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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나를 괴롭히던 것, 병원신세는 죄악

by 카루 (Rolling Ress)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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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드디어, 이 고질적인 문제를 찾았습니다.

 

작년부터 제가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크게 고생했다고 했죠. 거의 등교수업 하자마자 증상이 생겼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 1년이 넘었네요. 뭔 놈의 질병이 이렇게 오래 가는 걸까요.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1년동안 관찰하다보니 몇 가지의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참고로, 오늘 하고 싶은 얘기와도 연관이 있어요.

 

1. 근본적인 원인은 심리적인 요인, 스트레스다.

 

1학년 때는 몰랐어요. 원하는 학교에 들어와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제 몸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아마 엄청난 피로와 스트레스에 물들어 있었을 겁니다. 특히 격주 등교 때문에 몸이 쉽게 적응하지 못한 것도 한 몫 했겠죠. 줄어버린 잠은 물론이고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피폐해졌기에 이게 심각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계속해서 스트레스 관리 잘 하라는 이유가 이겁니다. 만병의 근원, 여러분이 고생하지 않게끔.

 

2. 마음을 편안히 갖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다보면 증상이 매우 개선된다.

 

올해 8월달까진 그랬어요. 2학년 올라서면서부터, 증상이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반 년 동안 복용했던 약을 끊어도 큰 무리 없이 생활이 가능했으니까요. 물론 괜찮아졌다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울렁거리고 밥을 못 먹는 증상은 계속되었지만서도. 뭐… 투정을 부리자면 저도 학교 급식 맛있게 잘 먹어보는 게 소원이네요. 우리 학교 먹을 거 굉장히 많은데….

 

3. 수행을 앞두고, 시험을 앞두고, 혹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매우 심각해진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어지러움,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확 받거나 짜잘짜잘한 스트레스가 누적이 되면 저렇게 핑 돌거나, 갑자기 구역감이 들거나, 심한 경우 발작을 일으키기까지 했습니다. 이게 다 올해 안에 일어났던 거예요. 아, 앞에 둘은 어제도 그랬었네요. 기숙사 입소 당일에.

 

4. 병원에서 검사를 이것저것 진행해봐도 정상으로 나온다.

 

1번에 힘을 실어주죠. 맞아요. 복부초음파, X-ray, 혈액검사, ...등등 별걸 다 해봐도 멀쩡하다고 뜹니다. 아직 하지 않은 건 위내시경인데, 학생을 대상으로 한 위내시경은 딱히 권장하지 않는 분위기더군요. 그리고 저도 무서워서(…) 안 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거 하면 바로 잡힐 것 같긴 해요.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이면 바로 진단이 될테니까.

 

그래서, 제 결론은 스트레스로 인한 역류성 식도염입니다. "아니 뭔 의사도 아니면서 병을 자기가 진단해?" 뭐...반쯤은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병원을 몇 개월동안 다녔음에도 뚜렷하게 진단이 안 나온 걸 보면… 아니 무엇보다, 병원에서 항상 처방받았던 약이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였습니다. 위산이 역류한다는 증상은 이미 진단을 받았었고요. 그나저나 한 가지 의아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파국에 가까웠던 중학교 시절에는 왜 이런 일이 안 일어났냐는 거예요. 그때는 지금보다 (적어도 정신적으로는) 더 힘들었는데, 왜일까요. 오히려 그 때는 이런 신체적 질병까진 오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아님 고양국제고에 와서 받은 스트레스를 제가 의식하지 못했던지.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위산이 과다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딱 그 경우였거든요. 그냥 제 뇌피셜이긴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그게 실제 몸의 질병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네요. 일단 한 번 증상이 발현되면, 그 때부터는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미 망가진 몸을 마음가짐만으로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뭐든 문제가 생기기 전에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저처럼 막 학교까지 와서 몸과 마음이 무너진 채로 응급실 라이프나 보내지 말고... 가뜩이나 학교에서 나가지도 못하는데 밥도 못 먹으면 그게 얼마나 서러운 줄 아십니까. 제발, 제발 여러분만의 생활패턴을 갖고 스트레스를 푸는 법도 만들어두세요. 고양국제고 뿐 아니라, 앞으로 여러분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겁니다.

 

혹시라도 나와 같은 증상을 겪을 당신을 위해.

혼자서 너무 걱정하지 않게끔 나의 이야기를 바칩니다.


 

어제 심하게 속이 뒤집어졌다. 시험기간을 앞둔 입소라서? 잠이 충분하지 못해서?

모르겠다. 1년 동안 이런 증상이 반복되니 이제 그냥 무뎌질 지경. 지겹다. 지친다. 진심으로.

월요일 아침에 크게 속이 뒤집혔다. 헛구역질이 심해져서 밥도 먹지 못할 정도로. 그냥 학교에 올라가서 인스턴트 죽을 먹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대충 끼니를 떼우고도 속이 심하게 울렁거렸다. 비상용으로 가져온 모틸리톤과 파자임을 먹으려고 했으...나, 그대로 넘기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했다. 항상 이런 식이다. 실제로 뭔가를 게워내거나 하진 않고, 항상 헛구역질만 심하게 한다. 한 번 시작하면 진정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교실에 앉아서 물을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발작이 일어났다. 1년에 두 번, 스트레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면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2월에도 그랬다. 손이 전동기마냥 미친듯이 떨렸고, 교실을 뛰쳐나왔다. 가만히 있으면 더 미쳐버릴 것 같아서. 어지럽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급하게 담임선생님을 불렀다. 교무실에 끌려(?)가 선생님들께서 진정시켜 주셨고, 이내 보건선생님께서 오셔서 산소호흡기를 가져오셨다. 그새 진정이 됐다. 발작과 호흡곤란은 약 3~4분 정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이후 계속 모틸리톤과 파자임 정제를 먹으며 간신히 버텼다. 화요일 아침, 여전히 속이 울렁거렸고 밥을 거의 못 먹었다. 쌀밥 반 숟가락. 끝.

일산병원에 갔다. 가자마자 외래 진료를 잡고 의사선생님 말씀을 들었다. 역류성 식도염과 비슷한 증세가 맞다. 뭔진 몰라도 지금 내 위가 기능상으로 문제가 있고, 위산이 계속 역류하는 상태라고 하셨다.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그렇다. 위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 작용을 멈춘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좀 문제가 있던 게 확연히 보였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채혈까지 하고 혈액 검사 결과를 봤는데, 간수치나 소화 효소 수치 등 대부분의 소견은 모두 정상이었다. 그러니까, 단지 스트레스로 인해 위가 고장난 상태라는 뜻. 복부 엑스레이 사진에 확연히 드러나있었다. 이건 확실히 보인다. 굳이 내시경으로 헤집지 않아도.

일산병원에서 세 시간을 보냈다. 채혈하고, 엑스레이 찍고, 마치 테마파크와 같은 거대한 시설을 뺑뺑이로 계속 돌아다녔다. (준)종합병원은 이래서 다니기 힘들다. 체력소모가 심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 장례식장 표지판이 떡하니 있는 걸 보면, 마음이 갑자기 안 좋아진다.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삶의 끝자락에 들어선 사람들을 병원에 잠시 두고, 회복된 사람들은 다시 사회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바로 다음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아 마음이 썩 좋진 않았다. 쓰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주제에서 벗어나므로 그만하도록 하겠다.

학교에 왔다. 마침 3교시가 Lubi쌤 Presentation 수행 시간이었다. 내가 발표였는데, 수업 종료 10분전에 딱 들어왔다. 호흡을 가다듬고, 바로 발표를 시작했다. 웃긴 일이다. 병원에서 막 달려와서 PPT나 하는 꼴이라니. 그런데 우리 사회가 그렇다. 아프면 죄다. 아프지 않은 것도 복이다. 아픈 사람은 살아갈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나 학생 때는, 질병결설도 엄연히 '결석'으로 처리된다.

누구는 아프고 싶어서 아픈가? 뭐, 꾀병으로 지각해서 질병결석으로 처리된다면 할 말 없지만, 이건 다른 방법이 없잖아. 진심으로, 무식하게 버티다가 정말 심각한 상황까지 가면 누가 책임져줄 수가 있나? 학교에서 있다가 내가 쓰러질 수도 있는데. 작년처럼 피치못하게 응급실에 입원할 수도 있는 건데. 그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대학에서도 질병결과의 사유를 자소서에 적으라고 하는 걸 보면, 분명히 개근한 학생과 질병결석이 몇 개 있는 학생을 보면 그 첫인상부터 차이가 날 것임은 분명하다. 내가 입학사정관이었어도 그랬을 것이다. 실상은 그들만이 알겠지만.

여러분께 한 마디 하겠다. 스트레스. 제발 그거 관리 좀 해라. 나도 못 하는데 남에게 요구하는 꼴이 상당히 우스꽝스럽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이 세상을 살아갈 수가 없다. 작년부터, 고등학교 중퇴를 몇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른다. 아파서.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그냥 내가 아파서. 더 이상 이 학교에서 살아갈 자신이 생기지 않아서 그렇다.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그렇다고 누가 알아주나? 아니. 오히려 환자가 생기면 짐으로 생각한다. 이게 현실이다. 당신을 챙길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프지 말길. 스트레스 받지 않길. 그 스트레스가 이미 몸의 증상으로 구현되었다면, 늦었다. 꼭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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