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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계속 기대면 넌 싫어할 거잖아?

by 카루 (Rolling Ress) 2022.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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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제목이 다소 공격적이죠. 네, 이번에는 결코 가벼운 주제라고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원래 제목을 "계속되는 의지는 결국 나를 망칠 뿐" 따위로 지으려고 했는데, 지금 제목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이 글은 '카루에게 던진 Q&A (53)'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원래는 Karu's Novel이나 Underground에 쓰려고 했어요. 카테고리별 중요도는 Story -> Diary -> Novel -> (Space ->) Underground 순인데,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거죠. 이걸 소설로 쓰면 감정은 전해지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게 전달이 될까? Underground에 쓰자니, 라에가 과연 이걸 잘 풀어낼 수 있을까? 어....안돼요. 그래서 그냥 Karu's Story에 쓰기로 했습니다. 사회에 던지고 싶은 나의 메시지.


"...이미 숱하게 겪어봤기에, 여러분께서는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저렇게 말씀드리는 거예요. 다른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요. 상대가 불편해할까봐... (중략) ...​ 힘들 때 "나에게 얘기해"라고 선뜻 마음을 열어주는 친구가 있어요. 그런 친구들에게는 저도 마음을 여는 편인데, ... 확실히 쉬운 길만은 아니죠. 더군다나 그렇게 마음을 열어주는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트러블이 생겼다, 그럼 그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겁니다. ...(중략) ... 제가 하는 모든 말이 정답은 아니에요.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겠죠. 남들에게 털어놓는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고, 후련해진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습니다. 물론 얘기하지 않고 자기 안에서 눌러도 돼요. 저도 그러니까.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게, 그렇게 쌓이다보면 언젠가 터집니다." (카루, 2022, "카루에게 던진 Q&A (53)")


다른 사람과 고민을 나눈다는 것

 

사회는 잔인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체가 모여 사회를 이루죠. 그러나 그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낙오자는 철저하게 배제됩니다. 관심 밖이죠. 내 슬픔 따위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내가 직접 이겨내고, 헤쳐나가야 합니다. 사회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까요.

공동체 단위로 다시 눈을 돌려봅시다. 내게 정말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요? 그 친구에게 어떤 반응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 친구는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요? 분명, 링겔만 효과는 이런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규모를 줄이면, "아, 누군가 대신 위로해주겠지"가 아니라 내가 직접 그 사람과 교감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제가 공동체 역량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게 여긴다는 건 아마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블로그 글들만 봐도 그런 가치관이 확 눈에 띄죠. 당장 10기 면접 질문에서도 공동체 역량을 중심으로 답변을 했으니, 제가 평소에 그와 관련된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고 살아가는지 감이 잡히시려나요.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들, 또 앞으로 당신이 마주하게 될 사람들, 우리는 이들과 여러가지를 공유하며 살아갑니다. 공통된 경험일 수도 있고, 혹은 기쁨과 슬픔, 행복과 좌절이 될 수도 있겠지요.

추상적인 말만 하면 재미 없죠. 현실과 동떨어져있기도 하고. 사실.. 저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주변에 손을 뻗기가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나마 제가 자신있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건 정말 제가 가깝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뿐. 사실 저는 또래보다 윗사람이 편할 때가 많아요. 오히려 선생님들께 제가 겪는 스트레스를 말씀드리는 게 더 먹힐 때도 있고... 어쨌든, 중요한 건 혼자서 끙끙대는 것보다 입 밖으로 내면 확실히 편해진다 입니다.

내 힘듦이 너까지 힘들게 하지 않길

1학년 때는 제 인생의 나락이었죠. 아... 흑역사를 좀 적립하긴 했는데, 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특히 시험 끝나고 멘탈이 최대로 망가져서 2번친구에게 그냥 엉겨붙듯이(?) 막 칭얼댔던 적이 있는데, 그래도 그땐 다 받아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만 나중에 들어보니... 상당히 부담스러워서 밀어내고 싶었다고 하네요...(^^,,,,,)

맞아요. 내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 뻗은 손길이, 상대는 불편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이면 편해요. "내가 힘든데! 어쩌라고! 일단 나라도 살아야지!" 이런 개썅마이웨이같은 마인드라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겠죠. 여러 사람 찾아다니면서 "나 힘든데 좀 도와주라" 같은 부탁을 하고 다닌다면 오히려 자신에겐 최적일 수 있어요.

** 편의상 위 질문을 남겨주신 분을 '질문자' 대신 '세타(θ)'라고 부르겠습니다.

세타님께 사적으로 드리는 얘기인데, 마음씨가 여리신가봐요. 그리고, 너무 착하세요. 뭔가 예전의 저를 보는 것 같단 느낌이랄까. 예전이라봤자 작년 정도밖에 안 되겠지만요. 세타님도 분명 크게 힘들었을 때가 있었...겠지요? 그런 상황에서, 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남 걱정이 먼저 되던가요? 아마 그러셨겠죠. 고민을 털어놓는 상황에서도 혹시나 상대가 불편해하진 않을지, 혹여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편해지려는 행위가 상대를 힘들게 만들고 있진 않을지. 이런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리라 생각해요.

네, 저도 그래요. 그래서 저는 특정 누군가에게 저의 모든 것을 내비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빈틈을 보이기 싫은 거죠. 점점 감정이 무뎌진다고 해야 하나. 특히, 내 모든 것을 특정한 상대에게 내어준다면 어느 순간 그 대가를 톡톡하게 치룰 겁니다. 언제요? 그 상대와 연이 끊어졌을 때. 절교했을 때. 손절했을 때.

있다가 없어지면

Karu's Novel 1을 보시면 그런 면이 확 드러납니다. 그거 제 실화예요. 중학교 때 일이었는데, 정말 가깝던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서로 거의 모든 것을 공유하다시피 했죠. 남들에겐, 가족들에게조차 알릴 수 없던 마음의 어두운 면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상담을 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로 의지하며 지냈습니다.

"... 한참을 울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호감이 점점 혐오감으로 물들어간다. 분명 네가 착각한 거겠지. 네가 말실수한 거겠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을 억지로 부정해봤자 나만 힘든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천천히 친해져서 내 일부가 되고, 사라진 거니까. 난 결국 무너져내렸다." (카루, Karu's Novel 1)

그런데 어느 순간 손절당했어요. 일방적인 관계 끊음... 이라고 해야 하나. 허탈했죠. 진짜 저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오열했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베개 하나를 완전히 다 적셔버렸으니까. 정신적 지주로 의지했던 상대방이 사라질 때, 상대방이 떠받쳐주던 나는 그대로 무너지게 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다보니 상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 궁극적으로는 마음의 문을 여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드는 거죠. 이제 와서 다시 해보라? 글쎄요. 저는 이미 감정이 메말라버렸는걸. 설령 감정이 남아있다고 해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젠 행복보다 우울함이 저를 더 크게 집어삼켜서. 고통받으면서 살 거라면 그냥 깨지 않고 영원히 꿈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나을 거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적어도 인간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환상 속에서.

정말 상대가 싫어할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보죠. 세타님께서는, 혹은 세타님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는 여러분들께선 무엇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기 힘든 걸까요? 상대의 불편함을 헤아린 이타적인 마음이 전부인가요? 아니면 여러분 가슴 속에 남아있는 찝찝한 두려움 때문인가요? 혹은 위 사례처럼, 상대와 연이 끊어졌을 때 걷잡을 수 없게 될까봐?

저도 참 모순적인 인간이에요. 위에서 얘기 했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건 혼자 참고 쌓아두면 언젠가 터진다고 했죠. 그런데 세타님은 상대가 피해 받는 게 싫고. 동의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터지고 싶지 않다고, 상대방을 터트리기엔(?) 내가 감당을 못할 것 같고. 너무 미안해지고. 겪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까지 겪게 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해서 정말 상대가 그걸 불편하게 생각할까요?"

"상대에게 정말 그런지 직접 물어본 적이 있나요?"

"세타님의 지레짐작은 아닌가요?"

글 쓰다가 갑자기 생각난 질문들이에요. 생각해보니까 저도 비슷한 상황에서 상대에게 직접 물어본 적은 없더라고요. 그냥 다 제 지레짐작으로 '아, 이러면 싫어하겠지. 귀찮아하겠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정작 상대는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러니까, 일단 물어보세요. 고민을 털어놔도 괜찮은지. 저도 2번친구..에게 다른 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본인은 괜찮다고. 그런 거에 휘둘리는 멘탈이 아니랬나, 일단 저보다는(...) 강철 멘탈이라서 괜찮다고 하더군요. 차라리 좀 안심이 됐어요. 상대의 대답을 믿건 안 믿건은 세타님의 자유입니다. 뭐, 안 괜찮은데 그냥 습관성으로, 혹은 대충 둘러대려고 "괜찮아."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상대가 그렇게까지 대답을 했으면 그냥 진실이든 거짓이든 믿어주세요. 괜히 그런 거 따지다가 본인만 더 힘들어져요.


제가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군요. 사실 저는 아직까지 누군가에게 정말 제대로 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은 없다고 생각해요. 있었나? 글쎄... 딱히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면 그렇게까지 제 인생을 뒤집진 않았던 것 같군요. 20대가 된다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아픔을 겪겠죠. 그러다보면 현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뭐, 그때 되면 새로운 고난에 부딪히겠지만요.

...감정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분명 제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서일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과 느낄 수 있는 행복마저 포기한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니까. 한평생 행복만 느끼고 살기에도 부족한데, 왜 우리는 힘든 일을 겪어야만 하는 걸까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배우자 나. 내가 없으면 주변 사람도 챙기지 못합니다. 힘들 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그들이 힘들 때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는 건 어떨까요. 저는 그게 공동체의 꽃이라고 봐요. 서로가 힘들 때 끌어올려 주는 거. 낙오자가 없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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