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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이공계 선생님, 이공계 학생

by 카루 (Rolling Ress)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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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이번 글은 Rolling Ress Underground에서 올라온 글입니다.

2022년 10월 7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현재 시점은 아니고, 한참 대입 중일 때 작성한 글입니다.


화학 선생님께 찾아갔다. 화학 II 개념 여쭤보려고.

그랬는데 화학 선생님께서 스페인어 선생님께 말씀하셨다.

내가 쟤 때문에 화학 II 본다니까.

화학 선생님, 2022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대체로 우리 학교의 이과 선생님들은 항상 아쉬움을 달고 사신다. 수학 선생님(미적분)께서도 미적분 수업을 맡게 되어 매우 기쁘다 하시며, 중간고사 때는 확통보다 쉬운 시험으로 우리를 안심시키셨다가 정규 수업 시간에 웬 의과대학 수리논술 문제(...)를 가져오시질 않나, 기말고사에서는 갑자기 상승한 난이도로 평균을 작살내버리셨다. 도통 알 수 없는 분이시다.

과학 선생님들도 예외는 아니시다. 생명과학 선생님께서는 <생활과 과학> 과목에서 27문제 전문항을 'ㄱ', 'ㄴ', 'ㄷ' 있는 대로 고르기 유형으로 출제하여 평균점수를 40점(...)을 만드셨고, (진로선택과목에서 유일하게 B 비율이 30%를 넘는다!) 화학 선생님께서도 화학 I 수업 중 화학 II 관련 이야기를 계속 하시며 (직접적으로 연계하진 않으셨지만) 아쉬운 표현을 계속 하셨다.

정보 선생님도 마찬가지. 일반고 가르치시다 국제고 오시니 답답하긴 하다고 하신다. 한편 학생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 같다며 미안한 감정이 들 때도 종종 있다고 하신다. 그나마 최근에 코딩을 접하는 학생들이 늘어 1/2학년 중에선 코딩 조금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하신다. 나보다 잘하는 친구가 빨리 나타나야 할텐데. 국제고를 코딩강국, 아니 강교(校)로 만들자.

​여튼, 일단 선생님들께서는 특목고에 지원하셔서 온 이상 고양국제고의 교육과정을 따를 수밖에 없고, 그것을 벗어날 수는 없다. 단순히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어긋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철저한 국제 계열(인문) 수업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더 알려주시고 싶어도 시간 상의 제약과 제도적인 제약으로 인해 그럴 수가 없으시다.


그래서 한 해에 한두 명 꼴로 나타나는 이공계 학생들을 보면 선생님들께선 굉장히 반가워하신다. 물론 인문계열 선생님들께선 걱정부터 하신다. 농담이고. 스페인어 선생님께서는 나보고 왜 이공계열로 가냐고 하시며 나는 인문계가 맞지 않냐고 하신다. 나의 스페인어 실력을 높이 평가하신 결과다. 반대로 화학 선생님께서는 내가 이공계로 진출하는 것을 적극 장려하신다. 나의 화학, 그리고 융합적 실력을 높이 평가하신 결과다. 뭐가 됐든, 나는 일단 인문계와 자연계의 두 칼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걸 나의 훌륭한 무기로 쓸지, 아니면 잘못 사용해 나를 찌를지는 앞으로의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여튼, 3층 교무실은 언제나 밝은 분위기다. 특히 오른쪽. 문예부 선생님들의 경우 대부분 나를 적극 응원해주시는 분위기라, 다녀오면 항상 마음이 편하다. 2층 입학홍보부도 마찬가지. 그러나 4층 3학년부는 조금 쎄한 분위기다. 아무래도 모든 선생님들께서 예민하신 탓일까. 담임선생님도 나를 응원해주시긴 하신다만, 이공계 교차지원을 아주 막 적극적으로 보신다든지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나마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중앙대학교가 나에게 매우 적합해서 다행. 그래 난 사회학보다는 찐 이공계가 맞아.

T 학교의 면접 방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면접 준비 시간도 대폭 줄이고, 출제 범위도 30% 가량 많아졌다. 죽으라는 소리다. 선생님들께 이 경향성을 여쭤보니 뭐 문항을 쉽게 내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변별하려고 그런 것 같으시다고. 문제는 이공계 애들이 작정하고 들어오면 난 손을 못 쓴다. 당장 영재고 애들과 나를 딱 던져뒀을 때, 과학 개념을 누가 더 많이 알고 있겠는가? 그걸 토대로 사고 실험을 하고 결과를 추론하는 능력이 누가 더 뛰어나겠는가?

그래도 여러 선생님들께서 나를 많이 응원해주셨다. 내가 노려야할 건 부분점수. 그리고 화려한 말솜씨.말을 잘 하고 오라고 하신다. 그게 내가 노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열쇠다. 어떻게 해서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내뱉도록 어필할 것. 교육과정의 한계를 깨고 기하와 화학 II, 인공지능 수학을 혼자서 공부했다. 세특은 없다. 증거도 없다. 모든 것은 내 안에 기록되어 있을 뿐. 그것을 면접관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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