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없이 혼자 가는 첫 해외여행이다. 내 나이 21살. 이제 슬슬 혼자 다닐 때도 되긴 했지. 사실 친구들은 방학 때 해외여행을 친구들끼리 서로 간 모양인데, 난 애초에 어디 놀러다니고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해서 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돈을 좀 더 모으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학교에서 모든 여행 경비를 지원해준다면 말이 다르다. 안 갈 이유가 없지.
전날 새벽에 싸둔 도시락...?을 먹고 출발했다. 버스에서 조조할인이 찍히는 걸 태어나서 처음 본다. 뭐 그래도,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내 사랑 공항철도. 다들 GTX 시리즈만 광역급행철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공항철도도 사실상 (준)광역급행철도의 역할을 수행한다. 9호선 급행보다 두 배 속도가 빠르다! 특히 오른쪽에 보이는 주황색 직통 열차의 경우 약 1만원의 다소 비싼 가격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빠른 속도를 보장한다. 서울역<->인천공항까지 한 방이다. 40분? 그렇지만 난 그냥 얌전히 4천원 내고 일반열차 탔다. 그래도 60분 언저리라, 나에게 큰 차이는 아니었다.
그리웠다, A'REX.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생각보다 많진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 언제 봐도 웅장하다. 아름답다.
체크인을 하고, 출국 심사를 받은 후 면세 거리로 들어왔다. 여기서 중앙대 뿐 아니라 건국대, 경희대 등 여러 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 실감미디어학과 교수님들까지. 참고로 내가 탄 비행기는 베트남의 저비용 항공사(LCC) 비엣젯항공이었다. 총평... "다신 안 탄다." 일단 기내 수화물 제한이 7kg이다. 그 이상이면 무조건 추가비용(!) 내고 위탁 수화물로 부쳐야 한다. 조그만 기체에 좌석을 다닥다닥 붙여놓아서 그런지, 짐 무게를 빡세게 잡는듯... 물론 편법은 있다. 크로스백 같은 가방은 무게 검사를 따로 안 하기에, 거기에 다 쑤셔넣으면 된다.
저비용 항공사답게 제1터미널이 아닌 탑승동에서 기체에 탑승한다. 철덕에게 열차는 언제나 신난다. 참고로 탑승동에서 비행기를 타는 경우, 제1터미널에서 모든 업무를 마치고 열차를 타는 게 좋다. 탑승동은 규모가 작아 면세점도 많지 않으며, 원칙적으로는 단방향 열차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물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다시 돌아올 수 있기는 하나, 밀입국 가능성이 있는 관계로 지극히 예외적인 사유만 허용하며 그마저도 국가정보원에 기록된다. 골치 아픈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다.
내가 탄 비행기는 VJ 961이다. 기체는 에어버스의 A321인데... 사실 이 비행기 자체를 욕할 건 없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여기에 33열의 의자를 배치하는데(비지니스 클래스가 없는 경우), 비엣젯은 무려 40열의 의자를 배치했다! 그나마 A321이라서 망정일지, A330의 경우 원래 2-4-2열의 배치로 설계되었으나 3-3-3으로 배치해버리는(...) 해괴망측한 짓을 하고 있다. 그러니, 편하게 갈 생각은 버려라. 의자도 사실상 젖히는 게 불가능하며, 기내식도 먹기 불편하고, 제대로 쉬기도 힘들다.
가히 충격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비상구 좌석은 어떠냐고? 글쎄. 일반 좌석에 비해 앞이 막히는 게 없으니 확실히 넓긴 하다. 그렇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비상구 좌석은 짐을 휴대하는 게 불가능하고, 모든 짐을 선반에 적재해야 한다는 것 같다. 거듭 말하지만, 난 비엣젯은 다시는 안 탈 예정이다...
아직 학기중이라 과제가 산더미다. 노트북을 챙겨가서 비행기에서 코딩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이색적인 경험이라 신기하기도 하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좌석 간 거리가 매우 좁아서.. 제대로 타이핑 하는 것도 힘들다.
기내식을 시켜보았는데, 개인적으로 라면 같은 인스턴트 푸드를 추천한다. 제일 실패할 확률이 적어서. 비엣젯 기내식도 악명이 높다고 한다. 일단 물 포함 모든 것이 유료이며, 가격에 비해 맛이 영.... 일단 라면은 크게 소고기 쌀국수와 닭고기 당면이 있는데, 대체로 소고기 쌀국수를 많이 먹는 듯 하다. 그렇지만 난 닭고기 당면을 시켜보았다. 이게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서 향이 강하다고 한다. 가격은 둘 다 90,000 VND ($4)이다. 카드결제가 안 되니 참고.
참고로 위 사진은 버섯인지.. 여튼 닭고기는 아니었다. 밑에 가라앉아 있었다. 향도 괜찮고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고수 뿐 아니라 정말 이런저런 향신료가 다 들어간 것 같은데, 향 센 거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비추천한다.
갑자기 기체가 기우뚱 하더니 한 25도 정도 뒤틀린 것 같다. 아마 창 밖 보여주실려고 이런 건지, 아님 대기가 불안정했던 건지. 왼쪽에 앉아서 다행이다. 상공에서 바라보는 지상만큼 아기자기한 게 없다.
도착한 곳은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Sân bay quốc tế Nội Bài). 공항은 시원했다. 지루한 기다림을 지나고 베트남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현지 PTIT(우정통신기술대학) 학생들이 환영해주었다. 아래부터는 PTIT 학생들과 같이 다닌 내용이다.
후덥지근하다. 덥다, 덥다 말은 들었지만 꽤 습하다. 솔직히 처음에 Af(열대) 기후인줄 알았다. 찾아보니 Am(열대 몬순)이라고는 하는데, 마지막 날 즈음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5월 중순 기준으로 한국보다는 많이 덥고, 습하다.
이곳 우측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노란 차양이 있는 가게다. 이름은 Kmin Coffee Shop.
나는 계란 커피를 시켰고, 베트남 학생들은 코코넛 커피를 시켰다. 나도 그냥 코코넛 마실 걸 그랬다. 계란커피...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약간 비리다. 그리고 원래 저거 섞어 마시는 거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들이켰다가 생계란만 잔뜩 먹었다. 뭔가 달콤한 게 많이 들어가서 카스타드 크림을 먹는 것 같기도 한데, 생각보다는 빨리 질린다. 하나 다 마실 자신 없으면 둘이서 한 잔 나눠 마시는 게 좋을 듯 하다.
이런, 갑자기 스콜이 내렸다. 하필 우산이 버스에 있었는데. 이 틈을 타서인지, 우비를 입은 분들이 우비와 베트남 전통 모자(농; Nón)을 들고 판매하러 다녔다. 우비가 20,000동이었나. 천 원 조금 넘는 가격인데, 뭐 그렇게 비싼 건 아니다 (물론 현지 기준으론 저렴하지 않은 값이지만.) 다들 우비를 살 때 나는 농을 샀다. 처음에 가격을 물어봤을 때 7만 동(3500원)에 팔겠다고 하길래, 4만 동(2000원)에 사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상인은 휙 돌아서며 못 팔겠다고 손짓했다. 나도 그냥 관심 없는 척 했다. 그러더니 슬쩍 다시 와서 6만은 어떠냐고. 내가 5만까지 불러봤지만 더 깎진 못하고 6만 동, 3000원 정도에 샀다. 그리고 이건 이번 여행 내내 나의 아이덴티티가 되어버렸다. 세상에.
그리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엄청난 코스요리가 나왔다.
무채에 버무린 닭가슴살 샐러드, 돼지고기 춘권 튀김
갈비찜과 흰 쌀밥, 닭고기 무침, 오징어가 들어간 해물 요리. 고양국제고에서 배운 내용을 좀 첨언하자면.. 쌀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에서 먹는 자포니카 쌀과 그 외 국가에서 먹는 인디카 쌀. 인도식의 부서지는 쌀이 바로 그 인디카다. 베트남도 분명 인디카 쌀을 사용할텐데, 그 흔히 생각하는 날아다디는 쌀이 아니다. 생각보다 꽤 찰기가 있었다.
후식으로 나온 정체모를 디저트와 메뉴판이다.
베트남은 역시 오토바이가 많다. 정체도 심하다. 이거 누가 왼쪽 보고 상도터널 아니냐고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비슷하다. 우리나라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풍경에 눈이 트인다.
다음 이야기: TQT 하노이 호텔, 그리고 현지 마트 털어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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