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즈베리파이를 처음 접한 게 2018년이었다. 그 후 몇년 간 라즈베리파이로 '노트북'을 만들어보고자 했고, 그 와중에 라즈베리파이 2B, 3B, 3B+를 노트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케이스가 있다고 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름은 Pi-Top. 말 그대로 파이탑이다. 기존에 일일이 조립하던 Pi-Top v1에서 키보드가 커지고 모듈 형식으로 바뀐 Pi-Top v2가 출시되었다. 나는 이 버전을 사용한다. 후에 이름이 Pi-Top [3]로 바뀌었다. 현재는 라즈베리파이 4B 전용 Pi-Top [4]가 나왔으나 그건 1, 2, 3과는 다르게 노트북이 아니라 데스크탑 형태이다. 일반적인 라즈베리파이 케이스와 모양과 형태가 비슷하다. 노트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11인치 전용 태블릿 모듈을 사서 Pi-Top 4를 그 뒤에 붙인 다음(...) 키보드 커버를 연결해주면 된다...고는 하는데, 여러모로 Pi-Top [3] 보다 너프를 많이 먹었다. 전통적인 랩탑 형태도 잃었을 뿐더러 배터리도 크게 감소했다.
자, 아무튼 현재 Pi-Top v1은 단종되었으며 노트북 형태의 Pi-Top [3] (=Pi-Top v2)와 미니 데스크탑 형태의 Pi-Top 4를 구매 가능하다.
위 두 장의 사진은 각각 구 Pi-Top v1과 신형 Pi-Top [3]이며, 키보드가 고정인 [1]과는 달리 [3]에는 레일이 붙어서 키보드 크기가 커지고 터치패드가 아래로 내려왔다. 클릭 버튼도 터치패드에 통합되었다. 아래는 Pi-Top [4]의 사진이며, 포장지에 그려진 것 처럼 하나의 데스크탑으로써 작동한다. 노트북 모듈에서 사용할 때는 저렇게 본체를 뒤에다 붙여서 그 상태로 들고 다녀야 한다(...) 누가 저러고 싶어할까? 즉 노트북이 노트북이 아니란 뜻. 그래서 난 진짜 노트북이라고 부를 수 있는 Pi-Top [3]를 구매했다.
우선 구매는 pi-top.com 공식 사이트와 전자부품 직구 사이트인 Arrow.com에서 직구할 수 있다. 국내에선 팔지도 않고, 구매 대행을 해 주지도 않는다. 어렵진 않으니 걱정하진 마시길.
www.arrow.com/en/products/ptiugr200001/pi-top
가장 중요한 가격은 Pi-Top [3] 기준 노트북 케이스가 $284.99이다. 라즈베리파이는 $35를 내면 추가 가능하다. arrow.com에서는 조금 더 싼 $270에 판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Arrow를 통한 구매를 추천한다. 실제로 구매 팁을 얻기도 쉽고, 무엇보다 내가 여기서 구매했는데 제품에 살짝 이상이 있어서 문의를 넣었더니 빠르게 대응을 해 줬다. 충분히 믿을만 하다. 배송은 약 $40정도를 내고 UPS로 진행했다.
언박싱 - Unboxing
이렇게 큰 박스에 배송이 된다. 안에는 종이로 잘 포장되어있으니 운송 중 충격 등에서는 딱히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했다. 무엇보다, 이 제품 자체가 떨어트려도 크게 문제가 없다(...)
둘둘 말려진 종이를 치우면 이렇게 Pi-Top 본체가 나온다. 위는 추가로 장착 가능한 pi-topPULSE와 pi-topPROTO이다.
박스를 열면 위에 설명서가 있고 형광 연두색의 본체가 놓여있다. 당연히 플라스틱인데 왠지 무겁게 느껴진다. 참고로 직구 상품이니 당연히 키보드에 한글 각인이 없다. 사실 난 이런 키보드를 더 좋아한다. 깔끔하고 지저분하지 않아서 그렇다.
키보드를 내리면 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 레인이 있다. 사용설명서를 보면서 잘 따라하면 된다. Pi-Top 허브의 왼쪽에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라즈베리파이 3B+를 꽂았다. 안쪽에 USB 2개를 사용하므로 잘 보고 장착해야 한다. 다만 뽑기운인지 내 건 USB 단자부분이 살짝 휘어져 있어서 위처럼 나사 구멍 일부가 맞지 않았다. 큰 문제는 없지만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냥 참고 쓰기로 했다.
어딘가에 검지손가락을 살짝 베였다. 여러분들도 조심하시길. 아무튼 그 위에 위에 보이는 Pi-Top 브릿지를 장착해주면 끝난다. 이건 라즈베리파이의 GPIO와 Pi_Top의 배터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전원 공급 장치란 뜻. 그리고 이게 금속부분이 라즈베리파이의 CPU와 접하게 되어 있어서 쿨링 히트싱크의 역할도 겸한다. 상당히 머리를 잘 썼다. 다만 실사용시 이게 있어도 온도가 50~60도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가끔은 키보드를 열고 이 위에 히트싱크를 붙이거나 USB 선풍기로 바람을 불어줄 때도 있다...
첫 인상 & 성능
라즈베리파이 케이스..?인 만큼 성능은 장착된 라즈베리파이의 성능을 그대로 따라간다. 우선 장착할 수 있는 라즈베리파이는 B 시리즈들이며, 그 중에서도 폼펙터를 같이 하는 라즈베리파이 B+, 2B, 3B, 3B+가 장착 가능하다. 4B는 HDMI가 위치가 바뀌어서 사용 불가. 아마 대부분 3B를 쓸 것이다. ASUS의 팅커 보드 (S)도 장착이 가능하다. 유튜브에 영상이 있다. RockPi4도 장착이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아직 불명.
사양은 이렇다.
SoC |
Broadcom BCM2837B0 So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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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
1.4GHz ARM Cortex A53 MP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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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 |
1GB LPDDR2, 이를 GPU와 공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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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 |
10/100/1000 Mbps 기가비트 이더넷 지원(최대 300Mp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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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less |
Wi-Fi 5 (802.11ac) 및 블루투스 4.2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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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MI |
컴포지트 HDMI rev 1.3 & 1.4 DS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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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
USB 2.0 x4포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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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
40핀 GPIO, 4핀 PoE, IIC, UART, CSI, DSI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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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팅 |
micro SD 지원, USB 부팅 지원 |
여기까지는 파이 3B+의 사양이다. 아래부터는 파이탑의 사양.
디스플레이 |
14인치 1920x1080 FHD (TN 패널로 추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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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
Li-ion 폴리머 11.1V 3500mAh, 38.85 Wh |
|
키보드 |
105mm 슬라이딩 키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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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패드 |
제스쳐 지원 104x75mm 터치패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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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포트 |
USB 2.0 x2, RJ45 LAN, Audio OUT, DC 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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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포트 |
USB 2.0 x1, 모듈 레인 포트로 GPIO 확장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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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
별도 모듈을 통해 추가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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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 |
플라스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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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장난아니게 무거움 |
우선 이 노트북은 일반 사용자가 구매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개발자용'노트북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FOR DEVELOPERS"라는 문구가 크게 쓰여있다. 따라서 이런걸로 게임을 하거나..할 생각이라면 접는 게 좋다. 훨씬 더 싸고 좋은 노트북이 많이 있다. 이건 라즈베리파이를 통해 개발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노트북이다.
운영체제는 자체 OS인 pi-topOS Sirius를 탑재했다. 원래는 8GB SD카드에 Polaris 버전(라즈비안 Jessie?)을 탑재해서 윈도우 8과 비슷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했으나 성능을 위해서 대시보드를 버리고 라즈비안 Buster 기반의 새 OS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훨씬 더 깔끔해지고 예뻐진 아이콘들이 마음에 든다. 시리우스 베타버전 때 부터 사용했었는데 정식으로 업그레이드 된 후 메모리 사용량도 줄었다.
이건 구 버전 Polaris 이다. 윈도우 8의 시작화면과 꽤 닮아 있다. 저 상태에서도 여러 작업이 가능하다. 데스크탑을 누르면 작업표시줄이 있는 바탕화면으로 이동한다. 후속작인 Sirius에선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꽤 아쉬운 부분인데, 파이탑만의 특징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다.
Sirius이다. 전반적으로 아이콘들이 상당히 잘 다듬어지고 예뻐졌으며, 여러 면에서 최적화가 되었는지 속도도 빨라지고 리소스 사용량도 줄은 것 같다. 다만 이러한 성능이 위의 대시보드를 제거함으로써 얻어 진 거라... 아이러니.
이 노트북은 다양한 모듈을 통해 확장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라즈베리파이의 GPIO를 자주 이용했다면 Pi-Top을 통해 다양하게 코딩하며 사용할 수도 있다. 휴대용 라즈베리파이로 적합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모니터 패널이 무슨 싸구려 TN 패널을 주워다 썼는지 노트북을 내 왼쪽이나 오른쪽에 두면 화면이 아예 안 보인다. 시야각이 정말 나쁘다. 이게 과연 돈 받고 파는 물건이 맞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전체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으면서 안의 금속 레일 때문에 무게가 전반적으로 무겁다. 라즈베리파이 특성상 발열이 꽤나 심하며, 브릿지 방열판이 있어도 열은 올라온다. 특히나 쿨링팬이 없으니 조용하긴 하지만 무릎에 놓고 쓰다간 왼쪽 무릎이 익어버릴 것이다. 파이가 있는 그 부분만 발열이 아주 심하다. 터치패드도 쓰다보면 까끌거려서 손에 불이 난 것 같다.
키보드다. 정말 끔찍한 레이아웃을 자랑한다. 무슨 생각으로 왼쪽 Shift키를 잘라먹고 저 자리에 부등호를 넣었는지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 의외로 오른쪽 쉬프트 키를 잘라먹은 방향키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요즘 경량화에 목이 매여서 얇게 디자인하느라 키감을 아예 종이 누르는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드는 노트북보다는 그나마 낫다. 키 누르는 느낌은 꽤 괜찮은 편이다. 깊이도 괜찮고 데스크탑 키보드 쓰다 이걸 쓰면 처음엔 조금 가볍게 느껴지지만 익숙해지면 데스크탑 키보드가 불편해질 정도로 손맛이 좋다.
두께는 대략 3~4cm 되는 것 같다. 무식하게 두꺼운 무게 덕분에 키보드 칠 때 손이 편안하다(!?) 디자인도 나쁘지는 않아서 밖에 들고 다니면 상당히 튀면서도 예쁜 색상이다.
현재 모습
여러 스티커가 눈에 띈다. 터치패드에 저 라즈베리, 그리고 왼쪽 팜레스트에 잘 안 보이는 칼리 리눅스 스티커, 메뉴키의 R 스티커 등등..
안의 레일은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참고로 흰색 종이같은 케이블은 카메라다. 8MP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노트북 뒷면을 드릴로 뚫어서 구멍을 내 줘야 한다. 그리고 내부 USB 포트에는 Swap 파일을 저장할 USB 메모리가 물려 있으며, 모듈 레인에는 GPIO입출력을 담당하는 pi-topPROTO+(구멍 무수히 많이 뚫린 부품)와 소리 입출력 및 LED 출력을 담당하는 pi-topPULSE가 직렬로 연결되어있다. 현재 PULSE는 단종되었는지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 이게 아마존 알렉사를 지원했는데,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되면서 대시보드를 누락시킨 탓에 알렉사 지원도 끊겨 판매하지 않는 듯 하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비상용으로 쓸 방열판을 무더기로 저장해두고 있다. 여차하면 과열된 본체 위에 저걸 다닥다닥 붙여서 입으로 불어줘야 한다.
사용자가 적은 것 같아 아쉽다. 국내에서도 pi-top 사용기가 얼마 없어서..
아무튼 DIY제품인 만큼 바디는 3D 프린팅 된 플라스틱이고, 가운데 힌지는 무려 고무(!)이다.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운영체제는 리눅스인 라즈비안을 돌린다. 참고로 여기 들어가는 CPU는 ARM, 즉 핸드폰 AP와 동일하기 때문에 이걸로 뭐 게임을 할 생각이라면..접는 게 좋다.
여기까지 Pi-Top 3 에 대한 설명을 마친다. 혹시나 구입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걸 꼭 구매하라고 말씀은 못 드리겠다. 하지만,
정말로 라즈베리파이를 좋아하고 완성도 높은 노트북을 만들고 싶다면 하나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싸구려 패널을 감안하고 라즈베리파이의 확장성을 최대로 쓰고 싶은 사람 & 라즈베리파이로 쓸 만한 노트북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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