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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Notes

글쓰기에 대한 반성

by 카루 (Rolling Ress) 2024.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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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삼아 예전에 이런 글을 썼다.

공통교양은 ㅈㅂ 제 때 들으세요...

나처럼 글쓰기 드랍했다가 후회하지 말고...

- 카루(2024), 중앙대 새내기들에게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는 시점에서도 원본 글이 남아있으리라 장담하지는 못하겠다. 나는 내가 예전에 써둔 부실한 글들을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편이다. 굳이 쓰레기를 내 블로그에 남겨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트위터나 쓰레드에서처럼 짧은 글을 막 방출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싸지르다'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비공식적인 상황에서 편하게 얘기하는 게 아닌 이상, 난 글쓰기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편이다.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예의, 내 글을 읽는 제3자에 대한 예의, 내 글을 읽을 미래의 나에 대한 예의. 그런 의미에서 생각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을 보면 마음 속 어디에선가부터 밀려오는 굉장한 불쾌감이 밀려온다. 고양국제고 후배라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오히려 더 깐깐하게 바라볼 수도 있겠다. 몇 달 전에도 경악을 금치 못한 일이 있었는데,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글을 보고 눈이 썩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지만, 제발 그 때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말은 때때로 내가 뇌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튀어나가는 경우가 있다. 연설문을 들고 읽는 게 아닌 이상, 내 발언을 신중하게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 연설문도 애초에 하나의 글이다. 어떤 말을 하기 전에 곰곰이 생각하고 난 뒤 신중하게 발언한다면, 대화 상대는 이미 떠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말실수는 필연적이다. 그럴 땐 빠른 사과가 답이겠지만.

그렇지만 글은 그럴 일이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친구끼리 하는 카카오톡 대화정도는 크게 격식을 갖추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메일을 보내거나, 혹은 나처럼 블로그에 글을 남긴다면 일반적으로 말을 할 때보다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오타는 없는지, 이상한 표현은 없는지. 교수님께 보내는 메일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글은 충분히 다시 읽고, 고칠 시간이 주어진다. 글을 보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일 정도로, 글쓰기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누군가가 쓴 글을 보면 '이 친구 책을 많이 읽었구나' 하는 게 어떤 느낌인지 체감할 수 있다. 반대로,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글을 중구난방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일본 만화에서 번역한 듯한 어색함이 많이 묻어날 수도 있고, 성인이라고는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아적인 단어와 문장 구조를 구사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 한 두번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그것이 반복되면 '아, 이 사람은 글을 이 정도로 구사하는 사람이구나' 라고 머릿속에서 굳어져버린다. 그리고 그런 직감은 대체로 빗나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글을 작성할 때 다소 신중을 기하고자 한다. 제품 리뷰같은 건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목적이므로 여기서 언급하는 글쓰기의 방향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개선하고자 하는 건 대체로 '카루의 이야기들' 카테고리에 올라오는 글이다. 누군가 내 블로그를 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는 만큼, 이제부터는 신중하게 글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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