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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Novel

KN 외전 - 1. 집 데이트

by 카루 (Rolling Ress) 202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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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 본 내용은 소설임을 밝힙니다.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 카루 심의 등급: 안전

작성일: 2022/5/25 (1일간)


집돌이 커플에게는 집 데이트만한 게 없다.

같이 있고는 싶은데, 어디 나가기는 귀찮고.

대단한 발상이다. 누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

레이나의 집에 놀러갔다.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친구 사이였을 때는 한 번 놀러갔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안녕. 나 왔어."

"어 카루야.. 생각보다 일찍 왔네?"

오는 길에 스타벅스에서 조각 케이크를 두 개 사들고 왔다. 드럽게 비싸다.

식탁에 앉아서 하나씩 먹었다. 괜히 더 달게 느껴진다.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TV가 바로 보이는 자세다.

"넷플릭스나 볼까?"

"볼만한 거 있어?"

"글쎄.."

레이나는 공포나 스릴러를 좋아한다. 내가 겨우 졸라서 로맨스물을 틀긴 했는데.. 음..

솔직히 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레이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을 뿐이다.

"졸려..."

"이제 세 시인데..? 누가 보면 새벽인 줄 알겠다."

"알잖아. 우리 학교 수행 빡센거."

난 요즘 사탐방 실험 때문에 녹초가 되어가고 있다. 내 점심과 저녁시간을 모두 수행평가에 헌납해야 한다. 우와, 이게 웬....

여튼, 기껏 데이트(?) 하러 와서 잠이나 자는 것도 딱히 바람직한 일은 아니기에,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썼다. 사실 예전같았으면 아마 심장이 또 미친듯이 뛰었겠지만, 요즘 먹는 약 때문인지 그 정도로 심박 수가 높아진다든지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따스한 기운은 분명 느껴진다.

"93..."

"약 안 먹었으면 한 120 넘는 거 아냐?"

"....뭐래."

레이나가 손을 잡았다. 어째 내 손보다 뜨거웠다.

"너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잠이 쏟아진다. 이 고비만.. 이 졸음만 버티면 멀쩡하게 버틸 수 있는데 이 잠깐의 5분이 힘들다. 정신...차....ㄹ..ㅕ...ㅇ.......ㅑ...............

.

.

"카루."

"카루!"

"..ㅇ....어?"

눈이 희번뜩 떠졌다. 영화가 끝나 있다.

"으이구.. 그렇게 피곤해?"

"몰라아.. 졸려어..."

"귀척하지 마."

"..상처야."

물끄러미 레이나를 쳐다봤다. 레이나의 키는 160 중반. 나랑 10cm 가까이 차이가 난다. 소위 '깔보는' 듯한 자세가 만들어진다. 아 물론, 내가 이렇게 말 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건 일부러 부담 주려고 그러는 거긴 하지만. 사실 이 정도.. 가지고 상처를 받진 않는다. 근데. 기분 나빠.

"알았어. 미안해."

"헤헤헤"

강아지를 키우다보니 내가 강아지가 되어버렸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는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경험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레이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다. 내가 영미 문학 읽기 시간에 제출했던 작품 속에선 곰이 결국 총 맞아 죽었다. 사랑하는 달을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달? 그래.

"I love you...."

"?"

".. to the moon and back."

I love you to the moon and back.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이다. 뜻은 알아서 찾아보시길. 내 블로그에도 있다. 어쨌든, 레이나를 보고 있자면 뭐랄까... 그 문장을 심장에 타투하는 느낌이다. 레이나의 피부는 진짜 하얗다. 투명해서 핏줄이 다 비칠 것만 같다. (물론 실제로 그렇진 않다. 그럼 그게 사람인가? 좀비지.) 한 대 맞을 것 같다. 아니 근데 셰익스피어도 my mistress eyes are nothing like the sun으로 자기 애인 깠잖아. 각설하고, 그만큼 아껴주고 싶다. 지켜주고 싶다.

"..카루."

"어?"

"뭘 그렇게 쳐다봐?"

"아냐.."

슬쩍 쳐다보면서도 멍때릴 때가 있다. 그건 그냥 레이나를 넋 놓고 쳐다보고 있을 때. 뭔가 내 몸의 모든 감각기관이 활동을 멈추고 레이나에게 쏠리는 것 같다. 요즘에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있는데, 사랑...을 이런 식으로 가르쳐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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