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장점 중 하나가, 글을 잘 쓴다는 겁니다.
물론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굉장히 비격식으로 쓰고, 그마저도 이런 드립용 취소선을 마구잡이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져보일 수 있어요. 그래도 논술 문항 답변을 작성하거나, 중요한 글의 경우 짜임새 있게 쓰도록 노력하는 편입니다. 화려한 문장으로 휘갈겨 쓰는 글이 아니라, 사유를 담아낼 수 있는 글이요.
지난 주에 갑자기 코로나에 걸리면서 수시 일정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자소서 담당 선생님께서는 저보고 제가 하도 안 오길래 정시로 방향을 튼 줄 알았다고 하셨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서도 제가 상당히 늦었다며 압박 아닌 압박을 주셨죠. 여러모로 저도 잔뜩 긴장한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약 하루만에 자소서를 휘갈겨 쓰고(...) 담당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을 차례가 되었습니다. 사실 내용 구상에만 5주 정도가 걸렸습니다. 글감을 뽑아내고, 제 스스로도 최고의 글감을 찾고 내용을 확장하느라 정작 쓰기 시작하는 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 편이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벌써 3번, 4번 갈아 엎을 때 저는 이제 막 초안을 쓰고 있었던 터이니, 선생님들께서도 답답하셨을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담당선생님의 첫 마디.
카루야,
다른 애들 거 보다가 네 거 보면서 힐링했다.
네...ㅋㅋㅋㅋㅋ 잘 썼다는 얘기입니다. 정확히는 학과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학과가 요구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잡아냈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죠. 사실 시행착오는 있었습니다. 정보 선생님도 처음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다가 진로 선생님께 큰 비판을 듣고(...) 제게 다른 조언을 주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때 들은 말씀을 토대로 저만의 열쇠,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중심으로 자소서를 작성했습니다. 뭐 평가는 대학이 하는 거지만, 그래도 담당 선생님의 평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무서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가 워낙 프로그래밍이나 인공지능을 파기에, 이런 것들을 자소서에 그대로 쓸 줄 알았다고. 그리고 진짜 그렇게 써왔다면, 아예 싹 다 갈아엎으려고 하셨다고 합니다. 오히려 제가 (선생님의 예상과 달리) 잘 써와서 놀랐다고 하셨거든요. 뭐....ㅋㅋㅋㅋㅋㅋ 재밌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경우 선생님께서 자소서 개별 OT까지 진행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잘 써와서. 갈아 엎을 필요도 없고.
그래서 초안이긴 하지만 지난 달부터 첨삭을 받고 서너번 갈아엎은 친구들과 진도가 비슷하다고 합니다. 조금만 더 하면 금방 완성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E 대학교 자소서가 추가된 상황에서, 그쪽 자소서는 저 혼자 쓰고 그냥 선생님께 컨펌만 받는 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것까지 부탁드리기엔 좀 그래서요. 그리고, 저 혼자서도 잘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그리고 다들 고국고 들어올 때 자소서 한 번씩은 써 봤잖아요?
여튼, 제 자랑이라면 자랑이고 푸념이라면 푸념입니다. 재밌네요. 이제 수시 원서 접수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열심히 달려보죠.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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