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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전자기기

갤럭시 S20 FE: 훌륭한 가성비 폰인가, 극악의 원가절감 폰인가?

by 카루 (Rolling Ress) 2020.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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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소비자들에게 또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제가 저번에 LG Q92를 소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점점 재밌어진다고 언급을 한 적이 있죠. 그러나 Q92의 한계는 그것이 보급형 폰이라는 겁니다. iPhone SE도 저렴한 고성능 폰이기는 하지만, iPhone 8의 폼팩터를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한계가 있죠. 카메라도 한 개이고, 무엇보다 베젤이 너무나도 두껍다는 것. 즉, 화면이 작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애플과 삼성은 독특한 전략을 취합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능을 모두 누릴 수 있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죠. 애플은 조만간 (가칭) iPhone 12 미니를 출시할 예정입니다. 기존 아이폰보다야 약간의 원가절감이 있다고는 하지만 5.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 12 미니는 $649~699의 가격으로 출시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애플이 가격을 인하하는 기적을 한 번 더 보이며 $649로 소비자들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삼성입니다. 사실 제가 애플 제품은 전혀 쓰지를 않고 있어서 (돈이 없습니다....) 애플 생태계는 잘 몰라요. 저는 무조건 갤럭시만 씁니다. 뭐 개인 취향이니 여기까지만 할게요. 아무튼, 삼성에서도 최근에 갤럭시 S20 FE를 공개했습니다. S20의 염가형 모델입니다. 그런데 올해 초 갤럭시 S10 라이트 모델이 나왔던 것에 비하면 꽤나 원가절감을 자제한 모습이긴 합니다. 다만 그만큼 가격은 크게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게 맞는 것 같기는 해요. 갤럭시 S10 라이트는 "갤럭시 S" 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깎아먹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실상 A91? 정도로 나왔어야 할 것 같아요.

 

 

저렴한 플래그쉽? 갤럭시 노트 10 라이트 & S10 라이트

CES 2020에서였나요? 삼성에서 갤럭시의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였습니다. 핸드폰을 넘어 노트북 컴퓨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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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갤럭시 S20 FE입니다. FE는 Fan Edition의 줄임말입니다. 갤럭시 노트 FE때 처음 사용했는데, 이제 아예 염가형 모델을 나타내는 말로 쓰이려냐요? 사진에서 보다시피 베젤도 꽤나 얇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플랫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었습니다. 그리고 S20때에 비해서 카메라의 디자인적인 완성도도 꽤나 높아진 것을 볼 수가 있어요. 다만 후면은 플라스틱으로 원가 절감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신 S10 Lite처럼 이상한 플라스틱에 유광코팅 처리를 한 게 아니라, 노트20과 동일하게 헤이즈 처리를 하여 조금 더 깔끔해 보입니다. 후술하겠지만, S20 FE의 존재로 인해 노트20의 이상한 가성비에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일단 S20 시리즈와 S20 FE의 성능을 비교해보죠.

 

왼쪽부터 갤럭시 S20 (코스믹 그레이), 갤럭시 S20+ (클라우드 블루), S20 FE (클라우드 네이비) 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저는 S20 FE의 디자인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S20도 나쁘지는 않은데.... 색상이 좀 깹니다. 무채색이 처음에는 마음에 들었는데 노트20과 S20 FE의 디자인을 보고 나니 딱히 끌린다는 느낌은 없네요. 인덕션 카메라의 과도기였던 때라 디자인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카메라 범프의 색상도 맞추고 링도 둘러져있어 보기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델

S20

S20+

S20 FE

AP

SD 865

SD 865

SD 865

RAM/스토리지

12GB/128GB

12GB/256GB

6GB/128GB

화면

6.2" QHD (120Hz)

고릴라글래스 6

6.7" QHD (120Hz)

고릴라글래스 6

6.5" FHD (120Hz)

고릴라글래스 3

카메라

셀피: 10MP PDAF

12MP OIS PDAF f/1.8

64MP OIS PDAF f/2

12MP f/2.2

셀피: 10MP PDAF

12MP OIS PDAF f/1.8

64MP OIS PDAF f/2

12MP f/2.2

ToF 센서

셀피: 32MP

12MP OIS PDAF f/1.8

8MP OIS PDAF f/2

12MP f/2.2

배터리/충전속도

4000mAh, 25W

4500mAh, 25W

4500mAh, 25W

OS

안드로이드 10(->13)

안드로이드 10(->13)

안드로이드 10(->13)

무게

163g

181g

190g

기타

방수방진, 스테레오,

유리 소재 후면,

무선충전 지원

방수방진, 스테레오,

유리 소재 후면,

무선충전 지원

방수방진, 스테레오,

플라스틱 무광 후면,

무선충전 지원

가격

124만 8천원

135만 3천원

89만 9천원

 

어마무시합니다. 120Hz의 주사율, IP68 방수방진, 그리고 S20에 준하는 사양들을 대부분 갖춤에도 불구하고 출고가가 90만원을 넘지 않습니다. 이쯤되서 또 한번 까이는 벨벳....그에게 조의를 한때 갤럭시 A90 5G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생각한다면 정말 이쪽이 가성비가 좋다고 볼 수 있겠어요. 근데 플라스틱 마감인 주제에 무게가 제일 무겁다는 것도 조금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고릴라글래스 3를 탑재한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려나요. 저게 아마 갤럭시 S4 시절에 쓰인 강화유리일겁니다. 요즘 플래그십들보다는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죠. 다만 다른 모델과는 다르게 엣지가 아닌 플랫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서 크게 문제 없을 거란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도 스크래치에는 많이 강하지 않을 거라 예상되기에 아쉬운 부분은 맞네요. 아, 그리고 램이 반토막이 나버렸는데, One UI 특성상 램을 많이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뭐 보급형에 6GB가 크게 이상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램은 정말 많을 수록 좋은 거라 아쉬운 부분이긴 하네요. (갑자기 옆의 사과 농장 회사가 떠오른다...램 4GB의 추억....)

 

 

 

내친김에 노트 20이랑도 비교해볼까요?

모델

Note 20

S20 FE

AP

SD 865+

SD 865

RAM/스토리지

8GB/256GB

6GB/128GB

화면

6.7" FHD (60Hz)

고릴라글래스 5

6.5" FHD (120Hz)

고릴라글래스 3

카메라

셀피: 10MP

12MP OIS PDAF f/1.8

64MP OIS PDAF f/2

12MP f/2.2

셀피: 32MP

12MP OIS PDAF f/1.8

8MP OIS PDAF f/2

12MP f/2.2

배터리/충전속도

4300mAh, 25W

4500mAh, 25W

OS

안드로이드 10(->13)

안드로이드 10(->13)

무게

192g

190g

기타

방수방진, 스테레오,

플라스틱 무광 후면,

무선충전 지원,

S펜 및 4096필압 지원

방수방진, 스테레오,

플라스틱 무광 후면,

무선충전 지원

가격

119만 9천원

89만 9천원

 

볼 일 없습니다. S펜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이 S20 FE가 압승입니다. 이거 아주 제대로 팀킬을 해버렸네요. 뭐, 노트 20이 "갤럭시 A91 with S-Pen" 이란 멸칭을 얻고 조롱당할 정도로 심각하게 원가절감을 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제가 펜만 필요 없어도 S20 FE를 덥석 살 텐데, 저는 펜을 꽤 유용하게 쓰기 때문에 갤럭시 노트10 라이트와 S20 FE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군요. 물론 저도 Note 20따위는 딱히 관심이 없습니다. 차라리 울트라 모델이면 모를까..

아, 여기서 별로 옹호해주고 싶지 않은 삼성의 나쁜 습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색깔 놀이." 삼성이 요즘들어 플래그십 라인 기종의 색상을 굉장히 화려하게 내고 있는 건 아시죠? 그런데 예쁜 색상들은 항상 한국에 정식 발매가 안 되었습니다. 왜일까요 대체. 뭐,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팔겠다는데 뭐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진짜 문제는 미발매된 색상들이 몇 개월 뒤에 한국 시장에 발매가 된다는 겁니다.

 

 

왜 이러는 겁니까? 이건 사전 예약한 사람들을 호구로 만들고,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실제로도 많은 분들이 여기에 분노를 하고 계십니다. 왼쪽은 갤럭시 노트20의 미스틱 그린 색상, 가운데는 갤럭시 Z 플립의 미러 골드 색상입니다. 이 색상들은 원래 한국에 없었어요. 몇 개월 뒤에나 출시된 색상입니다. 이제는 질린 사람들이 별로 놀라지도 않는 눈치더군요. 그리고 이번 갤럭시 S20 FE에서도 클라우드 오렌지(오른쪽 사진)라는 색상이 빠졌습니다. 이제 뭐 뻔하죠. 많은 사람들이 '이것도 몇 개월 뒤에 한국에 발매될 것이다' 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같은 대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제품을 빠르게 팔아주는 충성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어야 할 망정, 사전 예약한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제한하고 어찌보면 비열한 이런 마케팅 수법을 사용한다는게 그닥 좋게 느껴지지 않아요. 제발 한 번에 모든 색상을 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설마 또 네이비 색상은 SKT, 레드 색상은 KT, (핑크 같은) 라벤더 색상은 U+에 넘기는 건 아니겠죠? 제발... 아니기를 빕니다. 제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어요. 틀릴 겁니다. 아래는 미국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있는 갤럭시 S20 FE 사진입니다. 오렌지 색상이 포함된 걸 볼 수 있죠.

 

 

잠깐 삼성의 기이한 마케팅에 분노를 해 봤습니다. 그런데도 또 화를 계속 내기가 애매합니다. 무엇보다, 싸요. 갤럭시 S20 FE는 기기 자체로만 본다면 정말 가성비가 뛰어나고 잘 만든 제품으로 보입니다. 저로서는 딱히 돈을 더 주고 S20이나 S20+를 구매할 이유가 없어보여요. 삼성이 S20 FE를 출시한 이유가 옆집의 아이폰 12 미니를 견제하기 위해서란 말이 있는데, 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두 회사가 경쟁해서 싸고 좋은 제품이 많이 나오면 좋은 거니까요. 사실 제가 요즘 삼성이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리는 탓에 샤오미나 다른 중국 제조사들의 폰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U+망을 사용하고 있고, (U+는 해외폰을 사용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해외폰들은 통화 녹음이 안 되는 탓에 결국 다시 삼성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S20 FE의 출시를 격하게 환영합니다. 사실 S10 Lite가 국내에 발매되지 않아서 정말 아쉬웠는데, S20 FE가 이렇게 잘 나와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자, 어떤가요? 갤럭시에서도 생태계 교란종이 출현했습니다. 저도 돈만 있다면 바로 사고 싶은 모델이에요. 참고로 노트 20 FE를 기다리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아쉽지만 희망을 접는 게 좋겠습니다. 갤럭시 노트 20 자체가 갤럭시 노트 20 시리즈의 염가판이라는 소문이 있어요. 아무래도 이상하죠. 플라스틱에 둥글둥글한 디자인이라니. 아마도 FE 수준으로 개발되다가 갑자기 이름만 노트 20으로 바꾼게 아니냐, 라는 게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올해 삼성에서 눈여겨 볼 정도로 재밌는 폰은 갤럭시 Z 폴드 2와 S20 FE 정도가 되겠군요.

"그래서 S20 FE와 S20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뭘 고르실 건가요?"

저는 고민하지 않고 말하겠습니다. S20 FE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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