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합격자 발표가 슬슬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이번 주 목요일, 12월 15일이면 모든 대학의 최초합격자 발표가 이루어집니다. 자세한 내용은 '2023 대학 입시' 카테고리에서 보실 수 있어요. 면접 후기 및 합격 수기들을 모두 올려 놓을 예정입니다.
저는 이미 최초합, 그것도 장학생 대상자로 합격하였기 때문에 대학 진학에 별다른 걱정은 없습니다. 남은 곳에 좀 있는데, 지켜봐야죠. 상향으로 쓴 곳이 붙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고. 사실 굉장히 많은 학교들을 광탈해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아직 충원합격 기회도 남아 있으니, 26일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겠네요.
Karu's Story를 잠시 쭉 읽어봤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 같아요.
- 나는 왜 이과 성향을 가지고 국제고에 왔으며, 왜 국제고에서 이과로 진학하려고 하는가.
- 분명히 난 노력을 했는데, 왜 내신과 시험점수는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가.
- 왜 나는 남들을 챙겨주는 걸 잘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챙겨주지 못하는가.
제가 종종 했던 말 중 하나가,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불일치예요. 어찌 보면 거의 아노미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고. 사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사고 패턴은 생각보다 비슷비슷합니다. 1학년 때는 대부분 SKY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2학년 때부터 슬슬 현실의 벽을 마주하더니 '서성한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 3학년때는 '중경외시만이라도 제발 붙게 해주세요'가 되죠. 물론 중경외시만 해도 TOP10 대학교고, 상위 2% 안에 속하기 때문에 절대로 낮은 학교가 아닙니다. 그런데 고양국제고에서는 유독 중경외시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 학교 애들이 자기 수준에 비해서 중경외시를 너무 만만하게 봅니다.
(고양국제고 지리 선생님)
특목고, 그 중에서도 인문사회계열 인재를 기르는 국제고입니다. 주변에 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밖에 없어요. 한참 예전에 레드퀸 가설(붉은 여왕 효과) 말씀드렸죠. 남들이 모두 달리고 있으면, 나는 분명 앞으로 걸어가고 있어도 뒤로 밀려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중간이 중간이 아니에요. 바닥입니다. 중경외시? 좋은 학교죠. 전국적으로 봤을 때만. TOP10 피라미드로 자르면 맨 바닥입니다. 즉, 고양국제고 학생들은 사실상 중경외시를 바닥 내지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셈입니다. 정말 잘 봐줘야 건동홍까지. 이러다보니 기현상이 일어납니다. 아무도 목을 조르고 있지 않은데 스스로 목이 졸려요.
수행평가 준비하다 울고, 지필평가 끝나고 울고. 당장 자기 주변 사람들만 봐도 그럴 거예요. 다만 남들 앞에서 티내지 않을 뿐. 모두가 정신적으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에 쌓여서 살아가요. 저도 그랬고요. 이 때문에 친구 간의 갈등도 늘어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충동도 듭니다. 후회, 불안. 온갖 악감정이 동시에 밀려오기 시작하죠. 학업 스트레스도 심각한데, 이러한 것들을 동시에 견뎌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졸업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재정비를 해야 할 시간. 정말 정신없는 3년이 지나갔습니다. '내가 고양국제고에서 3년을 어떻게 보냈지?' 하는 생각이 아직도 들어요. 제가 고양국제고에서 얻은 3년간의 값진 경험은 앞으로도 제게 귀중한 재산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그깟 지필평가 몇 번 망쳤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대입 관련 글을 따로 작성하겠지만, 자신에게 전공적합성이 유리한지 계열적합성이 유리한지 잘 따져봐야 해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전문적이고 깊은 활동인지, 혹은 특정 주제와 관련된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인지의 차이인지예요.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드릴게요.)
생각해보세요. 모든 과목에서 모든 활동을 만점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뭐 물론 이론상 가능하기는 한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죠. 특목고에서 내신 1.0? 말이 안 됩니다. 최악의 경우 등급 블랭크가 뜬다면 아무리 내가 만점을 맞아도 더 낮은 등급을 가져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취사선택을 잘 해야 합니다. 내가 어떤 활동에 얼만큼 집중할 것인가. 정말 중요해요. 영어영문학과를 가는데 수학과 영어 중 뭐가 중요할까요? 화학공학과를 가는데 화학과 한문 중 뭐가 중요할까요?
저는 제 전공에 맞는 활동에 주력하면서 이러한 역량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필평가에서 몇 번 미끄러졌다고 해서 그게 치명타로 작용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저는 다른 역량이 있으니까. 학업역량이 정량적인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아요. 세특에 기재된 내용들도 여러분의 학업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내년부터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되는데, 세특과 행특 등 생활기록부의 정성적인 요소들이 더욱 중요해질 것 같네요.
내신을 버리라는 말씀은 아니지만, 점수만을 가지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좌절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5등급이 어때서. 8등급이 좀 뜨면 어때서. 괜찮아요. 여러분을 알아줄 대학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쩌면 내신 공부보다 대학 입시 그 자체에 대해 공부하는 게 훨씬 중요할 수 있어요. 내 길은 내가 개척하는 거니까. 지금 당장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나를 믿고 묵묵히 걸어가다보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의 저에게 매우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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