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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함께 하기엔 너무 멀어진 우리

by 카루 (Rolling Ress)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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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멀어지는 이유

 

대학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면 기존에 알고 지내던 사람과는 자연스레 연락 빈도가 줄어들게 되죠. 고양국제고에서 "반 친구", "룸메이트"로 지내던 사람들도 결국 "동창"이 되어버립니다. 친했던 사이였다면 가끔씩이라도 만나 안부도 묻고 할텐데,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인스타 너머로 생사 확인이나 하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고양국제고 학생들은 대부분 인서울로 진학합니다. 인서울로 진학을 못 했다면 차라리 재수를 할 정도로, 인서울에 대한 욕망이 센 편입니다. (주변으로부터 받는 무언의 압박도 있으리라 장담합니다.) 사실 서울에만 있다면 서로 만나는 건 어렵지 않아요. 그렇지만 특수대학에 진학했다면 어떨까요?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KAIST, UNIST, DGIST, GIST 등등. 이런 학교들은 대부분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고 (대전, 울산, 광주, ...) 기숙사 생활을 합니다. 그들만의 생활이 펼쳐지는 거죠. 사실상 서울에 올라오기 어렵습니다. 저희 GDSC에서도 원래 연세대, 중앙대, GIST(광주과학기술원) 세 챕터가 참여했으나 GIST가 더 이상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공간의 제약은 어쩔 수가 없어요.

이 외에, 대입을 다시 치르면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 때는 입시를 준비하는 쪽이 SNS를 모두 끊고 한동안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가 많아요. 독기를 품고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연락이 닿기 시작합니다. 입시에 성공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았다면... 서로 어색한 기운이 감돌 겁니다. 최악의 경우 다시 잠수를 타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남학생들에겐 현실적인 장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군 입대입니다. 하... 아, 아니 충성! 일반적으로 1학년을 마치고 군 휴학을 낸 뒤 입대를 많이 합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로는, 복무는 빠를수록 좋아요. 고학년으로 갈수록 초기화되는 전공지식이 많기 때문에 힘들다나. 그리고 미필의 경우 대외활동을 해도 인맥 쌓기 어렵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프로젝트를 같이 하자고 제의하고 싶어도, 갑자기 이 사람이 징병된다면? 인원이 비어버리는 겁니다. 여튼 1년 반이 넘는 이 시간은 버티는 사람에게도 꽤나 고역이라, 남자의 군 입대 시기 쯤 헤어지는 커플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와 진짜 너무 속상할 것 같은데 나같으면 일상생활 못함 상상만 했는데도 눈물이 쏟아져요.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는 고등학교에서의 인간관계와 많이 다릅니다. 이전에도 한 번 언급을 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한 반에 모두를 우겨넣잖아요. 그러면 상호작용이 생기니까 친해질 기회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짝을 해도 말 한 마디 안 하는 경우가 있다만 그렇지만 대학은 그런 게 없어요. 만약에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졸업할 때까지 동기들과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졸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시 말하면, 주도적으로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위에서도 언급했듯, 남자들의 복병은 바로 군 복무. 전역하고 복학하면 동기들은 이미 취업 준비중입니다. 자, 둘 다 1학년이 끝났어요. 군휴학 기간 2년동안 복무하지 않고 무휴학으로 학교를 다닌다면 2, 3학년까지 수료합니다. 전역하고 복학을 했나요? 난 2학년인데, 동기들이 벌써 4학년이에요! 그럼 위에서 겪은 일이 또 일어나는 겁니다. 만약 이 친구가 타대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학교에서는 더 이상 볼 일이 없겠죠.

여튼, 인간관계의 패러다임이 많이 변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더 이상 우리를 우겨넣는 장치는 없습니다. 원하는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을 수도 있어요. 싫은 사람이 있다? 안 보면 됩니다. 조별과제가 있다면? 그리고 학과의 모든 사람들을 알고 지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요. 대형과라면 더더욱. 중앙대 경영학부를 예로 들자면, 한 학년에 수시로만 250명을 넘게 뽑아요. 수시로만. 정시 포함하면 약 520명으로 늘어납니다. 520명.. 다 알고 지낼 수 있겠어요? 고양국제고 전체 인원이 600명 조금 안 되는데, 매년 경영학부에는 고등학교가 하나씩 붙는 겁니다.

어쩌면 나랑 정말 잘 맞고 베프가 될 수 있는 사람인데도, 몰라서 못 만나는 경우가 충분히 있어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동아리 등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에서 활동하길 권합니다. 인문대생도 만나보고, 자연대생도 만나보고, 공대생도 만나보고. 서로 학교생활 얘기 나누는 것도 꽤 재밌어요. 학과마다 그 색이 서로 다르니까, 저는 꽤 흥미롭더라고요.


대학교는 학교의 틀을 벗어나 사회로 나가기 위한 본격적인 발판입니다. 이제껏 형성하지 못했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도 있고, 기존 사람들을 정리하는 일도 많을 겁니다. 정답이랄 것도 없고, 모범답안도 없어요. 결국은 직접 부딪혀보면서 배워야 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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