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aru's .../Karu's Story

힘들어도 탓할 사람이 없다 (ft. 학부연구생)

by 카루 (Rolling Ress) 2024. 4. 28.
반응형
 
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중앙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관련 분야로 학부연구생을 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관련 학과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공학과를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다만 중앙대학교에서는 '컴퓨터공학과'가 없습니다. 소프트웨어학부라는 학과가 존재하는데, 여기가 바로 우리가 흔히 아는 컴공입니다. 컴퓨터공학부에서 이름만 바뀐 거라 정말로 차이가 없습니다. 영칭은 School of Computer Science & Engineering, 그냥 컴퓨터공학과입니다. 소프트웨어학부를 포함하여, 컴퓨터공학을 다루는 학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산업보안학과 정예산보
  • 중앙대학교 창의ICT공과대학 전자전기공학부 첨단전전
  • 중앙대학교 창의ICT공과대학 차세대반도체학과 (타대 연합)
  • 중앙대학교 소프트웨어대학 소프트웨어학부 애국소프트
  • 중앙대학교 소프트웨어대학 AI학과 미래AI
  • 중앙대학교 예술공학대학 예술공학부 << 다빈치캠퍼스 위치
  • 중앙대학교 창의ICT공과대학 융합공학부 디지털이미징전공 << 현재 신입생 모집 중단

저는 위 학과들의 연구실 중 한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다양한 학과의 교수님들과 조교님들을 찾아뵈었는데, 학교생활 및 학부연구생과 관련하여 상담했습니다. 암호 연구실, 빅데이터 및 스토리지 시스템 연구실, 인간 중심 컴퓨팅(HCI) 연구실 등을 방문하며 제가 알던 세계보다 훨씬 넓고 깊은 컴퓨터공학에 더욱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연구실을 결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학부연구생을 지원하면 CV와 학부 성적표를 제출하고, 따로 면담을 갖기도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칩니다. 연구실에서 실적을 내야 하기도 하고, 소정의 연구비를 주기에 아무나 선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작년에 교수님 수업을 듣기도 했었고, 중간고사/기말고사/과제를 모두 1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이미 제 실력을 입증했습니다. 덕분에 제가 드린 말씀 한 마디에 교수님께서는 바로 승낙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번 학기에 총 22학점에 해당하는 과목들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공통교양(교양필수) 과목부터, 전공필수, 전공선택 및 4학년 융합전공 과목까지 수강하고 있습니다. 작년 1학기엔 19.5학점을 수강했지만 그땐 동아리를 4개씩 참여하는 바람에 상당히 힘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지금은 동아리가 하나로 줄어들었지만, 대신 학부 연구생 생활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더 바빠졌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학부연구생 생활로 바쁜 상황이 아닙니다. 제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더 공부하고, 여러 실험을 하다 보니 시간이 특히 부족해진 겁니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결국은 모두 제 욕심입니다.


우측에 작게 보이는 보드가 Jetson Orin Nano입니다.

첫 번째 일화는 초소형 컴퓨터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학부연구생을 지원하고 난 후, 조교님께서 제게 Jetson Orin Nano를 하나 대여해 주셨습니다. 다른 조교님께서 "임베디드 시스템은 정말로 어렵다"라며 경고를 하셨지만, 저는 크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Jetson Nano와 같은 초소형 컴퓨터를 싱글 보드 컴퓨터(Single Board Computer; SBC)라고 하는데, 저는 이미 Raspberry Pi를 자주 사용해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젯슨 나노도 '어려워봤자 뭐 얼마나 어렵겠어?'라며 안일한 생각을 가졌습니다.

밤을 새우며 며칠에 걸쳐 연구를 하고,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가 계속 발생하여 저를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그만큼 많이 배우긴 했지만, 당연히 되어야 할 게 작동하지 않는 시점에서 저는 의욕을 반쯤 잃어버렸습니다. 조교님을 통해 몇 가지 부품을 새로 조달 받고, 다시 도전하였습니다. 그러나 젯슨 나노는 보기 좋게 저를 농락하였고, 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구실에 갔습니다. 다행히도 잘 작동하는 다른 젯슨 나노가 있어서, 일단 기기는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거 그냥 SSD를 clone 하면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는데,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제가 대여받았던 노트북의 하판을 분해했으나... 상당히 당황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메인보드가 거꾸로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보통 하판을 열었을 때, CPU / RAM / SSD 등이 바로 보이게 위로 올라와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하필 이 노트북은 그게 밑으로 내려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디스플레이부터 배터리, 스피커 등을 모조리 분해하고 메인보드를 탈거한 후, 그 상태에서 SSD를 교체해야 했습니다. 도저히 그럴 자신은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조교님 책상에 있던 데스크탑을 분해하고, 원래 꽂혀 있던 M.2 SSD를 탈거한 후 두 개의 M.2 SSD를 장착했습니다. 미리 USB에 담아온 Ubuntu로 부팅한 후, 아래 명령어로 SSD를 통째로 복사했습니다. 단순무식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입니다. 때때로 일이 안 풀릴 때는 원시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게 효율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습니다.

$ sudo dd if=/dev/nvme0n1 of=/dev/nvme1n1 status=progress

제 본분은 대학원생이 아니라 학부생이듯, 가장 중요한 건 전공 강의를 수강하는 일입니다. 공학 계열 교과목은 상당한 양과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기초적인 수과학(물리, 미적분, 선형대수, 확률및통계, ...)과 더불어 설계과목에 항상 치여 살기 때문에 학부 생활도 결코 쉽다고 할 순 없겠습니다. 하물며 지금 학부 조교까지 하고 있죠. 저도 강의를 하고,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수업 방향을 항상 고민합니다. 매 수업 시간이 끝나면 학생들의 과제를 점검하고, 다른 조교님들과 함께 차후 수업 방안을 논의합니다. 때로는 수업 전에 교수님과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있습니다. 역시 시간이 가장 부족하다는 생각이 몸소 느껴집니다.

현재 제 가장 큰 관심사는 인공지능입니다. 저는 항상 '인공지능에 대해 안다고 말하는 사람은 인공지능을 모르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방대하고, 아직도 연구할 분야가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인공지능이라 하면 챗봇, ChatGPT, 빅스비, 시리 등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조금 더 지식이 깊은 경우 '사람의 지능을 기계가 흉내 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면 어느 하나 같은 게 없기 때문입니다. 추상적인 개념 덩어리에 불과한 인공지능을 어떻게 실체화할 것인지도 큰 골칫덩어리 중 하나입니다.

퍼셉트론(인공 뉴런)이 모여 SLP(Single Layer Perceptron)를 형성하고, XOR 문제를 해결하고자 SLP가 모여 MLP(Multi-Layer ")를 형성하고, ANN(Artificial Neural Network)에서 진화하여 DNN(Deep ")을 만들어갑니다. 이미지 파일 처리를 위해 CNN(Convolution ")을 만드는가 하면, 인공지능의 최적화를 위해 Loss function과 더불어 learning rate, batch size, epoch, SGD(Stoachastic Gradient Descent)와 같은 복잡한 개념들도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고등학교 때 인공지능을 처음 접하고 너무 어려운 나머지 포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도 제 역량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나마 선형대수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하며 수학적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차이점인 듯합니다.


최근에 계속해서 연구실에 출근하며 밤늦게 퇴근하고 있습니다. 몸은 피폐해지고, 피곤합니다. 제가 선택한 길이면서도 때로는 상당히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석사과정에 계신 선배님들이나, 박사과정에서 일하고 계신 연구원님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집니다. 과연 나도 저 자리에 올라서면 잘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제가 선택한 길이니 힘들어도 참고 나아가는 게 맞을까요. 여러모로 고민이 많이 됩니다.

반응형


같이 보면 좋은 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