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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

by 카루 (Rolling Ress) 2021.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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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오늘은 동료와 라이벌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사실, 학생들이 뚜렷하게 분화되는 첫 시점이 고등학교가 아닐까 싶어요. 중학교 때만 해도 뭐 국제중이나 그런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비슷한 교육을 받죠.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우선 일반계 고등학교 (일반고), 특수목적 고등학교 (특목고; 예고, 체고, 외고, 국제고, 과학고), 자율형 고등학교 (자사고, 자공고), 특성화 고등학교 (특성화고), 그리고 번외로 영재학교가 있죠. 참고로 영재학교는 고등학교가 아닙니다. 그냥 고등학생 나이대의 학생들이 많이 가고, 사실상 고등학교와 비슷한 위치라 그런 거지, 고등학교는 아니에요.

아무튼, 고등학교를 보면 그 학생의 미래가 어느 정도 보입니다. 특히 성향이 센 학교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영재교나 과학고는 말할 필요도 없고...예고/체고도 목적이 확실한 편이죠. 그리고 뭐 일반고, 자사고, 특목고 안에서도 다양한 진로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1학년 때는 다들 어리버리해요. 뭐..특히나 저희 세대(...^^)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생활의 절반이 날라갔기에, 더욱 그랬던 걸수도 있죠. 그런데 이쯤되니 다들 정신을 차리고, 본인의 인생을 설계하는 시간이 오더라고요. "아, 얘는 이런 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 아주 강하게 나타납니다.

올해, 특히 2학기 들어서만도 저를 크게 놀라게 했던 친구가 둘 있었습니다. 2번친구와 B9 친구. 공개적인 자리이다보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엄청난 고난을 버텨가며 본인들의 진로를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특히, B9 친구도 저와 같이 이과를 지망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프로그래머의 꿈을 처음 가졌습니다. 그 때 C언어를 처음 배웠거든요. 대학생 분들 사이에 껴서(...). 좀 정신나간 짓인가 싶었는데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의 카루는 없었을 테니까요. 생각하는 힘, 그리고 고양국제고에서 쌓은 인문학 소양과 결합하여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제 인생 모토입니다.

현재 고양국제고에서 간간히 나오는 말... "정시러"와 "이과"입니다. 상대평가의 지옥에서 수시가 불리한 학생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더욱이, 국제고인데. 애초에 국제고와 외고는 중학교 영어 성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합니다. 단적으로 영어의 예를 들자면, 영어를 잘하는 애들만 모아놨으니 당연히 등급이 파탄이 납니다. 그래서 영어를 매우 잘하고, 모의고사에서 항상 100 (1등급도 아니에요, 진짜 100점이요)을 맞아도 내신 등급은 4등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누구 이야기냐고요? 그러게요...

아무튼, 이과러들에게는 고충이 있죠. 고양국제고에서는 시간이 없습니다. 개인 공부를 할 시간이 없어요. 왜냐? 그 시간에 각종 수행과 조별과제가 있으니까요. 어우, 생각만 해도 손이 떨리네요. 원래 고국고 2학년은 수행의 꽃입니다. 심지어 대부분 지필은 성적이 비슷비슷해서 수행에서 등급이 갈리는 과목들도 허다합니다. 특히 2학년 문학이 그래요. 시험에서 딱 2개 틀렸는데 6~7등급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자비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공계로의 진출을 희망한다는 건 도박입니다. 가능성이 얼마나 되냐고요? 글쎄요.

$\lim _{\combi{n}\to \combi{0+}}^{ }\combi{n^{\frac{1}{n}}}$limn0+n1n

뭐 한 이정도 되지 않을까요? 좀 과장되기....는 했는데, 아무튼 그정도로 빡세다는 겁니다. 진짜 악으로 깡으로 버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어요. 매우.

라에는 제가 불쌍하다고 말합니다. 뭐... 굳이 힘든 길을 가는 건 맞아요. 특히 고양국제고는 설립한지 이제 10년이 되어가죠. 선례가 적습니다. 그나마 8기 선배님께서 과학기술원의 꿈을 이뤄주셨지만, 그게 꼭 저희한테 해당되리란 법은 없죠. 합격률이 어쩌고, 이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잘해야죠.

그래도 완전한 고독함은 면제된 것 같습니다. 나와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과탐 응시 나 혼자만 하는 거 아닙니다. 이공계로 가려는 친구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늘어난다고 하지도 못하겠습니다...그냥 "생기는" 겁니다...) 재밌죠. 근데 그러고 만약 그 친구를 나의 경쟁자라고 생각하면 망합니다. 진심으로, 버틸 수가 없어요. 당신의 경쟁자는 지금 당신의 옆사람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당신의 동료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마세요. 우리 사회 전체로 눈을 돌려야 한단 말입니다.


지필평가가 이제 단 하루 남았습니다. 이번 주가 끝나고 제가 웃을 수 있을지는 지금의 제게 달렸네요. 뭐, 설령 결과가 안 좋다고 하더라도 절망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얼른 과탐이랑 수학을 달려야죠. 슬프다는 감정도, 울고 싶다는 감정도 저희에겐 사치일 수 있습니다. 뭔가 이 학교에서 지내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픈 것도 시간 뺏는 일이라... 또 거기에 신경쓰다보면 더 아파지기도 하고. 여러모로 딜레마가 가득합니다. 다음에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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