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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Studies

언어학의 이모저모 (1): 언어와 사회 (ft. 속담과 문화)

by 카루 (Rolling Ress)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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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같은 책을 주제로 글을 쓰는데, '언어학 탐구 프로젝트' 글과는 다른 갈래입니다. 참고하세요.


언어와 사회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곧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것이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을 것이다. 당장 고양국제고에서 언어 수업과 함께 문화 수업이 자리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사회적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속담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매우 쉬운 일"을 여러 나라 언어의 속담으로 알아보자.

한국어: 누워서 떡 먹기 / 식은 죽 먹기

영어: A piece of cake

스페인어: (Es) pan comido

우리나라의 주식은 쌀이다. "떡", "죽" 둘 다 쌀로 만든다. 외국에서도 떡과 죽을 먹을까? 당연히 아니다. 스페인에서는 빵을 많이 먹는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빤 꼰 또마떼(Pan con Tomate)는 이름부터 빵(pan)이 들어가 있다. "이미 먹은 빵이야" 정도의 뜻을 가진다. Es pan comido.

한국어는 몇 가지 특색이 있다. 친족 호칭이 발달했고, 높임 표현이 발달하였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국사회는 전통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게 아닐까. 가족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회 구성원의 특성(feature)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의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 사회적 계급(social class)로 봐도 되겠다. 단적인 예를 들자면, 국어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말과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떠올려보자. 설마 국어 선생님들께서 우리 앞에서 "옘병할.", "킹받네.", "개빡치네." 따위의 말을 쓰지는 않으시리라 믿고....

영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굳이 문법을 정확히 기술하지 않는다거나. 3인칭 동사의 변화형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이중 부정을 사용하는 등의 예시가 있다. 뭐, 한국어도 비슷한 것 같다. 능동문으로 기술해도 될 문장을 구태여 피동문으로 쓴다든지, 혹은 더 나아가 이중 피동을 사용한다든지.

생각해보기 1: 한국어 화자들이 사회 계급에 따라 띄는 언어 사용의 특징은 무엇일까?

아래 논문이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www.korean.go.kr/nkview/nklife/2004_4/2004_0401.pdf

잠깐 스페인어를 끌고 오겠다. 우리말에서는 경어체가 매우 익숙하고, 우리도 선생님들께 높임말을 사용한다. 스페인어에서도 높임표현이 존재한다. 2인칭 화자에게 Usted를 사용하고 3인칭 동사변화를 쓰면 그게 존칭이다. 그런데, 그런 존칭도 써야 할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가 존재한다.

아마 FLIP(사진부 말고 원어민 회화)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원어민 선생님은 Usted 쓰는 거 굉장히 싫어하신다. 우리는 단순히 Usted가 존칭 표현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스페인에서 Usted는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나 쓰는 표현이라고 한다. 오히려 괴리감이 느껴지신다고.

그런 셈이다. 사실상 처음 본 사람. 아님 내가 작년에 스페인 대사님을 처음 만났던 순간. 그럴 때에나 쓰는 거지, 한국어에서처럼 무차별적으로 막 던지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웬만해선 높임 표현을 쓰지만, 스페인어에서는 웬만하면 쓰지 않는다. 처음엔 쓰더라도, 두 번째 만나는 만남에서부터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생각해보기 2: 한국어의 높임, 존칭 표현은 바람직하며, 반드시 보존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편, 언어에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 드러나있기도 하다. 특히 남성을 중심으로 하는 단어들이 만연한 것도 사실이다. Policeman과 fireman을 이러한 예시로 들 수 있는데, 그래서 성 중립적인 단어로 policeofficer와 firefighter가 등장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의사라고 하면 흔히 남자 의사를 떠올리고, 간호사라고 하면 여자 간호사를 떠올린다.

+ chairman(과장), freshman(신입생), mailman(우체부)도 각각 chairperson, freshperson, mailcarrier등으로 변화되었다.

왜일까? 이건 내가 초등학교 4~5학년 시절, 그러니까 8년 전쯤에도 도덕 교과서에서 꽤 비중 있게 다뤘던 문제로 기억한다. 여자 의사, 남자 간호사의 사진을 함께 제시하며 말이다. 사실 여자 의사에 대해선 딱히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남자 간호사의 사진을 보니 이질감이 느껴졌다. 왜였을까. 내가 '간호사'라는 단어를 어떻게 처음 배웠는진 모르겠다. 그러나 그 단어를 학습하는 중에, 나도 모르게 이러한 편향이 주입되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겠다. 요즘 아이들은 어떨지 모르겠네.

생각해보기 3: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편향과 샘플링 편향 중, 위 사례는 샘플링 편향에 가깝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샘플링 편향을 걸러내고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를까?

단순히 직업에 그치지 않는다. 영어에서는 he가 남녀를 대표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로망스어 계통 언어들도 "남성복수"형태를 혼성일 때 사용한다. 남자만 있으면 남성복수, 여자만 있으면 여성복수지만 둘이 섞이면 무조건 남성 복수다. 스페인어에서 padre는 아빠지만, padres라고 복수형태를 만들면 "부모님"의 뜻이 된다.

+ 위와 마찬가지로, 영어에서는 이제 his가 아니라 their을 통해 중성적인 3인칭 단수를 나타낼 수 있다.

- Every student must do their (his or her) assignment.

=> 심지어 his or her이라고 바꿔도 엄밀히 따지면 남성 표현이 먼저 오는데... 여기까지 걸고 넘어지면 복잡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문법적이었던 their을 쓰는 듯하다. (정식 문법으로는 언제쯤 들어올지 모르겠다만...이미 됐나? 글쎄.)

다만, 우리가 상기해야 할 것은 언어는 사람들 사이의 약속이란 것이다. 우리가 "야, 이거 이렇게 하자!" 라고 해서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이다. 가령, '그'와 '그녀'는 성별을 띄니 성별 중립적인 '긔'라는 대명사를 새로 만들자! 라고 해서 이게 적용이 될 수는 없다는 거다.

- 긔는 ~ 라고 말했다.

- 긔의 얼굴은 몹시 창백해보였다.

'약속'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같은 한국어 화자라 하더라도 위 문장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아래 문단은 읽는 이에 따라 불쾌함이 느껴질 수 있으니, 원치 않는다면 건너뛰어주세요.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불쾌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내려가라. 좋다. 우리가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언어는 자의적이다. 임의적이다. 언어의 내용(뜻)과 형식(기호)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런데, 재밌는 건 어떤 어휘에 대해서는 우리가 부정적임을 인지하고, 부정적인 가치를 매긴다. 분명 어휘 자체에는 가치를 매길 수 없는데, 내용에 가치를 매기는 게 아니라 형식에 가치를 매긴다.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고민해보면 이것도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일이다. 이런 것들은 사회에서 금기어로 분류되고, 완곡어법을 통해 드러내야 한다. 성적인 단어, 죽음, 배변 등등. 불쾌함을 느끼거나 비위가 상하는 단어들이다.

생식기 등 성적 기관을 칭하거나, 성교 및 그에 관련된 단어들. 죽음과 관련된 직접적인 단어들(자살, 익사, ...). 배설물과 관련된 단어들. 보통 미디어에서 'X' 처리 되어 나오는 단어들 떠올리면 쉽다. 매체에서도 '똥'은 자막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삐 처리는 안 하지만. 물론 삐 처리를 하는 것들도 있다. 욕설들. '씨발'이나 '지랄'과 같은 욕설들도 여러 매체에서 필터링된다. ㅆㅂ, X발 등등 다양하게 가리지만 그 원형은 유추할 수 있게끔. 혹은 완곡하게 '시부럴' 정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성적인 단어들도 마찬가지로 필터링된다. 특히 특정 신체 부위의 경우에는 필터링이고 뭐고 아예 잘리는 것 같다만. 특히, '자살'과 같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키워드들은 아예 '극단적 선택' 등으로 돌려 말한다. '섹스'와 '성관계' 등등도 적나라하게 내보낼 만한 단어는 아니다. 만약 언어가 정말 자의적이라면, '사과', '책상', '씨발', '연필', '똥', '지하철', '자위' 따위의 단어들에 어떠한 가치도 부여되어선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이들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 여기까지 건너뛰시면 됩니다. 네, 잘 오셨습니다.

 
 

사회적 방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속어나 은어가 그 예시다. 비속어도 사회적 방언으로 보나..? 잘 모르겠다. 아마 내가 가장 많이 본 건.... "킹받네"이다. 지역 방언에도 여러 재밌는 점이 존재하는데, 일단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기술하지 않겠다. 대신, 현재는 대중 매체의 발달 및 인터넷 등으로 인해 공간적 장벽이 완화되며 지역 방언의 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만 짚고 넘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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