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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Notes

세상이 원하는 선택보다, 내가 원하는 선택을

by 카루 (Rolling Ress) 2024.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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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문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논문을 쓰다 보면 흥분되고, 짜릿하고, 온 몸에서 전율이 흐른다.


우리는 뭘 위해서 똑같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걸까. 초등학교, 중학교. 의무교육이니까 다녀야 한다. 고등학교, 대학 진학을 위해서 다녀야 한다. 대학교, 취업을 위해서 다녀야 한다. 그런데, 대체 왜?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기관인가? 대체 왜, 우리는 취업을 위해 대학을 나와야 하는가?

의문을 파고 들자면 한국 사회 자체가 끝없는 모순이다. 연구를 하려면 대학원을 나와야지. 그건 그 정도의 지식과 역량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그게 대학원의 역할이기도 하고. 다만 학부 얘기라면 다르다.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한때 흔했던 사진이다. 결론은 죽음 or 치킨집.

특성화고 진학을 희망했던 적이 있었다. 다른 것보다 사회 물을 먼저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내게 굉장히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현실은 차가운 법. 특성화고등학교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많았고, 도저히 내 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결국 눈을 돌려 나는 국제계열 특수목적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끔찍했다. 꼭 국제고라서가 아니라, 대학 입시를 위해 모두가 몸부림치는 현실이 괴로웠다. 학교는 좋았다. 입시는 싫었다. 대체 미래의 무엇을 위해서 현재의 나를 죽여가며 살아야 했던 걸까. 그래서 더욱 더 거칠게 반항했다. 살고 싶어서. 내가 원하는 걸 하겠다고.


지옥같던 입시 기간은 다행스럽게도 늘어나지 않았다. 나를 억눌렀던 모든 것이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드디어 성인이구나, 대학생이구나. 그런데 막상 대학에 와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모두가 취업을 위해 목을 매고 있었으니까. 고등학교 때가 내신 싸움이었다면 대학교는 학점 싸움이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점점 더 많이 받아가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는 공부를 안 했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었다. 그러나 대학에 와서는 전교권을 달리고 있고, 한때 4.5로 학과 수석까지 찍었다. 내신 1점대, 최상위권 학생들의 치열한 발악을 작게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 이런 기분이구나.

모두의 레파토리는 대부분 비슷하다. 학점 잘 받고, 자격증 따고, 토익 공부하고, 취준. 끝. 이게 대학 생활? 가끔 가다 술 마시고 탱자탱자 노는 날이 있긴 할테지만, 이러려고 대학을 들어온 건가? 난 회사가 원할 인재가 되기 위해 대학에 들어온 게 아니다. 일차적인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학사학위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면허'로 전락해버린 거지만, 두 번째 이유는 내가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서 다. 사실 전공과목만 보면 아직은 배울 게 없다. 이미 고등학교 때 다 하고 들어온 것들이니까.

대학의 목적은 다양하다. 누군가에게는 '학위만 따면 그만'인 경우도 있을 테고, 나처럼 이것저것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놀이터가 따로 없다. 3전공? 180학점?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할 때, 나는 그 미친 짓을 실제로 해 왔다. 늘 그랬다. 재밌잖아. 그리고 평생 남잖아. 태어나서 언제 중앙대학교 이름으로 학사 학위를 받아보겠어. 그것도 여러 학위를.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교수님들께서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이 있다.

"세상이 원하는 선택보다,

자기가 원하는 선택을 하는 게 후회가 적어요."

"순전히 자기 만족이라면, 하세요."

모두가 나를 반대했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이젠 나를 지지해주는 분들이 계신다. 까짓 거, 한 번 뿐인 대학생활 좀 보람차게 보내면 좋잖아? 교수님들 말씀이 백 번 옳다. 남이 원하는 대로 성장하는 인생은 얼마나 비참한가. 결국 나를 잃게 되는 꼴인데. 그런 케이스를 몇 번 봐 와서 혀를 찬 적이 꽤 있다. 난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적어도 난 내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나가야지. 항상 다짐했다.

학부생 돌연변이. 누구보다 내 이익을 극도로 추구하는, 이기적인 학생.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모두 누리면서, 남들보다 등록금을 훨씬 알차게 쓰고 장학금으로 돌려받기까지 하는 티끌. 얻을 수 있는 것, 가질 수 있는 것,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나씩 찔러보고 나갈 것이다. 그게 후회가 적을 테니까.

내가 세상에 맞출 게 아니라, 세상이 나에게 맞춰야 한다는 발칙한 상상을 한 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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