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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u's .../Karu's Story

중앙대학교 연극·연기 필수교양, ACT 수강 후기

by 카루 (Rolling Ress) 2025.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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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중앙대학교 공통교양 ACT
모든 계열, 모든 학과가 졸업 전까지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

중앙대는 공통교양 과목이 많습니다. 타대의 교양필수와는 다릅니다. 수학/물리 등 전공에 묶이는 기초과목은 '전공기초'라는 이름으로 각 학과에 귀속되며, 여기서 언급하는 공통교양은 계열, 학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들이 졸업 전까지 이수해야 하는 교과목입니다.

다음과 같이 7과목, 각 과목 당 2학점씩 해서 총 14학점의 교과목을 이수해야 합니다.

  • 한국사: '국사'보다는 세계 속의 '한국'을 중심으로 역사를 배웁니다.
  • 글쓰기: 교수자에 따라 다르지만 칼럼, 독후감, 이력서 등 다양한 글을 작성합니다.
  • Communication in English: 영어 회화 과목입니다. TOEIC Speaking 160 이상으로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 앙트레프레너십시대의 회계: "모든 학생들에게 회계를 가르쳐라"라는 두산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창의와 소통: 문학을 통해 인간을 성찰하는 철학과목입니다. 다들 국어과목으로 많이 오해합니다.
  • 컴퓨팅사고와인공지능리터러시: 파이썬과 인공지능 기초를 다루는 정보계열 과목입니다. 비공학계열 학생들만 수강합니다.
  • AI시대문제해결을위한디자인사고: 공학계열 학생들만 수강합니다. 디자인 사고를 통해 주변의 불편함을 찾아 해소하는 팀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 ACT: 극 작품을 제작, 공연하며 의사소통과 갈등 해결을 배우는 과목입니다.
ACT 강의실 내부. 무대장치와 토의형 책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ACT 강의실 외부. 누가 봐도 ACT 강의실이다.

ACT는 Action, Communication & Teamwork의 줄임말로 이미지를 통한 대화라고 보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6~8명의 학생들이 랜덤으로 한 팀에 배정되어 한 학기동안 연극을 합니다. ACT만 수업하는 ACT 전용 강의실이 있을 정도로 이 학교는 액트에 진심인데, 이 강의실의 경우 무대와 조명장치, 대기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서울캠퍼스에서는 310관 718호, 102관 501호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ACT 과목에 대해 저의 수강 후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대체로 "팀원이 제일 중요하다"라는 의견이 많으나, 팀원 외적으로도 저의 개인적인 수강평을 남겨보겠습니다.

수강신청 - ACT는 무조건 계절로

학기 중에 ACT를 듣는다면 그것만큼 고역이 없습니다. 누구나 강조하는 게 있는데, 액트는 계절에 듣고 빨리 끝내는 게 낫다는 겁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입니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습니다. 사실 저도 미룰까 잠깐 고민을 했었는데, 이번 총학생회 공약이 액트를 P/NP 평가방식으로 바꾼다는 거였거든요. 솔직히 좀 회의적입니다. 이미 전대 학생회에서 B 90%ile 제한을 폐지해서 A만 50%ile로 제한된 절대평가로 완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액트 교수님께서 패논패 평가방식은 액트 과목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못박으셨기에 과연 교양대학에서 이를 받아줄진 미지수입니다. 미루지 말고 빨리 듣는 게 낫습니다. 수강신청도 힘들어요. 그리고 이미 들은 학생들이 패논패 변경에 극구 반대할 겁니다

전반기 - 왜 문학 시간이 되었나요?

고양국제고 시절 문학으로 고통받던 제가 떠오릅니다. 학교를 다니는 게 지칠 정도로 힘든 수업이었어요. 물론 그만큼 의미 있긴 했지만... 그걸 여기서 또! 겪고 있습니다. 네 개의 문학작품을 주고, 작품을 분석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작품 분석? 그거 그냥 대충 읽고 정리하면 되는 거 아니야?'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문학은 생각보다 깊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습니다.

계절학기인 만큼 짧은 시간을 고려하여 개인 과제는 문학작품 분석 하나만 진행했습니다. 이게 20점입니다. 남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이하고 있는데 혼자 자취방에 틀어박혀서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방학 중에 하면 학기 중엔 상대적으로 여유롭겠죠. 본격 전필보다 빡센 교양수업

문학작품 분석이 끝나면 작품들을 쪼개어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문학작품과 관련성은 있어야 하지만, 비슷하면 안 되는. 뭔가 굉장히 애매한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잠시 머리가 멍해집니다. 책을 영상화하면 안 되고, 거기서 비롯된 아이디어의 연결고리를 찾아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내라! 말만 들으면 굉장히 난해하고 추상적입니다. 팀원이 여섯, 일곱, 여덟 씩 있어도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음은 어떤 사진을 보여주고, 조별로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입니다. 첫 번째 조별과제로 봐도 되겠습니다. 5분 내외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면 됩니다. 단, 주어진 사진이 이야기의 한 장면으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라디오 사연 읽듯이 발표해도 되고, 영상을 제작해도 되며, 짧은 극을 만들어도 됩니다. 모든 학생들 앞에서 발표를 진행하며, 투표 수에 비례하여 점수를 얻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줄 세우는 방식의 상대평가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어쩌겠어요. 학교가 정한 거니 따라야지. 아 이래서 패논패를 해야 하나?

후반기 - 우리가 연극을 하고, 영화를 찍는다

두 번째 조별과제가 부여됩니다. 감정 이입(Empathy)을 학습하기 위한 과제입니다. 특정한 상황을 세 가지 가정하는 겁니다. 하나는 구체적인 사건, 하나는 대략적인 사건, 마지막 하나는 비현실적 사건. 각 조에서 세 가지 사건(갈등)을 뽑아낸 다음, 다른 조와 랜덤으로 교환합니다. 그렇게 랜덤으로 받은 세 가지 사건을 15분 안에 연극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사실상 즉흥 연극 과제인 셈입니다. 팀원의 모든 학생들이 무대 앞으로 나가기에 ACT를 수강했다면 한 번은 반드시 무대에 올라가게 됩니다. 제한된 시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 팀들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마찬가지로 많은 표를 얻은 팀이 점수를 얻습니다.

은유와 관련된 과제가 하나 더 나갑니다. 중학교 때 국어 시간을 떠올려봅시다. 직유는 사과 "같은" 내 얼굴처럼 연결어를 사용한 비유법이고, 은유는 내 마음은 호수와 같이 연결어 없이 (은은하게)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각 팀에서 사회 문제와 관련한 키워드를 뽑아낸 뒤, 개인적으로 해당 사회 문제를 은유법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이것도 투표 수로 줄세워 가산점을 얻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기말 발표가 있습니다. 10분에서 15분 사이의 단편영화를 제작하여 품평회를 합니다. 중요한 건 이전에 분석했던 문학작품과 우리의 작품이 연결고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극을 준비하는 게 특히 더 어려운 것 같기도 합니다. 개요를 작성하고, 장면(Scene)을 구상하며, 촬영/편집 기법들도 함께 공부해야 하죠. 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기말발표가 공지되는 시점에서 이미 제출 마감일은 일주일 남짓 남았고, 수업 진도가 끝나 영화 제작에 온전히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단 이틀 뿐입니다. 계절학기라 시간이 없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유튜브를 고등학교 때부터 해왔습니다. 카메라 사용에도 익숙하고, 영상편집도 꽤 잘한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미러리스와 짐벌, 샷건 마이크를 비롯한 전문 장비를 가지고 있기에 팀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고퀄리티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편집은... 뭐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힘들어요. 3일 밤낮을 새어 가며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었습니다.

14주차와 15주차는 기말발표 및 품평회로 진행됩니다. 각 조에서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10~15분의 영화를 관람하고, 그동안 설문을 작성합니다. 말이 좋아 설문이지, 동료 평가입니다. 몇 가지의 조건에 따라 점수를 매긴 후, 간략하게 추가 의견을 남깁니다. 저희 조 발표 때 가장 반응이 좋아서 내심 뿌듯했습니다. 기말발표만으로 2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는데, 후련하기도 하고 좀 울컥한 마음도 드네요.

다만 다시 생각해봐도 학기 중에 ACT를 들었다면 이걸 네 달 동안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절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ACT 수강 전에는 솔직히 이런 과목이 왜 필요한가 싶었습니다. 왜 연극이, 연기가 교양필수여야 하지? 듣고 싶지도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 말처럼 "액트 폐지될 때까지 존버한다"라는 심정이었죠. 과목 자체가 평이 나쁜 건 사실입니다. 선배들한테 "저 이번에 ACT 들어요"라고 하면 돌아오는 답은 늘 "저런."이었습니다.

팀원은 사실상 운이니 팀원이 잘 걸리길 바라는 건 사실상 도박에 가까운 일이고, 자신의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액트를 듣다 보면 인내력을 그를 스 이쓰으...... (빠직) 솔직히 말해서, 돈 내고(=18만원) 개고생하는 데 기분이 딱히 좋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어쨌든 등록금 내고 듣는 강의니 하나라도 더 배워가자 싶은 마음으로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액트를 하다 보면 액트에서 만나 연애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친해지는 사람도 있는 반면 다시는 얼굴 보고 싶지 않은 웬수가 생기기도 합니다. 저는 저와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알게 되어 매우 만족했어요. 다른 교양 강의라면 그냥 얼굴도 모른 채 지나가는 인연이 많은데, 적어도 액트는 관계를 확실히 맺게 해줍니다. 그게 좋은 관계든, 나쁜 관계든.

패논패를 시행한다면 모두의 참여도가 떨어질 게 자명하여 액트 패논패 평가는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대신, 상위평점을 제한하지 않는 절대평가가 시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했는데 절반의 학생들은 반드시 B+ 이하를 받아야 하는 평가 제도는 불합리합니다.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면 ACT는 중앙대학교의 이색 교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액트에서 좋은 기억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액트를 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들으라고 한다면 절대 안 들을 겁니다. 거의 대부분이 팀원 운에 따른다는 게 많이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보면 재밌는 일' 정도로 생각하고 들으면 이만한 소재가 없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영화를 찍어볼 일이 얼마나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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