상대가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골때리지 않나요? 자기 혼자 멋대로 단정짓고 관계를 쳐낸다니. 근데, 제가 그랬습니다.
저는 어쩌면 당신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리라 생각해요. 지금은 이미 과거의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2022년... 벌써 4년 전 이야기군요. DM할 때마다 느꼈던 건데, 당신이 이런 성격이 아니었을지. 어쩌면 당신에게 이런 성격을 전달받은 게 아닐까. 2018년 10월, 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까요. 모르겠어요.
눈엣가시에요. 볼 때마다 역겨워요. 시간이 지날수록 오해는 쌓여가고, 점점 거리는 멀어져갑니다. '저 인간이 나에게 사과를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하는 생각도 위험해요. 그게 정말 그 사람의 '잘못'인가요? 그냥 당신 혼자 그렇게 판단하던 게 아닌가요?
상대도 이쯤되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겠죠. 그래도 진전은 없습니다. 왜냐? 음... 아래 대화 예시를 보세요.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서 그래?"
"아니. 없어."
"근데 왜 그러는 거냐고! 나한테 뭔가 서운한 거라도 있는 거야?"
"없어. 괜찮아."
상대 입장에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죠. 분명 정상은 아닌데, 아무리 캐물어도 얘기를 안 해주니까. 그런데, 자기 입장에서는... 그냥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요. 그게 진짜 나쁜 겁니다. 뭐 상대가 초능력자인가요? 내가 말 안 해도 내 속마음까지 다 꿰뚫게? 말이 안 되는 걸 알아요. 그런데 그걸 바라고 있어요. 수동적 공격성은 오히려 본인과 상대 모두를 피곤하고, 힘들게 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더욱. 가깝지 않은 사이라면 그냥 상대방이 먼저 손절치면 됩니다. 간단하죠.
어쩌면 '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에게 불만을 표현하는 게 두렵거나 무서울 때. 제가 써 놓은 글을 보면 마치 수동적 공격성이 모든 악의 근원인 것처럼 써놨는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상대를 지나치게 배려해서 상처 주고 싶지 않을 때, 자신도 모르게 수동적 공격성이 발현되어 나와 상대를 오히려 더 상처 주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걸 어떻게 아냐고요? 글쎄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밈이 아닐텐데
참 어려워요. 수동적 공격성이 있다는 건 일정 부분 자학을 하기도 한다는 거니까. 그런데 제발... 여러분은 저와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주세요. 그거, 본인만 손해예요.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라나요? 양아치. 뭐 적어도 저는 제가 그렇게 보여요. 그런데도 더 최악인 건 변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거.
스마일 마스크가 씌워지면 더 답이 없어집니다. 이러면 1:1의 관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생겨요. 뭐, 제일 피해를 받는 건 역시 개인이겠지만요. 진짜 내가 무너져내리고 있는데? 도움을 청할 길이 없는 겁니다. 그저 남들에게는 쾌활한 사람으로 비춰질 뿐이니까.
'괜찮아' 한 마디가 이렇게 사람을 망칩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잘못을 했어요. 진심으로 미안함을 느끼고 사과를 했는데, 상대가 웃는 얼굴로 부드럽게 '괜찮아'라고 합니다. 아, 안심이 되나요? 상대는 별 일 없던 것처럼 행동합니다. 나는 괜찮을지 몰라요. 상대는 죽어나갑니다.
오히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 있으면 수동적 공격성은 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좋은 게 아닙니다. 수동적 공격성은 불만을 소극적으로 표출해서 나오는 문제죠. 스마일 마스크는 그런 소극적인 불만조차 표현하지 못하고 내부에 쌓아버립니다. 최악이죠. 그러다보면 언젠가 터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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