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요즘 정말 생각이 많아지네요.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너무 힘들어요. 11기, 그리고 미래의 12기 여러분께 죄책감까지 들기도 합니다. 저와 같은 길을 걷지 말라고요. 이 글에선 다루지 않겠지만, 차차 알게 되실 겁니다. 뭐, 굳이 알고 싶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고양국제고, 좋습니다. 좋은 학교는 맞습니다. 제가 쓴 글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너무 행복해요. 선생님들도 좋고, 친구들도 좋고, 무엇보다 제가 계속 강조했듯이 이 학교에 다니면서 제가 능동적으로 공부하고, 정말 문자 그대로 "살아있다"라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기 때문입니다.
2학년 2학기, 이제 절반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하필 저희 기수, 10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코로나가 함께하죠.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도 절반 정도밖에 못 오고, 그마저도 다양한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반쪽짜리 고양국제고가 되었습니다. 전 솔직히 매우 억울합니다. 일생에서 단 한 번 뿐인 고등학교 생활을, 그것도 자소서랑 면접까지 정말 피눈물을 흘리면서 준비했는데 결과가 이거라니?
네, 뭐...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고등학교는 그저 대학 입학을 위한 "과정"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요. 저는 솔직히 대학에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충분히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대학에서 못 배우는 것들을 지금 배우고 있을 수도 있죠. 저도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고양국제고만의 특별한 수업과 커리큘럼은 계속해서 기억에 남을 겁니다. 그만큼 가치가 있어요.
그런데,
...어디 이 사회가 그렇게 쉽습니까. 능력주의, 학벌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에서. 사람의 등급은 출신 대학에 따라 결정됩니다. 뭐... 어른들 말씀 들어보면 인생에서 대학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하시는데, 저희 생각은 다릅니다. 무엇보다, 그게 저희의 간판이에요. 아무리 부모님께서 대학에 매진할 필요 없다고 하셔도,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선생님들의 기대까지 받다보면 그 부담감은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이 사회는 대학만이 무조건 인생의 열쇠라고 말해주는 것 같네요.
"Q: 정말로 대학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아닙니다. 저는 지금 당장이라도 취업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누군가 저를 뽑아주기만 한다면. 혹은 지금 당장 개인 개발자로 살아가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뭐가 됐든 저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게 쉽지 않죠. 중졸(고등학교를 그만둔다면...중졸이죠) 프로그래머? 좋게 보는 곳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렇다고 제가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말이죠.
그런데, 제가 작년에 많이 아파서 응급실에도 몇 번 다니고 그랬었는데,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저희를 위해 일부러 부담주고, 자극하는 것이지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까지 힘들어할 필요 없다고요. 조금 안심이 되긴 했는데, 거기서 끝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요, 이 학교 밖으로만 눈을 돌려도 한결 편해집니다. 내가 굉장히 상위권에 올라간 기분입니다. 그런데, '기분'만 그래요.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아래만 쳐다보니 내가 제일 높아보이는 거죠.
누군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밑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어. 넌 충분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아니요.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나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위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서열화시켜두고 "위에 있다 / 아래에 있다"라고
비교할 수 있는 걸까요?
특목고의 양날의 검이 이겁니다. 죽어라 수행을 하고 죽어라 시험 대비를 해도 내신 등급이 안 나오는 것. 특히나 교육부가 대놓고 특목고(특히 외고, 국제고)를 죽이려고 하면서 대입에서도 메리트를 잃고 있죠. 물론 이 학교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근데 죽어나가는 건 학생들이에요.
오죽하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퇴자가 점점 늘어나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정말로 확실한 목표와 방향이 있다면, 저는 자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혜택을 저버릴 수밖에 없는 선택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뭐 그것 마저도 제가 뭐라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요.
저는 제 친구들에게 항상 같은 얘기를 합니다. 1년만 딱 버티자고. 힘들더라도, 1년 뒤에 꼭 원하는 곳에 들어가서 웃으면서 보자고. 약속이자, 권고이자, 강제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버리기 싫어집니다. 집단지성일까요. NOCHES, 소소하게 저의 발판을 넓혀준 5명의 친구들. 적어도 NOCHES만큼은 반드시 챙기고 싶습니다. 제 블로그에 NOCHES/NOCHES+ 카테고리가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학교를 떠나가면 무슨 기분이 들까요. 글쎄요. 저는 잃고 싶지 않습니다. NOCHES 로고에 다섯 개의 별이 있는데, 다섯 명의 원년멤버를 뜻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노체스는 커녕 노플도 나락이 되겠죠. 끌고 갈 겁니다.
마침 최근에 저를 끌어주는 사람이 다시 나타났어요. 5년만에. 혜성같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이 악물고, 그분의 뒤를 따르기 위해 또다른 '발악'을 해볼까 합니다. 1년 뒤, 적어도 그 혜성의 주위에라도 있어야 미래의 나에게도, 그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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