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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사교육의 도움 1도 없이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by 카루 (Rolling Ress)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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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오랜만에 고양국제고 썸네일입니다. 어제 14기 발표가 예정보다 당겨져서 났더라고요? 합격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안타깝께 좋은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여러분만의 또다른 길이 있을 겁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저는 사교육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싫어한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부모님도 사교육에 관심이 없었고, 저도 싫어했습니다. 사교육, 사교육. 말은 많이 들었지만 솔직히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그냥 초등학교/중학교 때처럼 눈X이, 구X 같은 문제집 푸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죠. 모르는 거 있으면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솔직히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고양국제고는 기숙사 학교잖아요? 그래서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천만에. 주말에 잠깐 나오는 시간을 이용해서, 그 짧은 주말동안 학원 뺑뺑이를 돌더군요. 뭐..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건 윈터스쿨, 써머스쿨 등 방학에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참여를 한 게 아니라서 함부로 평가를 하진 못하겠지만, 저라면 보내줘도 안 갈 것 같긴 해요.

더 놀라웠던 건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뭐...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방법이 더 잘 맞는 학생들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인 학교생활도 못 견뎌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는데, 방학때까지 학원에 갇혀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우,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작년 이맘때쯤, 윈터 다닌다고 하던 친구들을 보면 그저 감탄밖에 하지 못하던 제가 떠오릅니다.

일단 제 성적은 좋지 못했습니다. 제가 딱 "머리 믿고 공부 안 하는" 학생의 표본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전 글에서도 계속 언급했지만, 저는 고등학교 공부가 싫었습니다. 고양국제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게 아니에요. 대한민국의 입시 위주 교육이 싫었던 겁니다. 제가 고양국제고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해요.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서. 고양국제고만의 특색 있는 활동들이 많았잖아요. 물론 코로나 이슈로 인해 좀 썰린 것 같긴 한데... 타 학교 사례를 보면 정시 준비하느라 학교 수업을 안 듣는,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나마 고국고에서는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고등학생인 만큼 대입을 위한 공부도 어느 정도는 필요했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스페인어, 그리고 컴퓨터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까요. (학교에서 컴퓨터 과목을 가르쳐준다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힘 분배(?)를 잘못 했습니다. 편식했어요. 필수과목 성적은 낮고, 제2외국어만 이상하리만치 높은(...) 상황이 벌어졌으니까요. 후회하진 않아요. 어찌되었든 저에게는 그곳에서 얻은 게 있으니까. 최근에 중앙대에서 교환학생들이 주최하여 열린 축제가 있었는데, 그때 스페인 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거든요. 간단히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고양국제고가 아니었다면 그런 경험도 못 했을 거예요.

아, 그리고 스페인어를 특히 열심히 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네요. 스페인어는 사교육을 받기 힘듭니다. 최근에 백마학원가를 쭉 둘러봤는데 고양국제고 스페인어 수업을 한다고 하는 학원들이 있기는 있어요. 다만 스페인어"만" 하는 학원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뭐 시X스쿨 스페인어 같은 곳에서 고양국제고 내신을 완벽하게 대비시켜줄 리도 없고... 수학을 예로 들면 중학교 올라오기 전 고3 미적분까지 다 떼고 온 학생과, 정규 교육과정만 밟은 학생과는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죠. 스페인어는 그런 게 없었습니다. 하는 만큼 실력이 오르고,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어요. 이게 정말 당연한 건데.


저를 어렸을 때부터 봐오신 분들은 한국 교육과정과 카루는 맞지 않으니, 다른 방안을 찾는 게 좋겠다고 종종 말씀하셨습니다. 아예 외국으로 뜨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대안학교를 알아보든지. 아니면 검정고시로 중학교, 고등학교를 건너뛰든지. 뭐가 되었든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장 고양국제고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학을 가라고.

대학생이 되었으니 이제 지난 길을 돌아볼 때가 된 것 같아요. 대학생은 고등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롭다는 인식이 있죠. 적어도 학업적인 면에서는 그런 것 같아요. 자격증, 알바, 대외활동, 동아리 등을 빼고 순수하게 학업적인 면만 본다면요. 고등학생 때에 비해선 지금이 훨씬 편합니다. 제가 원하는 공부, 하고 싶었던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고양국제고 재학중이던 3년 동안 학원을 다니지 않고 제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던 것에 매우 만족합니다. 덕분에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양학을 하고 있는데, 만약 제가 고등학교 때 학원 뺑뺑이를 돌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뭐, 내신 성적은 지금보단 좋게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스트레스 받는 건 둘째 치고, 아마 굉장히 지쳤을 겁니다. 어쩌면 평행세계의 저는 술만 마시고 지금쯤 한참 놀다 퍼질러 잠만 자고 있을 수도 있겠죠.

고등학교 공부가 다가 아닌데.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공부만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국영수 뿐만 아니라, 내 직업과 관련된 공부, 전공 공부, 경제/금융 관련 공부 등등. 얼마 전에 조교님과 상담을 했다고 글을 썼죠. 조교님께서 여쭤봤던 것 중 하나가 "중앙대 올 정도면 고등학교 때 공부를 꽤 잘했다는 건데, 학업 성취도가 왜 이렇게 낮은지"였습니다. 원인은 뭐, 다들 충분히 예측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굳이 제가 말하진 않겠습니다.

성적과 꿈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전 꿈을 고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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