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vs.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제가 제일 재미있어 하는 부분입니다. 속담이 서로 대립해요. 오늘 제가 풀어나갈 이야기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대학에 가는 방법은 800가지가 넘습니다. 800.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진학하는 방법이 많다보니, 사람에 따라, 성향에 따라 가고자 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크게는 수시와 정시로 나눌 수 있겠네요. 물론 저는 정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수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말씀드렸듯, 저는 지금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담임선생님, 컨설팅 선생님, 진로 선생님과 학과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 분의 성향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죠. 결국 선택은 제가 하는 거니까, 선생님들 말씀을 잘 조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요.
선생님들께서도 모두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계시는 게 아니다보니, 진로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의 의견이 충돌할 때는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과를 정했는데 다 뒤집으신다든지, 좀 이런 노가다가 계속 일어난다는 거죠.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6경영 이런 식으로 쓰면 오히려 편합니다. 그런데 저는 경영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6스어나 6언어를 쓸 수도 없습니다. (개설된 대학이 없습니다)
각 선생님들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담임선생님: 언어학과를 중심으로, 내신컷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학과를 쓰자.
진로선생님: 융합학과를 중심으로, 내신 따위 신경쓰지 말고 네게 맞는 학과를 써라.
입시선생님: 수능최저가 있는 전형을 중심으로, 최대한 내신에 맞춰라.
이것만 봐도 어질어질하죠. 담임선생님과 진로선생님은 교내에 계신 분들이고, 입시 선생님은 외부 기관에 계시는 분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이것도 사교육이긴 하죠. 다만 교내 선생님들과 입시 선생님의 차이점이, '비교과 영역의 반영'을 얼마나 보느냐예요. 코로나19 때문에 교내 활동에 대폭 제약이 생겨버렸는데, 교내 선생님들께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의 학종은 강력하다라고 주장하시고, 입시 컨설팅 선생님께서는 비교과 다 필요 없고 내신이랑 수능이 전부다라고 말씀하시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둘 다 일리는 있어요. 특히나 입시 선생님은 비단 우리 학교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상담하시니까요. 좀 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거죠. 반대로 말하면 교내 선생님들께서는 우리 학교만의 특화된 강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다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우선 지금은 최종 상담이 끝난 상태입니다. 좀 어질어질하게 학과를 정하긴 했는데, 여전히 찜찜함은 남아있어요. 특히 극상위권, 지난번에도 언급한 '우주상향' 대학들이 조금 걸려요. 사실 그냥 들어가서 복수전공하면 되는데,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보니 이런 딜레마가 생기는 거죠.
C 대학교의 경우 담임선생님께서 실질적으로 경쟁이 가능한 과를 소개해주셨는데, 이게 우리 학교에서 벌써 10기만 해도 10명 넘게 지원한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친구들에 비해 그 학과에 맞는 활동을 한 게 딱히 없어요. 심지어 그 친구들 중에는 저보다 내신이 높은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될까요? 예, 떨어져요.
그래서 경쟁률이 더 높은 학과를 씁니다. 대신 나에게 최적화된 학과로. 그래야 승부를 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뭐 합격률이 뭐가 중요합니까. 내가 들어가면 100%인 거지요. 아주 단순한 논리... 그래서, 어차피 우주상향을 할 거라면 학종을 살려서, 나에게 맞는 학과에 가라고 하십니다. 특히 진로 선생님께서는 항상 강조하시는 게, 저보고 특별한 학생이라고 하십니다. 제 강점이 뭔가요, 저는 인문학과 프로그래밍을 융합하는 사람입니다. 그걸 위해 고양국제고에 진학한 거기도 하고요. 중학교 때 꿈을 그대로 이어가기에, 고1때부터 강력한 생기부를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여튼, 근데 그렇게 쓴 생기부가 가치 있는지는 제가 아니라 입학사정관들이 평가하실 문제죠. 사담인데, 오늘 제가 꿈을 꿨습니다. 제가 면접관이 되어 12기 친구들 면접을 보는(...) 상황이었죠. 12기 최고의 유튜버를 내가 면접보다니 이 무슨 상당히 독특한 꿈이었어요. 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겠다, 오늘 정한 학과를 쭉 밀고 나가려고 합니다. 왠지 자신이 생겨서요.
나는 누구인가.
진로 선생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학종의 미덕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게 잘 드러나는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다고 해요. 그러니 11기, 12기. 생기부만 봐도 여러분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활동을 해나가세요. 자소서도 폐지된 마당에, 이제 방법이 없습니다. 교육과정부 선생님들이 과목들을 무모하게 많이 늘린 건 다 이유가 있어서예요. 여러분의 계열적합성을 위해.
다시 본론으로 돌아옵시다. 진로 선생님께서는 우주상향을 반대하시면서, 오히려 초우주상향을 추천하십니다(...) 그래서 저도 좀 정신이 없긴 한데, 진로선생님의 추천을 받고 학과를 결정한 선배들은 "적어도" "그" 중경외시에는 합격하시더라고요. 물론, 스펙트럼은 서울대부터 시작하지만요. 제가 수학이 개판이라 추천을 못 해준다고 하십니다. 저도... 어느 순간부터 바라지 않았어요. 제 길이 아니다, 하고.
그런데 이러면 한 가지 걸림돌이 생깁니다. 수능 최저가 모두 없어요. 아니, 그럼 수능 안 보고 좋은 거 아닌가? 글쎄요. 몰라요. 이게 블라인드+코로나19 때문에 생기부만 보고 학교를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뭐 저희야 국제계열 과목이 생기부에 뜨고, 성취도까지 나오기 때문에 "아, 얘네 국제고구나."라고 유추할 수는 있지만 어디 학교인지는 모르죠. 상대적으로 일반고 상위권 학생이 유리해진 상황입니다. 수능 최저가 없다면 하위권 일반고 상위 학생 > 최상위 특목고 중위 학생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학종이 더더욱 효력을 잃는 탓도 있고요. 그래서 이를 보완해주는 객관적인 지표가 바로 수능최저학력기준입니다. 학교 수준에 관계 없이 객관적인 지표를 보여주죠. 수능 최저가 없다는 말은, 다시 말해 일반고 학생에게 제가 밀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근데 웃기는 건 뭔지 아세요? 수능 최저가 센 학교는 최저만 맞춰도 합격 가능성이 대폭 오르는데, 문제는 못 맞춰서 떨어지면 그 학교는 꿈도 못 꾼다는 거. 이래서 전략 싸움이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9모가 중요한데, 그걸 아예 응시하지 못했으니 참....
첫 번째 고민: 내신과 수능이 전부인가?
외부 입시 컨설팅 선생님과의 상담
우선 저희 04년생들은 "코로나 세대"라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활동상에도 제약이 많았죠. 특히 일부 과목들은 세특이 정말 형편 없을 정도로 초라합니다. 그렇기에, 외부 컨설팅 선생님께서는 비교과 활동을 정말... 중요하지 않게 보십니다. "지금까지 너네 학교가 어떤 성과를 이루어왔든,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라고 하시면서요. 그렇기에 내신과 수능의 중요도를 더욱 강조하십니다. 제가 한때 '정시형 수시'를 강조했던 것도 이 선생님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사실 맞는 말이긴 해요. 단순히 내신으로만 뽑는다면 특목고 5.X보다 일반고 1.X가 모든 면에서 유리하니까요. 정말 모.든.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특목고죠. 교육과정 편제, 다양한 비교과 활동 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제가 고양국제고 3년을 다니면서 가장 열심히 했고, 제 영혼을 갈아 넣은 수행평가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사회 탐구 방법인데, 일반고에서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편성됩니다. 그러나 고양국제고는 '국제고'로 분류되기에, 국제 계열 과목으로 편성되고 원점수 및 석차등급까지 산출됩니다. 일단 학교가 국제고인 건 대학에서 알 수 있어요. 그러니 일반고와 구별이 안 된다... 이거는 틀렸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내신은 낮은 편입니다. 중위권... 딱 그 정도. 전교과를 합쳐야 그나마 유의미하게 늘어나는데, 주요과목의 내신만 보면 정말 형편 없습니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이 등급대에서는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어요. 그건 모든 선생님들의 공통된 의견이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과 활동의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제게 정시형 수시를 권하셨습니다. 수능 최저가 있는 전형을 위주로 공략하는 거죠. 제가 모의고사 등급이 내신에 비해 우수하게 나오기도 했고.. 특히 하향곡선을 그리던(...) 내신과 다르게 모의고사 성적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9월 모의평가 성적이 잘 나오면 수능최저가 높은(4합 7, 3합 6, ...) 전형을 공략하는 것도 충분히 경쟁력 있었죠. 그런데... 하필 코로나19에 걸려가지고 9평을 아예 응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어요.
선생님 추천 학과: 외대 LD, 경희대 스페인어, 서/성/중 논술전형
선생님 성향: 내신과 정시 위주, 논술 상향 적극 추천
두 번째 고민: 안전하게 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담임선생님과 수 차례에 걸친 상담
처음에 진로선생님께 언어학과를 추천받고, 나머지 학과는 사실상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께서 여러 학과를 알아보시고 제게 적성이 맞는 학과를 추천해주셨죠. 저는 당시 통계 관련 학과도 관심 있어 했는데, 제가 사실 확통 수업을 이수한 것도 아니고(미적분을 선택했습니다) 수학 성적이 높지도 않았기에 통계 쪽은 마음을 접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합격률이 높은 학과 위주로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방대한 선배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가 어디에 지원해야 합격할 수 있을지 확인해주셨죠. 특히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학과는 7기, 8기, 9기 연속으로 합격자가 계속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 학과에 지원하려고 했지만, 제가 선생님께 여쭤보니 이미 10기에서만 10명 이상 이 학과에 지원하려고 하기에(...) 다시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저 친구들보다 뛰어난가?' 모르죠.
그래서 처음에는 담임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학과를 토대로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후에 다시 모든 걸 갈아엎고 담임선생님과 마지막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그게 어제(9/8)니까... 상당히 늦게 결정한 셈이죠.
선생님 추천 학과: 서강대 유럽문화, 중앙대 산업보안, 경희대 스페인어
선생님 성향: 내신과 학생부, 선배들 사례 위주, 안전하고 합격률이 높은 학과 추천
세 번째 고민: 비교과만 믿고 상향 지원이 가능한가?
진로선생님과의 피말리는 상담
그리고 제일 저의 멘탈을 갈아엎으신 진로 선생님. 사실 언어학과를 제일 처음 추천해주신 분이 바로 이 분이십니다. 그런데 제가 성적이 많이 떨어져서 사실상 지원 불가능 상태가 되었기에(...) 다른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버렸어요. 그랬는데... 엄청난 한숨이 들려왔습니다.
진로선생님께선 수능최저를 좋게 보시지 않으십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비교과에는 강하지만 수능에는 약하다는 이유에서죠. 사실 맞는 말입니다. 수능 최저만 따지면 상위권 일반고나 자사고, 자공고와 같이 수능 공부를 할 시간이 충분한 학교에서나 가능성 있는 얘기지, 한 학기 단위로 프로젝트식 수행평가를 진행하는 저희 특목고들은 답이 없어요. 수행 보기에도 바쁜데, 무슨 수능까지.
그리고 내신은 신경쓰지 말라고 하십니다. 제가 굉장히 특별한 학생이라고 하세요. 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학생이라고. 이공계열 학생들에겐 밀리지만, 제가 갖고 있는 프로그래밍 능력과 인공지능 탐구 능력은 문과에서 반짝 하고 빛나기에 충분합니다. 이걸 무기로 밀고 나가라는 거죠. 학종의 핵심 열쇠가 제게 있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더더욱 제 자신을 믿고 경쟁률과 내신 상관 없이 제게 맞는 학과에 지원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놀랐던게, 내신이 굉장히 높았던 학생도 서어서문학과에 불합격했다고 합니다. 내신컷만 보고 질렀다가 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라는 거죠. 이건 좀 저도 의외였습니다.
선생님 추천 학과: 고려대 언어학과, 외대 ELLT
선생님 성향: 학생부 위주, 내신 성적 관계 없이 '나'와 적성이 맞는 학과 추천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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