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2022년 11월 17일 목요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었습니다. 저는 고양국제고가 위치한 일산동구에선 꽤 먼 학교에 배정받았는데, 일산서구의 특성화고인 '신일비지니스고등학교' (이하 신비고)에서 수능을 응시했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제36지구에 위치한 제8시험장으로, 이곳에서 응시하는 학생들은 3608-XXXX 의 수험번호를 부여받게 됩니다. 참고로 수능시험장의 경우 남녀 고사장이 분리됩니다. 즉 신비고에서는 남학생만 모인다는 거죠. 화장실 이용 때문입니다. 수능장에서는 화장실을 성별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요. 근데 아무도 여자화장실 안 들어가던데? 참고로 사관학교 등 다른 시험도 비슷한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어요. 영재학교 시험에서는 그냥 남녀 섞어서 봤습니다.
고사장 번호를 공개하면 제 수험번호가 너무 노출이 되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공개해도 큰 문제는 없긴 합니다. 요즘에는 2단계 인증이 기본이라... 수능장은 6시 30분 부터 입실이 가능한데, 저는 밥을 7시쯤 먹고 7:40분쯤에 신비고에 도착했습니다. 수험장에 올라가니 7:50쯤 되더라고요. 8:10 입실이라고 여유부리지 말고, 무조건 일찍 가는 게 좋습니다. 무조건이요.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 한용운, <나의 꿈>
2023 대수능의 필적확인문구는 위와 같습니다.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 날아갔다 평가원의 배려라면 배려일지, 응원멘트 넣어주는 거 좋습니다. 참고로 이제부터는 사진이 없습니다. 전자기기를 수거해갔기 때문에, 아래에 있는 사진은 시험 종료가 모두 끝난 후, 6:30 이후에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모든 수험생들이 퇴실한 시간이기에 고사장에는 감독관님들밖에 없었습니다.
고사장은 위와 같습니다. 한 반에 24명인가?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있어요. 배치표는 모든 학교, 모든 교실이 동일합니다. 예를 들어 수험번호 끝 두 자리가 01번이다, 그러면 왼쪽 맨 앞자리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제가 쉬는시간마다 틈틈이 작성한 수능일기입니다. 종이가 없어서 생윤 수특에다가 일기를 적어왔는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저게 좀 휘갈겨 쓴 게 있어서 내용 추가 후 재구성합니다.
<입실 후>
7:40쯤 입실했다. 어제 미리 파악해둔 동선을 바탕으로 손소독 후 단박에 시험장에 입실했다. 전자기기는 주황색 봉투에 담아서 제출했다. 처음엔 약간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감독관님들께서 친절하셔서 긴장을 금방 풀 수 있었다. 가채점표도 부착이 가능하다고 해서, 학교에서 나누어준 가채점표를 스티커를 떼어 수험표 뒷면에 붙였다.
<1교시(국어 영역 - 언어와 매체) 응시 후>
수능장에는 참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다. 이런 시험을 처음 보는 학생도 있던 듯 하다. 국어에서 문제지를 뽑으려는 학생도 있었는데, 감독관 선생님께서 말리셨다. 쉬는시간에는 복도가 시끄럽고 사람이 많다. 상당히 북적거린다. 아는 친구들을 만나도 말을 걸지 말자. 서로의 멘탈만 흔들릴 뿐이다.
<2교시(수학 영역 - 미적분) 응시 후, 점심시간>
가림막을 펴고 도시락을 꺼냈다. 집밥이 이렇게나 맛있었던가. 살짝 울컥했다. 사진을 찍어오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지만, 그랬다가는 바로 부정행위 적발이다. 여튼, 보온통에 담긴 볶음밥과 계란찜, 여러 반찬들을 꺼냈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던 탓에 특히 배고팠다. 싹싹 비웠다.
휴게실과 대기실을 다녀왔다. 휴게실에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가 꽤 많이 비치되었고, 가림판이 놓인 책상이 띄엄띄엄 있었다. 운동장에서는 담배를 피던 사람들이 있었다. 목걸이 명찰을 패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일탈 현역(?) 수험생 아니면 N수생이다. 당연하지만, 교내는 금연 구역이다. 매 시간 방송에서도 담배 피지 말라고 안내를 했는데...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끼치지 말자.
+ 몇 년만에 처음 샤프를 써 보는데, 그게 이 수능 샤프다. 근데 꽤 불편하다. 확실히 연필을 가져오길 잘했다.
<3교시(영어 영역) 응시 후>
이제 절반이 지나갔다. 평가원 이놈들.... 영어가 갑자기 어려워졌다. 듣기는 늘 해오던 10% 할인이 갑자기 사라져서 나를 당황케 했다. 수학에서는 4번의 그래프 극한 문제가 사라지더니, 문제가 꽤 많이 바뀌었는데.... 이번에 많이 바뀐 듯 하다. 마지막에 시간 촉박해서 빈칸문제는 다 찍었다. 와우. 아참, 그리고 수능장엔 정말 다양한 학생이 존재한다. 우리 학교에서만 있다 보니 주변에서는 항상 1~2등급만 있었는데, 확실히 수능장에서는 다르다.
<4교시(탐구 영역) 응시 후>
가장 부정행위가 많이 적발된다는 탐구 영역.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인해 더더욱 무섭다. 다행히 부정행위자 적발 없이 무사히 끝났다. 사람이 녹초가 되어간다. 워낙 힘들었던 학생들이 많았는지, 제2외국어 포기자가 꽤 많이 나왔다. 우리 수험실에서는 서너명 정도 포기한 것 같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초코볼을 먹었다. 좀만 있으면 그래도 끝이다.
+ 화장실에서 고양국제고 선배를 보았다. GGHS 체육복 바지...
<5교시(제2외국어/한문 영역) 응시 후>
지루한 대기시간이 이어졌다. 5교시 포기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15분이 남았을 때쯤 정말 지루했다. 종료령이 울리자 모든 힘이 빠졌다. 얼굴을 가리고 마음으로 탄식을 쏟아냈다. 이제 끝났다. 모든 게 끝났다. 본부에서 안내방송이 나오고 기다리는 시간은 계속되었다. 밖은 벌써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4교시까지 감독을 하신 선생님들은 바로 수당을 받고 퇴근하셨다. 13만원. 5교시까지 계시면 14만원. ㅋㅋㅋㅋㅋㅋㅋㅋ.....
+ 재수는 사람이 할 게 못 된다. 그나마 나는 쉬는 시간에 아는 친구들을 만나서 스트레스를 좀 풀었는데, 이마저도 없다면 얼마나 힘들지.
+ 지금보니 1교시 감독관 선생님들이 진짜 친절하고 꼼꼼하셨다. 아님 그냥 첫 시간이라서....?
+ 콜라를 가져온 친구도 있었다. 조금 놀랐다. 속 안 불편한가...? 탄산을 못 마시는 나는 그저 신기할 따름.
+ 고국인들 꽤 많았다. 20명 넘게 있던 듯. 이 정도면 우리 학교 남학생 절반인데...?
+ 사탐은 5층에 몰린 듯하다. 아니면 이 학교 전체가 사탐인가? 그건 아닐 것 같은데..
참고로 전 수능 점수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재미로 보고 왔습니다. 그냥 재미로 본 것 치고는 성적이....? 수능 2주 전부터 탱자탱자 놀기만 했거든요. 애초에 제 목표는 4합 36이었습니다. 진짜 모든 수시가 떨어졌을 때를 대비한 최후의 카드로 본 것 뿐인데, 뭐... 준비를 아예 안 한 거죠.
그리고 충격적이실지 모르겠지만 전 살면서 수능 국어 공부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거짓말 아니에요, 진짜예요. 특히 비문학. 이번에 기술 지문이 안 나와서 조금 해매긴 했는데, 뭐... 나쁘진 않았습니다. 저는 문학에 더 약하거든요. 약하긴 하는데 공부를 안 해요.
자, 이제 내일부터 대학 입시 2차전이 펼쳐집니다. T 학교의 1차 발표가 나오고, 수능 점수에 따라 기말고사 및 각종 면접고사의 준비 여부가 결정됩니다. 제가 가채점을 돌려봤거든요? 근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3월 모의고사보다 수능 (가채점) 원점수가 크게 올랐습니다. 이거...기적인데?
사실 90% 학생들이 3모에 비해 수능 성적이 떨어지거든요. 제가 상당히...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참고로 정시파이터...분들은 저처럼 머리 믿고 공부 안 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일찍부터 공부를 했다면 어땠을지... 사실 중간에 던졌을 것 같긴 하지만요.
여튼,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수능 보신 수험생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하루는 푹 쉬시길 바랄게요.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께서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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