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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의 참회

by 카루 (Rolling Ress) 2020.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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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필평가 첫 날이 끝났어요. 제가 왜 이렇게 화목할까요

시험을 말아먹었거든요 하하하하하 정신 나감

아, 정신 차리고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조만간 11기를 위한 분들의 질문 목록에 하나가 추가되겠군요. "가장 절망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라고. 사실 제가 이번에 방심했는지 아니면 긴장을 못 한 건지 시험 점수가 처참하게 무너져내렸습니다. 지필평가만 봐서는 (저로서는) 역대급 최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사실 걱정이 많이 됩니다. 지난번 글을 보셨을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저번 시험 첫 날에 응급실을 가느라 결시를 해 버렸거든요. 이유는 알 수 없어요. 저도 제가 지금 무슨 병인지 모릅니다. 다만 속이 울렁거리고 밥을 먹을 수가 없다는 증상만 알 뿐. 근데 그게 5달 째 지속되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야간심화학습 프로젝트 NOCHES/NOCHE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스터디 그룹인데, 각종 수행평가 및 학교 일정을 공지하고 다같이 대비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만들었기에 암묵적으로 제가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어며 모든 내용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수행평가를 준비할 때도 제가 자료를 전부 찾아서 공지를 하거나, 선택 과목 신청 등 중요한 결정 시에는 같이 분석하고 상담해주는 역할도 겸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좋아요. 그리고 친구들도 제 도움을 많이 받았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저에게는 다소 무리였나 봅니다. 남들을 챙겨주면서 정작 저 자신은 챙겨주지 못했고, 저는 결국 최하점을 깔면서 아무런 대비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지난 날들에 후회를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저 자신도 챙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챙기겠습니까. 저에게는 과분한 일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그 결과는 이번 지필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요즘 제가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입니다. 순간적인 우울감이 들 때도 있고, 평소의 저와는 다른 제가 활동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쾌활했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울어버릴 때도 있고, 5개월 넘게 지속되는 이 위염 비슷한 증상 때문에 밥을 먹는 것 조차 힘들어서 하루하루 버텨가는 것 자체가 지겨워질 때가 있었습니다, 아니 많았습니다. 그냥 시간이 가는 것 마저 저를 지치게 만들었어요.

그래도 저는 항상 1위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니, 1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잘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비교적'이 대체 무슨 뜻이었을까요. 지난 번 보다 성적이 더 떨어지면서 저는 첫날부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이럴 때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나보다 잘한 친구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자책하는 것과, 나보다 못한 친구들을 보면서 그나마 위안을 얻는 방법이 있죠. 물론 둘 다 의미도 없고 치졸한 방법입니다. 남과 비교하는 것 만큼 무식한 짓이 없더라고요.

제가 면접 준비 글에서 계속 말씀드렸죠,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요.

그런데 그만 제 말에 제가 모순되는 행동을 해 버렸네요. 저는 결국 전자를 선택했습니다. 순간적으로 울화가 치밀더니 그만 또다시 구토를 하고 말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지금도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습니다.

모두가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알아요.

항상 1등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1등하고 싶은 욕구, 남들보다 잘 하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래왔고, 그렇기도 하고요. 제가 고양국제고에 입학해서 미래를 향해 뽑아든 칼은 결국 제 자신의 목을 향했습니다.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결국엔 저의 목을 스스로 짓눌렀습니다. 그 결과는 결국 참담했지요.

백세희 님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속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합니다.

어쩌면 정말 바닥까지는 가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우리가 물에 빠져도 발이 땅에 닿으면 안심하잖아요. 딛고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바닥이 어딘지 모른다면 공포감이 어마어마하겠죠? 아예 바닥을 쳐 보는 것도 좋아요. 지금보다 더 큰 좌절감과 외로움을 느껴보는 거죠.

백세희,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2018)

왜 불안한 걸까요? 사실 이쯤되면 모두가 강조하는 게 생깁니다. 바로, "상승곡선"입니다. 대입 때에도 스토리를 짜기에 정말 좋기 때문에 그렇죠. 처음에는 미숙했는데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성공했다....라는 '뻔한' 이야기. 그래서인지 낮은 등급에서 '시작'하는 건 별 개의치 않지만 잘 하다가 중간에 '추락'하는 경우에는 질타가 쏟아지게 됩니다. 주변 시선은 개의치 않아요.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심술을 부리는 거죠.

이쯤되면 새로운 결심을 합니다. 이게 시작이라고, 아예 바닥까지 가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더 떨어지지 않는 위치라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대신 그 위치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는 있겠죠. 대학 입시가 왜 이렇게까지 서로를 치고받게 하고 싸우게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훌륭한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학생들이 좋은 곳에 가서 질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지금은 뭔가 이상합니다. 레드오션 같다고 할까요. 학생들이 모두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그런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뭔가 달라지겠지라고 내 자신을 위로하듯 세뇌하면서. 오늘 본 과목들에 대해 한탄할 새도 없이 내일 볼 과목들을 준비합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있죠. "나 오늘부터 빡공할거야!(열심히 공부할 거야!)" -- 99%가 거짓말입니다. 저는 그래요. 공부를 왜 하나요?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자기주도적인 학습은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자신이 목표가 있다면 못할 일이 없겠죠. 저는 목표가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불확실하고 흔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목표를 정할 때 나 자신을 기준으로 목표를 정해야지 상대를 목표로 잡으면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나 이번 시험에서는 쟤보다 더 잘 볼거야!" 따위 같은 목표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그랬어요. 그리고 저는 결국 그들에게 아주 높은 점수 차로 패했습니다. 나 혼자 싸우고 나 혼자 상처받고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경쟁이었죠. 이렇게 상대를 정해서 목표를 세워버리면 그 상대랑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상대가 모르게 하세요. 아니, 그냥 아예 하지 마세요. 결국 최후의 경쟁자는 자기 자신입니다.

학교에서 주어준 칼을 가지고 여러분은 선택을 하게 될 겁니다. 여러분 앞에 놓인 장애물을 처리하는 데 쓰겠습니까, 자기 자신을 겨냥하는 데 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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