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원래 17, '나를 위한 프레임'이라는 제목으로 쓰던 글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모종의 이유로 순서를 변경합니다. 제가 방금 진로 상담을 받고 왔어요. 대학 입시에 관해서. 이제 그 갈피가 잡혔기에, 잊기 전에 작성하고자 합니다. 내 강점을 살려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걸 모두 녹여내겠습니다.
이번 글은 대학 입시 전략에 관련된 글입니다. 모든 분들께 맞지는 않아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Karu's Story는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남들 정해준 대로 사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초라합니까. 저는 이공계로 진학하고 싶었어요. 무척. 저에게 공대란 꿈의 장소였거든요. 수학의 본질을 찾는 걸 정말 좋아하고, 특히 화학.. 혼자 공부해도 너무 재밌는 화학. 뭐 그래요. 그런데 저 학교들은 그냥 제 욕심이었나봅니다. 그리고, 애초에 제가 수학 성적이 높지 않을 뿐더러 문과 학교에서 이공계열로 진학한다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죠.
할 수는 있습니다. 정시를 빡세게 돌린다든지, 수학/과학을 쭉 1등급을 맞는다든지. 그런데 여기선 변수가 있어요. 이공계 진출을 위해 빡세게 노력하는 건 좋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반드시 돌아봐야 합니다. 저도 뭐 말은 ㅇㅇ 그러지만 정작 제가 이 학교에서 살려야 할 '인문학'은 싸그리 날려버리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대입 시스템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몇 번 말씀드렸죠. 아니, 지겨울 정도로 말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개 학생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죠. 순응해야 합니다. 내가 세상을 바꾸지 않을거라면. 자, 그럼 대학에 맞춰봅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요?
"융합"이 바로 요즘 시대의 트렌드입니다. 저에게도 이미 여러 개의 열쇠가 있어요. 국영수.. 아 수학은 아니구나 스페인어, 중국어 등 언어들이죠. 화학도 있죠. 그리고, 제 최대 강점은 프로그래밍입니다. 저희 진로 선생님께서 가장 크게 강조하신 점이 이겁니다. 프로그래밍. 모든 것을 융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적을 뿐더러 열쇠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후자가 접니다.
국제고...에서 이공계라. 네. 아무래도 학종은 물 건너간 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학교에서 개설된 과목 및 동아리까지 제가 손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까요. 대신, 융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자신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됩니다. 저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사실 지금 많이 흔들리기는 합니다. 3학년 때 미적분을 선택했고, 수능에서 화학 II와 물리 I을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다시 문과로 틀어야 한다니. 근데 뭐 그건 내년이니 그 걱정은 내년에 가서 하도록 하지요. 그냥 악으로 깡으로 미적이랑 과탐 해도 됩니다. 이과가 사탐이 안 되는 거지, 문과가 과탐 보는 건 상관 없어요. 그런데 똑같은 성적을 받는다면 저라면 이과를 택하겠습니다. 애초에 제 목표가 이공계였으니까요.
아무튼, 저는 언어학과를 중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니, 언어학과면 그냥 영문과 아니야?" 맞아요. 그런데,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곳도 바로 언어학과입니다. 특히 한국외대는 최근들어 영어학과를 ELLT로 전환시키며 언어와 공학을 융합하는 학과로 바꾸었죠. 제 하한선은 한국외대로 잡고 있습니다. 한국외대에서는 소프트웨어융복합전공이 존재하기에, 이중전공도 가능하기 때문이죠. 방법이 어떻든, 제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길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화학생도라면 헤스 법칙 다들 아시죠? "반응엔탈피의 합은 어떤 경로의 합이든 모두 같다."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매끄러운 생기부가 중요합니다. 내가 3학년 때 어느 과가 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에 맞춰서 3학년에 와서야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늦었습니다. 1, 2, 3학년이 매끄럽게 이어져 가야 해요. 그것을 위해, 저는 남은 2학년 동안 비교과 활동 및 수행평가, 독서 등을 통해 징검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그 징검다리란 무엇이냐, 프로그래밍과 사회학, 인문학, 언어학의 교점입니다. 제가 고양국제고에 지원할 때부터 목표했던,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프로그래머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나가는 과정입니다. 멋지죠. 그래서 제가 스티브잡스를 특히 존경합니다.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거든요.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인문학과 결합한 기술이다.
Steve Jobs
프로그래밍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특히 저는 요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보고 써보면서 "어떤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불릴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해요. 그리고 그렇게 쌓은 노하우를 GGHS Time Table과 GGHS Todo에 반영했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요? 아까 언급했는데, 바로 4차 산업혁명입니다. 인공지능, R과 빅데이터, 머신러닝, 메타버스, 데이터사이언스, 언어학(-코퍼스) 등을 공부해야 합니다. 특히, 선생님께서 전산언어학에 대해 공부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책을 읽거나, K-MOOC 등을 이용하거나. 다행스럽게도 제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경로가 있어서, 그쪽을 통해 공부를 해봐야겠습니다. 방학 때 정말 바빠지겠네요. 그니까 마리오만 쳐 하지 말라고 이것아
고양국제고의 선례가 하나 있습니다. 저와 비슷하신 분이라고 하는데, 내신이 3점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낙성대학교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에 합격하셨다는. 그 '특수' 케이스의 열쇠는 바로 융합입니다. 사회학과, 인문학과, 프로그래밍의 융합. 프로그래밍은 문과생들에게 엄청난 강점인 셈입니다. 빅데이터나 데이터 사이언스와 엮이면 그만한 인재가 따로 없죠. 제가 무엇이 될지는 이제 지금의 제게 달렸습니다. 지난주까지 제가 저를 완전히 놓겠다고 했는데, 이제 잘못된 짐은 다 떨쳐내고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엔진으로 교체하는 중입니다. 목표를 정했으면, 이제 날아가면 됩니다. 달을 향해 쏘세요. 빗나가도 별이 될 테니.
이제 교과목들의 수행평가도 중요해졌습니다. 비교문화, 공간정보와 공간분석. 사실 이 둘은 고양국제고의 전문교과입니다. 전문교과. 특수목적고등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교과목들입니다. (특성화고의 교과목은 전문교과 II입니다.) 그 말인 즉슨, 이러한 전문교과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드러내야 나만의 생기부를 써내려갈 수가 있다는 거.
그리고, 그런 식으로 융합이 잘 된다면 선택의 폭을 더 넓힐 수 있습니다. 이 융합 베이스를 전제로 하고 경제 관련 공부를 엮는다, 그럼 상경 계열(경제경영)로도 진학이 가능하고요. 근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상경은 딱히 제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마음을 정한 곳이 있으니까요.
이 융합의 가치가 매우 높아지면 진로 선생님께서도 '그' 학교들에 접수를 해볼 것을 권하신다고 하십니다. 저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니까요. 아무튼, 제가 처음에 언급했던 '그' 학교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지는 겁니다. 그러니, 죽기살기로 해야죠. 아니, 하고 싶어요.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으니까.
저 혼자 부르는 6번친구도 저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더군요. 저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주는 분입니다. 외국으로 뜨라고. 뭐 실제로 INTP가 참 한국에서 꽃 피우기 어려운 유형이긴 합니다만 그게 아니어도, 그냥 학종으로 대학 진학하고 반수 준비하면서 '그' 학교 준비하라고. 저도 생각은 해 두고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에 잘 하는 게 돈도 시간도 아끼는 길이 될 테니까요. 저는 확실한 쪽에 저를 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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