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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사회적 매장

by 카루 (Rolling Ress)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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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제목은 많은 것들을 함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본문 내용을 모두 포괄해야 하고요. 그러면서도 저는 제목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합니다. 이 글을 읽어보면서, 왜 제가 굳이 제목을 '사회적 매장'이라고 썼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으실 거예요.

참고로 Karu's story 시리즈는 그냥 제가 겪은 일을 수필 내지는 일기? 형식으로 쓰는 거니, 그냥 가볍게만 읽어주세요.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잡썰로만 봐주세요.


9월의 마지막 밤, 운동장에서 트랙을 돌며 별들을 찍었다. 멀리서 목성과 토성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찍혔다. 마침 반 친구 둘을 만났는데, "목성이 여기서 보여?"라고 던졌던 나의 물음을 후회한다. 저런. 모르는 건 나였다.

꿈동 벽면에 기대 운동장쪽 하늘을 찍으면 이런 사진이 나온다. 이 사진에만 별이 35개 이상 찍혔다. 가장 큰 것 둘은 행성처럼 보인다. 일반적인 별이라면 저런 식으로 빛나지 않는다. 특히 오른쪽 아래의 빛나는 물체는 토성처럼 보인다. 확대해보면 고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물론 블로그에 업로드한 이 사진으로는 화소수가 줄어 보이지 않겠지만.

1편의 주제가 뭐였지? 대학 진학이었다. 오, 세상에. 징징대는 것 같아서 딱 질색이긴 한데, 몸이 병신이면 뭘 해도 안 된다. 오, 세상에! 뭔가 마치 대단한 이치를 깨달은 것처럼 서술하고 있지만, 약간 패닉에서 나오는 나의 의식의 흐름이다.

보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고등학교에서는 병결 및 휴식의 절차가 꽤 빡세고 까다롭다고 한다. 당장 중학교 때만 해도 건강상의 이유로 1시간동안 누워있는 것은 출석 인정 처리를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보건실에 15분 이상 있을 경우 결과(수업 결석)로 처리된다.

아프면 결과 처리가 되고, 그게 생기부에 남아서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고? 이게 무슨 비상식적인 제도인가? 난 그냥 도망치고 싶다. 남들이 뭐라 생각할지 몰라도, 이 사회 체계를 순응하고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또라이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다.

고등학교 수업도 맞지 않다. 흥미가 없다. 그래도 고양국제고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토의토론 수업이 많고, 고양국제고에서만 얻어갈 수 있는 것들도 많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이 학교에 다니면서 나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둘씩 잃어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당신이 꿈을 이뤘다. 돈을 많이 벌고, 평생의 목표를 이루고,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사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친구를 갖고. 그런데 내일 죽는다. 당신은 행복할까? 뭐... 난 잘 모르겠다. 항상 담임선생님께서 나보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셨다. 1학년 때도, 2학년 때도 그러셨다. "건강이 없으면 물질적인 걸 충족한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는데." 모순적이지 않은가. 고3병이 왜 일어나는지 생각해보라.

나는 공동체 속에 갇혀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오해하지 마라. 공동체 형성을 싫어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가 항상 강조하던 공동체 역량, 이제는 질릴 정도로 듣지 않았는가. 그러나 그 공동체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경쟁을 일으킨다면 본질이 훼손된 것이다. 없으니만 못한 정도로.

그런 의미에서 나는 혼자가 편하다. 무언가 연구하고, 몰두하고 이런 것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크게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다. 때에 따라선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쳐내고 혼자만 살고자 한다면, 외톨이 되기 딱 좋다. 난 그게 싫다. 혼자서는 못 산다는 걸 알기에. 내가 면접 문제에 뭐라고 답했는지 안다면, 내가 공동체에 대해 어떤 생각과 신념을 가지는지 알 것이다.


가혹합니다. 이건 자기 계발이 아니라 그냥 경쟁 아닌가요? 옆 친구를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만들어버리는데요, 뭘. 남을 밟고 내가 올라가지 않으면 내가 남에게 밟히는, 상대평가의 불합리하고 역겨운 면모를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카루, <Karu's story 3>, 2021)


난 남들과 경쟁하는 걸 싫어한다. 그럴 필요도 없고, 굳이 나를 남들과 비교하고 싶지 않다. GIS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바로 옆 친구와 나를 견주며 "어 쟤는 나보다 이걸 잘하네?" 이런 식으로 생활하다보면 스트레스 받기 딱이라고. 그냥 "오 내가 이런 멋진 사람이랑 친구다! 쩔어!" 이렇게 생각하는 게 훨씬 속 편하고 좋다는 것. 뭐... 맞는 말이다.

나는 프로그래밍 및 앱 개발에 특히 강점을 가진다. 주변 친구들도 이 점을 굉장히 부러워한다. 그리고 많이 밀어준다. 꼭 나보고 어디어디에 가라고, 내가 원하는 곳에 가라고. 나라면 할 수 있다고. 6번 친구(라고 하기엔, 아직 등록이 안 되었지만)도 나보고 놀지 말고 열심히 해서 가라고 말이다. 내 목표와 진학 방향을 떠벌리는 걸 원친 않지만, 다른 친구들은 오히려 퍼뜨리라고 말한다. 그러면 3학년 때 내가 진짜 이악물고 하게 될 것이라고. 뭐, 일리는 있다. 그런 거 보면 백종원 씨는 참 대단하신 분이다. 본격 '수습'생...

친구들과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내 상태에 대해, 그리고 내 멘탈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솔직히 난... 모르겠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 인생의 방향도 모르겠다. 지금 내 심리? 내 상태? 글쎄, 벡터로 표현하자면 크기는 있지만 방향을 잃은 벡터다. 어디를 가리킬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집에 돌아오니 한결 멘탈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3일동안 나를 정비하고, 조금 더 가꾸어야겠다. 이제는 나 혼자니까. 다른 사람들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수업시간에 안절부절할 필요도 없고, 기숙사에서 일어나자마자 구역질 하느라 룸메들 눈치 볼 필요 없고. 학교에서도 계속 울렁거려서 폐인처럼 다닐 필요도 없다. 혼자니까. 공동체 역량을 중시하긴 하지만...혼자 있을 시간은 필요하다. 우선 나를 찾아야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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